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전 세계를 방사능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대만은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탈핵’에 성공했다. 2014년 제4 원전 건설 대규모 반대운동이 성공을 거둔 결과다. 2025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탈핵국가가 된다. 한국은 25개의 원전을 가동 중이며 2029년까지 11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이 계획돼 있다.

▲ 대만의 여성반핵운동단체 Mom Loves Taiwan의 회장 글로리아 광정, 상임이사 쑨메이 양씨를 본지가 만났다. 사진제공 | MLT

  ‘Mom Loves Tiwan(MLT)’은 대만 내 중년 여성들이 모여 만든 반핵 단체로 2014년 대규모 반핵운동을 이끌었던 단체다. MLT의 회장인 글로리아 광정(徐光蓉), 상임이사 쑨메이 양(楊順美), 연구원 케빈 쳰(陳泰良)은 탈핵이 ‘생명’의 문제며 나의 일, 더 나아가 내 자녀의 일이라고 말한다. 
 
- Mom Loves Taiwan(MLT)는 어떤 단체인가
  글로리아 광정(이하 광) |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원자력 발전소에 불안감을 가진 평범한 엄마들이 모여 만든 반핵 단체다. 대만 사람들은 후쿠시마 사태로 인해 핵 문제가 정치적, 기술적 문제가 아닌 생명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는 가족을 생각하는 많은 대만 시민들이 2013년 ‘어머니날 행진’에 참여하게 된 원동력이었다. 이후 핵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비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15년 정식 협회가 만들어지기 전, 대만 기업 사장의 부인, 작가, 배우, 아나운서 등 영향력 있는 여성들이 MLT에서 활동했다.”

  케빈 첸(이하 첸) | “MLT는 어머니가 자녀의 건강과 미래세대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때문에 특히 아이가 있는 40~50세의 여성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청년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 2013년 페이스북 페이지를 처음 개설한 후 꾸준히 청년 참여자가 늘어 지금은 25~35세 비율이 두 번째를 차지하게 됐다. 웹 사이트 참여 세대도 더 어려지고 있다.”

-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쑨메이 양(이하 양) | “대만 내 핵 발전소의 안전을 감시하고 핵 발전에 대한 자료들을 공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원전 폐쇄 이후의 문제인 핵폐기물 처리 방식에 대한 연구와 논의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후쿠시마산 수입 농산품의 방사능 안전망도 감시하고 있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강연을 열어 핵의 위험성을 알리기도 한다. 대만 중부, 남부, 북부, 동부 지부별로 핵발전 기술과 방사능 의학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을 열었다. 독일 환경 전문가인 국회의원 베르벨 호은(Bärbel Höhn)이 연사로 나서기도 했다. 특히 초·중·고등학교 선생님을 강연에 초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이 학교로 돌아가서 학생들에게 핵의 위험성을 전달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에 직접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2013년 당시 마잉주(馬英九) 대만총통과 MLT 인사가 만나 가진 대담에서 MLT는 정부의 원전 관련 정보 공개, 제4 원전 건설 중단 문제, 신재생 에너지 정책 등에 대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 후쿠시마산 식품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데
  | “대만은 현재 일본 후쿠시마 현 주변 5개 현에서 들어오는 식재료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후쿠시마 현만 금지하고 나머지 4개 현의 식품은 수입을 허용하는 수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수입 농산물에 대한 방사능 수치 검사조차도 시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사능은 사고가 난 후쿠시마 현 뿐만 아니라 다른 현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MLT는 정부에서 논의 중인 수정안에 반대한다.”

  | “또한 근본적으로 일본산 수입 식품의 방사능 수치를 표기하도록 관련 법안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 대만 정부는 방사능이 얼마나 함유돼있는지에 대한 수치를 표기하지 않고 있다. 국가가 정한 허용치를 넘었는지 여부만 표기한다. 방사능에 아주 조금도 영향을 받고 싶지 않은 사람은 정보를 알 길이 없다.”

- 현재 대만의 탈핵 상황은
  양 | “대만 정부는 2014년 4월 90% 정도 완공됐던 제4 원전 건설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3개 원전도 가동 기간인 40년을 채우고 연장하지 않으면 폐쇄된다. 대만 국민 대부분 탈핵에 찬성하는 상황이기에 현재로서는 가동 중인 원전 모두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발전소도 지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정치적으로 큰 변동이 없다면 2025년을 기점으로 원전 전면 폐쇄라고 볼 수 있다.” 

- MLT의 앞으로의 목표는
  양 | “고농축 방사능 폐기물이 남아있는 숙제다. 핵폐기물을 얼마나 깊이, 오랫동안 묻어놓아야 하는지에 대해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 MLT에서는 핵폐기물 안전성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국제동향에 대한 콘텐츠를 제작해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있다. 대만에 잔존해있는 핵폐기물에 대해 일반 대중들과 정부가 함께 논의할 공론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매년 3월 11일 환경의 날 전후로 반핵 행진을 진행한다. 탈핵이 끝난 문제가 아니며 핵폐기물 등 남은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다양한 환경 단체가 참여해 함께 ‘탈핵’과 ‘환경’을 외친다.

  정부가 마련할 신재생에너지 로드맵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대만 정부가 탈핵 이후의 계획으로 신재생 에너지 발전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전체 에너지 발전 중에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양은 4%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그에 도달하기 위해선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 MLT가 공동주관하여 젊은 봉사활동자들과 현지 거주자들이 타이완 동부의 오지에서 에너지접근성이 낮은 거주자들을 위해 태양에너지 패널을 설치했다. 사진제공 | MLT

- 청년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양 | “청년들의 참여는 중요하다. 특히 환경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청년들의 정치적 관심사가 언론매체에 휘둘린다. 언론이 말하는 이슈에만 관심 갖지 않고 환경문제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생활 속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길 부탁한다. 사소하게는 전기 절약하는 습관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갓 대학을 졸업한 딸이 ‘대학에 와서는 전기절약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고 말하더라. 대학에서 전기를 너무 쉽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 도쿄대학에서는 2008년부터 저탄소 그린캠퍼스로 발돋움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캠퍼스 프로젝트(Todai Sustainable Campus Project, TSCP)를 꾸준히 실시중이다.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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