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7 19:38 (월)
위기 이웃 찾아내는 ‘좋은 이웃들’
위기 이웃 찾아내는 ‘좋은 이웃들’
  • 서주희 기자
  • 승인 2017.04.02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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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복지협의회 ‘좋은 이웃들’ 정혜선 봉사자 인터뷰
▲ 정혜선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좋은 이웃들' 봉사자들과 함께 복지 소외층에게 전할 반찬을 만들었다.

  ‘사각지대’. 단어 그대로 ‘잘 보기 어려운 구역’이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아무리 소외계층을 찾아다녀도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가장 큰 이유다. 이에 최근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진정한 복지 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 민간과 협력하고 있다. 민관의 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지역 주민이다. 지역 주민은 바로 옆에서 복지 소외계층을 보고, 민관에 알리고, 민관을 통해 도울 수 있다.

  주위의 이웃에게 먼저 ‘좋은’ 이웃이 되길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협의회)는 지역주민이 봉사자로 나서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찾아 돕는 ‘좋은 이웃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좋은 이웃들’ 사업은 전국에서 100여 개가 시행되고 있으며, 서울에는 6개의 구에서 운영되고 있다. 영등포구 지역아동센터의 ‘좋은 이웃들’이 그중 하나다. 영등포구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정혜선 씨(여‧58)는 5년 전, 좋은 이웃들 사업의 취지를 듣곤 주저 없이 참여했다. “올해로 20년째 영등포구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 센터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가정이 복지 사각지대에 있거든요. 그래서 ‘좋은 이웃들’ 사업 취지를 듣자마자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이웃들은 지역 곳곳을 직접 돌아다니며 소외된 이웃을 찾는다. 정혜선 씨가 처음 목격한 소외계층의 환경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언제부터 쳐졌는지 모를 거미줄로 뒤엉킨 문은 한 겨울날 바람이 숭숭 들어올 정도로 허술했고, 방안은 숨쉬기 힘들 탁한 공기로 메워져 있었다. ‘사람이 이런 데서 살 수 있나’ 싶을 정도의 방에서 간신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좋은 이웃들은 복지 소외계층을 발견하면 영등포구 협의회에 신고한다. 이후엔 협의회가 주민센터나 시군구청 혹은 민간시설을 거쳐 공공복지 서비스나 민간 복지 서비스를 연계해준다. “한번은 사람 한 명이 들어가기에도 벅찬 고시원에서 사고로 다리 한쪽이 절단된 분이 힘들게 지내시는 걸 발견했어요. 협의회의 연계로 그분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선정됐죠.”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정혜선 씨는 센터를 매개로 복지 소외계층을 발견하기도 한다. 센터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아이는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 수급자, 차상위계층, 저소득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다. 정혜선 씨는 아이들 가정이 어려움을 겪을 때 협의회에 신고해 도움받도록 한다. 생활 필수용품과 문풍지나 보일러 같은 난방설비를 지원하고, 장학금을 연계하기도 했다. “센터를 이용하는 아이 중 경제적으로 힘든 다문화 가정의 아이가 있어요. 엄청 추운 겨울이었는데, 얇은 외투를 입고 센터까지 걸어온 아이가 다시 집에 갔다 오겠다는 거예요. 왜 그러냐 했더니, 어머니가 자물쇠로 집 대문을 잠그지 않아 자신이 잠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마음이 정말 안 좋았죠. 그래서 협의회에 신고했더니, 협의회에서 민간과 연계해 아이의 집에 도어락을 설치해줬어요.”

  센터 건물로 찾아와 SOS를 요청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번은 밤 11시에 노숙자가 센터 앞에 찾아왔어요. 너무 배고프고 추운 데 갈 데가 없다는 거예요. 즉시 방범대에 연락했지만 어쩐 일인지 통화할 수 없더라고요. 고민하던 중 협의회 사무국장에게 연락했더니 사무국장이 그 밤에 센터로 찾아왔어요. 어묵 등 먹을 것을 사드리곤 영등포 역사 옆에 있는 방범대에 노숙자 분을 모시고 갔는데, 그 후에는 기술을 배우면서 생활하실 수 있는 기관에 연계해줬어요.”

  ‘좋은 이웃들’은 발견한 소외계층 1인 이상과 결연을 맺어 지속적으로 만난다. 정혜선 씨는 독거노인 2명과 결연을 맺은 상태다. 따뜻한 밥을 담은 도시락을 매일 준비하며, 주 2회 이상 안부를 묻는다. “주기적으로 찾아봬 말벗이 돼드리고, 아픈 데가 있으면 병원에 모셔 가기도 해요. 집안 청소도 해드리고 협의회를 통해 이불 등 생활용품을 전달해드리고 있어요.”

  정혜선 씨는 매일 밤 11시는 돼야 일과가 끝나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이웃 활동을 하길 원한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찾고, 그들을 위해 발산하는 에너지가 또 다른 삶의 원동력이 돼서다. “‘좋은 이웃들’은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발견하고 가족같이 보살피는 일을 하는 거죠. 그런데 아직 대학생 좋은 이웃들은 보지 못했네요. 저번에 대학생 봉사단체와 2인 1조로 한 동네를 돌아다니며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힘들 법 한데 열심히 하더라고요. 많은 시간을 요구하지 않으니 대학생들이 동참해줘 더 많은 복지 사각지대를 발견할 수 있길 바라요.”

글 | 서주희 기자 standup@
사진제공 | 한국사회복지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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