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패배의 아픔은 너무나도 컸다. 처음으로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는 일은 나를 흥분시킨 사건이었다. 유력 대선주자로 등장한 비제도권 정치 인사의 ‘새 정치’ 구호는 기존의 정당정치를 변화시키려는 시민의 열망을 대변했다. 하지만 선거일이 가까워지자 국정원 댓글 사건과 NLL 대화록 논란이 등장했고 몇몇 정당과 언론은 ‘대선주자’란 인물보단 해당 ‘사건’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첫 대통령 선거에 대한 기대는 얼마 가지 않았다. ‘모든 일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란 문구는 투표로 지지했던 후보가 낙선하면서 뼈저리게 다가왔다. 대학에 들어와 무엇이든 내 뜻대로 될 거 같던 때여서 그런지 2012년 겨울은 무척 추웠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작년 10월 말 한 방송사에서 보도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며 지난 18대 대선을 원망했다. 그 원망은 지난 대선에서 투표권 행사 여부와 상관없이 광장에 모인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났다. 대학가에선 시국선언이 이어졌고 고등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을 찾았다. 특히 청와대 바로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한 중년의 외침은 모든 이에게 쓴웃음을 만들었다. 이 난국이 투표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특정 번호를 찍던 자신의 손가락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원망과 분노는 강했다. 시민들은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며 장미대선을 이끌며 정당 내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도 참여했다. 다시 등장한 노무현 정부의 북한인권결의안 사건과 갑작스런 사드(THAAD) 배치에도 여론조사는 시민들이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히려 6차례 진행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언급된 공약을 분석하며 지지자를 선택하고 있었다.

  결정의 순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5%가 넘는 사전투표율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며 선거 당일 투표율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권교체 열망이 높은 때인데도 최종투표율 80% 이상을 넘기는 것조차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 이번 대선의 실마리가 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의 한 주인공이 구속된 상태에서도 거소투표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들이 19대 대선의 시작점이라 해도, 장미대선을 만든 우리가 결론을 짓기 위해 모두 투표에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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