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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 오후, 양준혁(생명대 식품공학16) 씨는 만화를 보고 싶어 친구와 함께 개운사길에 위치한 만화카페에 들렀다. 본교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수업이 없는 주말이면 자주 만화카페를 이용한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각종 만화를 읽으면서 친구와 종종 수다를 떨기 위해서다. 여유로운 하루, 가벼운 음료와 만화책을 즐기며 시간을 보낼 곳으로 그에겐 만화카페가 제격이다.

▲ 사진 | 이명오 기자 myeong5@

  어느새 자취를 감춘 만화방이 3~4년 사이 카페와 결합하며 ‘만화카페’로 탈바꿈했다. 20~30대를 타깃으로 하는 만화카페는 넓고 편한 인테리어와 쾌적한 환경, 다양한 만화책으로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엔 10여 개의 프랜차이즈 만화카페가 등장해 성업 중이다. 이처럼 만화카페는 새로운 놀이 공간으로 떠오르며 대학가와 도심 곳곳에 자리 잡았다. 앞으로도 만화카페의 인기가 계속될지 전망이 쉽지는 않다.

▲ 그래픽 | 김시언 기자 sean@

사라진 만화방, 만화카페로 부활하다
  2000년대만 해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던 만화방과 만화 대여점이 어느샌가 자취를 감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6년 콘텐츠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만화임대(만화방, 만화카페 등)’와 ‘서적임대(대여)(만화부분)’ 사업체 수는 2010년 각각 902개, 3132개였지만, 2014년에는 746개, 2421개로 감소했다. 우리만화연대 노선영 총무는 사업체 수 감소가 단지 만화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출판시장 전체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의 소비문화가 단조로워진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즐거움을 추구하다 보니 책보다 쉽고 빠르게 소비 가능한 매체에 치중됐다”고 말했다.

  온라인의 발달도 한몫했다. 2000년대부터 만화책 불법 스캔본이 온라인에 유포되고, 웹툰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오프라인에서 만화를 접해야 할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만화방과 만화 대여점이 줄어들었다.

  그랬던 만화방이 2014년쯤부터 거리에서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만화방은 더는 예전의 만화방이 아니었다. 카페와 결합한 새로운 복합 공간, ‘만화카페’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만화카페의 유행으로 2015년 만화임대 사업체 수가 증가했고, 그 증가추세가 2016년에도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의 만화카페는 홍대, 신촌, 강남 등 대학가 근처 번화가를 중심으로 생겨났다. 합정의 ‘즐거운 작당’, 상수의 ‘상수동 만화방’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인기를 얻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만화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장 많은 가맹점을 가진 프랜차이즈 브랜드 ‘놀숲’은 최근 가맹점 150호점을 돌파했을 정도다.

편하고 Fun한 만화카페의 변화
  사람들에게 외면 받았던 만화방과 달리 만화카페는 어떤 이유로 유행하는 걸까. 만화방과 만화카페의 눈에 띄는 차이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다양한 만화책 종류다. 기존의 만화방이 최소환의 독서환경을 제공했다면, 만화카페는 젊은 남녀를 타깃으로 잡고 이들의 취향에 맞게 공간을 구성했다. 실제로 1980년대 유행했던 만화방은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허름한 소파엔 담배 냄새가 배어있고, 공간은 좁았다. 반면 만화카페는 안락한 소파부터 누울 수 있는 굴방, 텐트 등 세련되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췄다. 덕분에 PC방이나 보드게임카페 등을 대체하는 새로운 놀이 공간, 또는 연인들의 이색 데이트코스로 인기를 얻었다.

  만화카페는 만화방의 기능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만화방보다 취급하는 만화책 종류가 훨씬 많아졌다. 성상민 만화평론가는 “만화방에선 주로 대여점으로 유통되는 일명 ‘공장만화’를 구비한다면, 만화카페는 일반 코믹스를 비롯한 소위 ‘고가만화’로 불리는 웹툰 단행본, 그래픽 노블 등도 구비한다”고 말했다. 공장만화란 유명 만화작가의 이름을 달았지만, 사실 그의 문하생이 그린 만화를 의미한다. 주로 1980년대에 유행한 제작방식이다. 이처럼 만화카페는 기존 대여점에서 빌리기 어려운 고가만화를 구비하면서 최근 다양해진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만화카페, 앞날이 창창하진 않다
  지금의 만화카페가 앞으로도 계속 유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은 웹툰을 통해 만화를 접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5년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만화를 이용하는 비율은 전체 이용자 중 70.1%에 달한다. 이는 2014년의 62.5%보다 오히려 증가한 수치다. 성상민 평론가는 만화카페의 인기가 출판만화에 대한 인기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멀티방이 유행했던 것처럼 만화카페의 공간적 특성이 20~30대의 소비욕구와 맞아떨어진 것일 뿐”이라며 “이를 출판만화에 대한 향수나 새로운 만화소비라고 보기엔 아직 성급하다”고 말했다.

  홍대나 신촌을 가면 한 블록 건너 연달아있는 만화카페를 찾을 수 있다. 만화카페가 창업 아이템으로 각광받으면서 벌써 ‘레드오션’이 펼쳐진 것이다. FIL 프랜차이즈창업연구소 박성원 소장은 과다공급을 극복하고 만화카페가 영업 안정성을 가지려면 만화방의 측면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전에도 이미 ‘세미나카페’, ‘힐링카페’, ‘마사지카페’ 등이 유행했다가 사그라졌다”며 “만화카페가 장수하기 위해선 만화책을 비롯한 읽을거리의 지속적인 갱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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