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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최전선에서 홀로 싸우는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복지 최전선에서 홀로 싸우는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 서주희 기자
  • 승인 2017.04.02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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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4명이 잇달아 자살했다. 기초노령연금 1119명, 장애인 1039명, 양육수당 447건, 일반보육료 517세대, 유아 학비보조 385세대. 자살한 공무원 한 명이 담당했던 업무량이다. 엄밀히 하자면, 동료와 같이 국민기초생활수급자 2405세대도 담당했다. ‘행복한 삶’을 의미하는 복지. 죽은 공무원은 시민의 행복을 위해 힘썼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한국 복지의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지금도 복지 최전선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상당한 정도의 직무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업무 과중과 일부 복지 대상자 상대 시 감정 소모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일부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인력 부족으로 가중되는 업무량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은 공공부문에 소속된 사회복지사다.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국가 공인 자격시험을 통과한 사회복지사라 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복지 수혜자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복지정책을 바꿔왔지만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은 늘어난 복지 수혜자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2015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7개 시도 시군구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은 1인당 평균 375명의 복지 대상자를 담당했다.

  중앙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전체적으로 인력 확보를 꾀했지만, 각 주민센터에 실질적으로 충원되는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중앙정부는 ‘국민 중심 맞춤형 복지’를 내건 ‘읍면동 복지허브화’ 사업 달성을 위해 2014년부터 2017까지 6000명 고용을 약속했다. 하지만 6000명은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당 평균 1.4명 증원에 불과하다. 2015년 서울시와 부산시도 일부 주민센터에 한해 각각 연간 500명(2018년까지), 동당 2~3명의 신규 고용을 약속했다.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찾동)’, 부산시의 ‘다가서는 복지 동(다복동)’ 사업을 운영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선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전담 공무원들은 오히려 체감 업무량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2016년 8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47.5%가 신규 인력 충원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부산시의 한 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8년 차 최 주무관은 “기존 업무량 자체가 워낙 많다 보니 2~3명 충원으로도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가정 방문 횟수 경쟁을 유도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앙정부에서 운영하는 ‘행복e음’은 복지 대상자의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연계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성과 척도로도 사용된다. 서울시의 생활복지통합정보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최명민(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런 성과 평가는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이 복지 대상자를 만나 상담하는 것보다 많이 만나서 ‘건수’로 입력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만든다”며 “결국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일이 더 많아지고 그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도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상 위험 노출과 감정 소모도 심해
  
누적된 업무량만큼이나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은 ‘감정 소모’다. 이들은 주로 업무 중 경험하는 신체적, 언어적 폭력에 따른 위험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사회복지사’와 ‘공무원’의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는 특성에 따른 직업 정체성 혼란도 스트레스의 요인이다.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은 업무상 여러 위험에 노출돼있다. 위험은 주로 복지 대상자에 의해 발생하며, 공무원은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등 다양한 유형의 피해를 본다. 2016년 부산복지개발원이 부산 지역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428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3년 사이 위험을 경험한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비율이 각각 84.1%, 95.3%이다.

  위험 경험 가능성은 특히 복지 대상자의 가정에 방문할 때 가장 크다. ‘찾아오는 서비스에서 찾아가는 서비스’를 내건 서울시의 ‘찾동’ 정책은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위험 노출 정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서울시의 한 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남미림 주무관은 “복지 대상자와 약속한 시각에 동료와 같이 가정 방문을 갔는데 대상자가 술을 마시고 있었다”며 “우리 앞에서도 술을 마시면서 ‘너희가 나한테 뭘 해줄 수 있냐’고 소리치는데 굉장히 위협적이라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가정 방문 시 2인 이상이 동행하도록 지침을 내렸지만 인력 부족의 이유로 반드시 지켜지고 있진 않다.

  욕설, 협박, 성희롱 등을 일삼는 대상자도 적지 않다. 서울시의 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4년 차 황 주무관은 칼을 든 대상자에게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 대상자가 법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서비스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이후였다. ‘불 질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은 적도 있다. 황 씨는 “술 먹고 찾아와 과격한 언행을 하는 분들, 여성 직원에겐 성희롱하는 분들도 매우 많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이 겪는 정체성 혼란도 감정 소모에 영향을 준다. 사회복지전담 공무원들은 ‘사회복지사’로서 복지 대상자를 이해하고 상대하지만, ‘공무원’으로서 복지 대상자 관련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황 주무관은 “대상자의 생활이 어렵다고 이해하면서도 법적으로 정해진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도움을 줄 수 없다”며 “마음은 정말 돕고 싶지만 법을 어길 순 없으니 많은 혼란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명민 교수는 “사회복지사는 복지 대상자를 케어하기를, 정부는 통제하기를 원한다”며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은 공공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케어와 통제 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마음에 더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보완과 사회복지전담 특성 이해 필요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직무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인력 확충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이봉주(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증원 노력이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모든 복지 업무가 읍면동에 있는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에게 몰리기 때문에 현재 증원 규모보다 더 많은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무원 업무 성과 평가 방식도 질적 평가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 최명민 교수는 “양적인 평가 방식은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이 하는 일의 본말을 전도시킨다”며 “양적 평가가 아닌 질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와 동 주민센터가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정신보건프로그램도 지속성을 보여야 한다. 정신보건 프로그램들은 심리 상담, 강연, 출장 등을 제공한다. 하지만 일회성에 그친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복지개발원 김정근 연구원은 “감정 소모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일부 복지 대상자를 대할 때마다 반복되는 것이어서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공무원 근무지 주도로 위험 관련 데이터를 구축해 체계적으로 관리,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정체성에 대한 이해도 아직 초기 단계다. 일각에서 공무원의 재량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정도다. 이봉주 교수는 “우선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이 전문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전문가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후 일정 요건 아래에서 공무원이 대상자 선정, 서비스 연계 등을 결정하는 방향으로 재량권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 | 서주희 기자 standup@
그래픽 | 김나영 기자 m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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