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군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심심하다 싶어 여기 저기 사이트를 둘러본다. 버릇처럼 하던 게임도 오늘 따라 재미가 없다. 여러가지로 궁리하던 중 한창 네티즌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는 某사이트의 자유게시판에 접속해 봤다. 반나절이 지난 동안 많은 글이 등록돼 있었고, H군이 접속해 있는 동안만해도 수십 여 개의 글이 게시돼, 조회수가 하나, 둘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이 중 어떤 글을 읽어볼까’고민하다가 그는 조회수가 가장 높고 제목도 비교적 선정적인 글을 선택했다.‘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읽었을까?’하는 호기심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글의 내용을 파악하고 잠시 후 화면을 원상 복귀시키자 조회 수는 종전의 수치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위의 상황은 요즘 일반인들이 인터넷상 게시판에 접속했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을 가상으로 설정한 것이다.

자유게시판에서 네티즌의 웃음을 유발하는 재치 있는 글, 내용의 참신성이 돋보이거나 논리적인 글은 큰 인기를 얻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글에 대한 인기는 특정 아이디 혹은 닉네임의 높은 지명도로 이어진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는 아이디나 닉네임은 온라인 상에서 권위를 얻기도 하는 것이다. 즉, 이러한 현상에 대해 민경배 사이버 문화연구소장은‘게시판 Opinion의 리더’라고 칭한다.‘아무개’가 글을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네티즌들은 이목을 집중하고 더 나아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은 닉네임은 더 나아가 웹지기들에게도 인정을 받음으로써 인터넷 상의 지위 상승을 맛보기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한겨레「디비딕」을 비롯한 몇 개의 사이트는 일정 기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조회한 글의 게시자를 우수 이용객으로 선정, 공포하기도 한다.

이 같은 또 하나의‘리더’가 되기 위해 네티즌들은 같은 글이라도 차별성을 부여하려 애쓴다. 그러나, 이러한 네티즌의 심리는 높은 조회 수를 조장하기 위한 상술의 반복 시행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글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허위제목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넘 섹쉬∼*∧∧*’,‘자칭 깡 센 사람, 간 큰 사람만 보세요’,‘이런 거 올려도 되나? (무지 야함 -.-)’등과 같이 음란성이나 선정성이 깃든 문장을 제시하는가 하면,‘∼꼭 좀 읽어주세요·제발요’등처럼 애걸형의 그것도 눈에 띈다. 이러한 허위 제목으로 인해 네티즌들은 게시판 글들에 대해 제목만 봐서는 올바른 판단이 어렵게 됐다.

대부분의 게시판 운영자들은 음란하거나 장난치는 게시물, 상업적 광고, 명예훼손을 담은 게시물, 도배성 중복 게시에 대해 시시각각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하고, 운영원칙에 따라 게시자에게 경고 조치를 한 뒤, 아이디 사용을 일시적으로 제한하기도 한다. 또, 향후 재적발 시 강제로 탈퇴시키는 제도를 시행중이다. 그러나 인터넷 한겨레의「디비딕」자유게시판 운영자의“요즘엔 과거와 달리 이용자들이 직접 불량 이용자를 신고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말처럼 결국,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만이 이러한 부작용의 근본적인 해결 방법인 것이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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