▲ 그래픽 | 박주혜 기자 joohehe@

  “안전운행을 위해 운전 중 DMB 시청 및 조작을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비게이션의 멘트가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 운전 중 영화감상을 하거나 잠을 잘 수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타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법적·제도적·기술적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한국 독자기술 개발해야
  자율주행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3가지 기술로 ‘인지’, ‘판단’, ‘제어’가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카메라와 레이더(Rader) 센서를 통해 장애물이나 차선을 인지하고, 이러한 장애물을 어떻게 피할지 판단한다. 인공지능의 판단을 바탕으로 핸들을 꺾거나 가속페달을 밟아서 피하는 등 차를 제어한다. 이러한 인지, 판단, 제어로 이루어진 자율주행 자동차가 더 자연스럽고 사고 없이 운행하려면 V2X, C-ITS 같은 고급 기술이 필요하다. V2X(Vehicle to Everything)는 운전 중 다른 차량 혹은 스마트폰 등과 무선통신을 하며 정보를 교환하는 기술이다. C-ITS(Cooperative intelligent Transport Systems)는 신호등과 같은 교통시스템과 자동차가 연계하는 지능형 교통체계이다. 

  이러한 기술을 한국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아직 국내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에 탑재되는 중요한 센서인 카메라와 레이더 개발 수준이 낮은 실정이다. 외국에 비해 센서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주요핵심 센서의 우리 고유기술이 없는 것이 한국 자동차 기술의 가장 큰 취약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자동차판매와 양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기술개발을 위한 순수과학의 기반, 핵심기반 기술의 축척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신동훈 해군사관학교 기계조선공학과 교수는 “자동차 업체와 중소기업, 대학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센서 개발과 신뢰도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적 뒷받침도 미비
 
미국 고속도로 안전청(NHTSA)은 자율주행 기술 단계를 0~4단계로 구분해 제시한다. 0단계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개입되지 않은 상태로 모든 제어를 운전자가 하는 단계이다. 1단계 선택적 능동제어단계에서는 페달이, 2단계는 통합적 능동제어 단계에서는 운전대와 페달이 부분적으로 자동화된다. 3단계는 제한적 자율주행 단계로, 교통신호나 도로의 흐름을 인식해 상당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3단계까지는 운전자가 계속해서 전방주시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4단계는 완전한 자율주행 단계로,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없는 상태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자동차 기술뿐만 아니라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올해 말부터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고도 자율주행 자동차가 공공도로를 달릴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한국은 아직 시험구간으로 지정한 6개 구간에서 안전운행요건을 갖춘 자율주행자동차만 시험운행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 첨단자동차기술과 최문갑 주무관은 “향후 어린이나 노인,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통행하는 일부 구간을 제외한 모든 구간을 운행할 수 있도록 허가구역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2020년까지 3단계 상용화를 목표로 규제 완화를 위한 논의와 자율주행 자동차 실험도시(K-City)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K-city는 실제 도로 및 시가지 교통 상황을 구현해 다양한 상황 하에 반복재현시험을 할 수 있는 실험도시로, 도로교통부는 2018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적 수용성도 반영필요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를 위해선 사회적 수용성을 갖춘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도로를 달리다 마주하는 모든 상황에 최적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가던 버스가 갑자기 멈춰 설 수도 있고, 교통경찰의 수신호에 따라 움직여야 할 수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의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생활공간”이라며 “융합적인 사고방식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알고리즘의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횡단보도에 아이들이 지나가고 있는데 제동장치가 고장 난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탑승자와 보행자 중 누구를 안전의 1순위로 둘 것인가 하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동훈 교수는 “수학적 알고리즘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자동차의 판단을 내리는 인공지능이 사회적 통념이나 윤리적 관점도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기술자와 윤리학자 간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우명호 교수는 “언제쯤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완전히 믿고 운전석에서 잠을 잘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아직 갈 길 이 멀다”며 “아직 논의돼야 하는 사항이 많으며 이는 자동차를 이용하는 모든 나라에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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