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인권영화제 기획자인 나찬문(왼쪽) 경위와 이준형(오른쪽) 경감 / 사진 | 김해인 기자 in@

“너 오늘부터 범인해라”

  2014년 경찰교육원이 경찰 6187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최악의 영화로 꼽힌 <부당거래>의 명대사다. 영화 <부당거래>는 경찰과 검찰이 합심해 애꿎은 사람을 범죄자로 몰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경찰이 검사 앞에서 속옷 차림으로 잘못을 비는 장면도 등장한다. 

  영화 제작자는 더 자극적인 것을 좇는다. 자극적인 영화는 흥행으로는 가까워지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이에 괴리감 없이 경찰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영화를 대중에게 보여주기 위해 경찰청 인권센터가 ‘경찰 인권영화제’를 개최했다. 경찰청 인권센터의 나찬문(48·남) 경위, 이준형(46·남) 경감이 그 기획자다. 이들은 경찰 인권영화제가 경찰과 시민이 함께 ‘인권’에 대해 소통하는 창으로 기능하길 바랐다.

- 경찰청 인권센터와 인권영화제는 무엇인가
나찬문 경위(이하 나 경위) | “경찰청 인권센터는 과거 경찰이 시민의 인권을 침해한 역사를 스스로 반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과거를 스스로 깊이 반성하고 인권을 생각하는 ‘인권 경찰’로 다시 태어나자는 취지였다. 현재 이곳에서는 신임 경찰에게 인권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이준형 경감(이하 이 경감) | “경찰 인권영화제 역시 ‘인권’에 대한 고찰을 위한 자리로 시작됐다. 2011년에 처음 열린 영화제는 작은 연극 발표회였다. 경찰이 인권침해와 인권보호를 한 사례를 경찰 스스로 연극으로 꾸며냈다. 경찰 내부의 반응은 호의적이었지만 경찰 스스로가 자평한다는 한계를 극복해야 했다. 시민과의 접점을 늘리면서, 경찰을 대상으로 교육 효과를 낼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게 됐고, 가장 좋은 콘텐츠는 영화란 생각이 들어 영화제로 발전시켰다.

영화제에는 일반시민, 경찰, 인권관련 단체, 문화평론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한다. 출품대상은 경찰, 인권과 관련된 15분 이내의 단편영화며,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작품은 두 부문으로 나눠서 받고 있다. 경찰 부문과 시민 부문으로 나눠 ‘경찰’과 ‘인권’에 대한 각 주체의 서로 다른 시각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 상업영화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나 경위 | “영화를 제작하는 주체에 따라 경찰과 인권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도 느낄 수 있다. 경찰이 만드는 영화는 그들의 열악한 처우가 면밀히 드러나기도 한다. 시민이 제작하는 영화에서는 경찰에 대한 아쉬운 점들을 보여준다.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경찰 인권 영화제 3회 경찰부문 최우수작품 수상작인 <하늘로 보내는 편지>다. 학교폭력으로 자살을 한 아들을 둔 현직 경찰관의 이야기였다. 그는 학교폭력 가해자를 감정적으로 조사하다가 가해자의 불우한 환경과 가정폭력 피해 사실을 알게 되고, 감정적이었던 스스로를 반성한다. 그리고 그는 가해자와 인간적인 교류를 통해 서로를 변화시켜간다. 이처럼 인권에 대한 감동을 전하는 동시에 경찰 스스로의 반성을 공감할 수 있다.”

- 상업 영화를 보면서 아쉬운 점은
이 경감 | “상업 영화 포스터에서는 경찰 비하 단어를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개봉되는 영화 <프리즌>은 ‘꼴통 경찰’,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경찰청 미친X’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특히 <특수요원 비정규직> 영화에서 문제의식을 더 느낀 건, 남성은 꼴통인데 반해 여성은 미친X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경찰에 대한 비하적인 표현인 동시에 여성 혐오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해당 영화 배급사에 항의하긴 했지만, 흥행에 실패해 일주일내로 곧 막을 내리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상업 영화 속 경찰은 ‘꼴통’이라는 전형적인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한국 영화 속 경찰 캐릭터를 쭉 생각해본 결론은 경찰 캐릭터는 일맥상통해있다는 것이다. 정의는 구현하지만, 절차를 무시하고 아는 것도 많지 않은 경찰이 반복돼서 그려진다. 재미를 위해 잘 팔리는 캐릭터를 그릴 수밖에 없음은 인정하지만, 현실 속 경찰들이 야속해하는 부분은 있다,”

- 경찰 인권영화제의 최종목표는 무엇인가
이 경감 | “경찰 인권영화제의 영화는 온전히 현실을 담아낸다. 출품되는 영화 속 연기는 어설픈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설픈 연기더라도 경찰과 일반 시민 스스로가 연기하는 이유는 인권에 대해 직접 생각하기 위해서다. 수상 기준도 인권의식을 함양하면서 감동을 주는 영화가 선정되고 있다. 이러한 영화제를 통해서 경찰에 경찰인권센터가 있다는 것, 스스로 자중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경찰청 인권센터를 알리는 게 경찰 인권영화제의 목표가 아닐까 싶다.”

나 경위 | “처음 시작은 아기자기한 동네영화제였고 사람들이 따뜻함을 느낄 작품을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UCC 수준에 불과했던 작품의 질은 향상되고 있고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엔 부산국제영화제에 경찰 인권영화제를 넣으려는 시도와 국제영화제로 출품하려는 논의도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언젠가 국제영화제에 출품할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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