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시간,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계산대를 혼자 지키고 있다.

  1989년 우리나라에 처음 편의점이 도입된 이후, 편의점 업계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2016년 기준 편의점 업계의 ‘빅3’(CU, GS25, 세븐일레븐)는 총 3만141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도 점포확대는 계속될 전망이다. 점포가 늘어나면서 아르바이트에 종사하는 사람도 더불어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편의점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본지는 편의점에 근무 중인, 혹은 근무했던 경험을 가진 본교생들로부터 근무 중 안전문제에 대한 좌담회를 열었다. 기사에는 현재 근무 중인 아르바이트생의 신원을 보호하고자 가명으로 표기했다. 컵라면(남·21) 씨는 10개월 째 저녁부터 야간까지 근무 중이며, 삼각김밥(여·22) 씨는 8개월 째 새벽부터 오전까지 근무 중이다. 막걸리(남·23) 씨는 2달 간 야간 근무에 종사했다.

 

-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컵라면 |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과외를 했어요. 그러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면 일의 강도도 높지 않고, 어느 정도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습니다. 저녁부터 야간까지 근무하는 중이구요.”

막걸리 | “전역 후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복학 전 2달간 야간에 근무했습니다.”

삼각김밥 | “기숙사 모집에서 탈락하고 자취를 시작하면서 월세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전에도 다른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는데, 편의점이 상대적으로 쉬워보여서 일자리를 구했죠.”

 

- 고객과 마찰이 있었던 경험이 있었는지
막걸리 | “제가 근무했던 곳이 제기동이었어요. 게다가 야간에 근무를 하다 보니 만취한 손님들이 많이 오거든요. 매일같이 술에 취한 채로 막걸리를 사가던 손님이 있었는데, 어느 날은 그 손님이 계산을 하면서 돈을 던졌어요. 바닥에 떨어진 돈을 다 주워서 거스름돈까지 계산해서 줬죠. 그런데 갑자기 돌아와서는 거스름돈이 부족하다며 돈을 내놓으라고 하더군요. 계산대 CCTV 영상까지 전부 보여줬는데도 거스름돈이 안 맞는다고 우기더군요. 경찰을 부르려고 하자 아무 사과도 없이 가게를 나갔어요.

요즘은 손찌검 등 폭력보다는 폭언이 많은 것 같아요. 화질에 상관없이 때리는 건 CCTV로 녹화되는데, 욕하는 게 녹음되는 경우는 적으니까요. 경찰을 불렀다 해도 그쪽에서 잡아떼면 그만이기도 하구요.”

 

- 경찰을 부른 경험이 있나

컵라면 | “지난 겨울, 50대로 보이는 남성 몇 명이 가게에 들어왔어요. 소주, 맥주 등 술을 꽤 많이 샀는데, 계산이 끝나자마자 편의점 안에서 술을 마시더라구요. ‘현행법 상 편의점 내에서는 술을 드실 수 없다’고 말씀드리자,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며 화를 내더군요. 실랑이가 점점 길어져서 경찰을 부르려 했는데, 욕을 내뱉으면서 밖으로 나가더라구요.”

막걸리 | “어떤 분이 가게에 들어오시더니 다짜고짜 도와달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술에 취해서는 제 몸도 못 가누고 있었는데, 가게 안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하더군요. 얘기를 들어보니, 제가 근무하는 시간 전에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CCTV를 봐야한다더군요. 그래서 CCTV 영상을 확인해보니 지갑을 흘린 적이 없는 거예요. 막무가내로 도와달라는 말에 안 된다고 거절하니 막말이 시작됐어요. 계산대 앞에 서서는 욕을 멈추지 않더군요. 결국 경찰을 불렀죠. 그런데 그 손님이 ‘나는 물건을 사러 왔을 뿐인데, 왜 경찰까지 오냐’며 억지로 경찰을 돌려보내고는 계속 욕을 하는 겁니다. 그렇게 7시간 동안 실랑이가 이어졌고, 경찰이 3번 출동했어요. 결국 술에 취해 테이블에 엎어져 자는 걸 연행해가더군요.”

 

- 보통 경찰은 어떤 상황에서 부르나
삼각김밥 | “보통 매장 내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단독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사건이 발생하면 무조건 경찰을 부르도록 해요. 제가 근무하는 매장은 점장님께 먼저 전화를 드리는데, 점장님과 항상 연락이 닿아서 크게 문제가 되거나 하진 않았어요.”

막걸리 | “제가 근무했던 곳도 같았어요. 자잘한 것들로 경찰을 불렀던 적이 10여 번 정도는 될 거예요. 아무래도 취객이나 노숙자들이 무작정 가게로 밀고 들어와서는 잠들어버리면 직접 대처하기에는 힘들죠. 잘못 손댔다가는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 일부 편의점의 경우, 계산대 밑에 비상벨을 설치해 신고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 안전교육은 받았는지
컵라면 | “처음 일할 때 점장님 옆에서 계산하는 방법, 물건 채우는 것 정도만 배웠죠. ‘위험한 일 생기면 무조건 신고해라’가 안전교육의 전부였어요.”

막걸리 | “저희 매장은 저것보다는 조금 더 자세하다고 할까요? 손님이 매장에서 안 나간다거나 할 때는 경찰을 부르고, 강도가 들었을 때는 계산대를 다 털어주라고 말씀하셨어요. 이외의 내용은 딱히 없었구요.”

 

- 안전문제 때문에 일을 그만 둘 생각은 없었나
컵라면 | “아르바이트생에게 컵라면을 부었다는 뉴스를 가족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봤는데, 어머니께서 많이 걱정하셨었어요. 그런데 사실 마땅한 대안이 없어요. 근무 강도가 센 것도 아니고, 매일 진상 손님이 오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개인 시간도 있고, 월급도 기준에 맞춰서 딱딱 들어오니까요.”

삼각김밥 | “결국 현실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폭언을 듣거나, 협박조로 나오는 손님이 있어도, ‘나는 여기서 일해야만 월세를, 생활비를 낼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버티게 되는 거죠.”

 

- 편의점 내 안전장치를 믿을 수 있나
삼각김밥 | “제가 근무 중인 곳의 계산대도 지금 문제가 되는 ㄷ자 형태예요. 아직까지 겪어본 적은 없지만, 계산대를 사이에 두고 누군가 위협해온다면 숨거나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신고시스템을 이용해서 경찰을 부른다고 해서 경찰이 빨리 온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막걸리 | “맞아요. 현행 신고 시스템이 7초간 수화기를 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경찰이 출동하는 구조로 돼 있는데, 아무래도 오작동이 많다보니 경찰도 바로 오거나 하지 않더라구요. 한번은 여느 때처럼 취객이 들어와서 경찰을 불렀는데, 30분이 넘어서야 도착했어요. 흉기를 든 사람이 계산대 앞에 서 있는데 신고를 한다? 그다지 신뢰가 가는 안전장치는 아닌 것 같아요.”

컵라면 | “직접적으로 아르바이트생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비상구를 만들어주거나 호신용 스프레이 등을 구비한다는 식으로. 사실 가격이 센 대안들이 절대 아니니까요. 경찰을 부른다고 했을 때,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이 필요한 거죠.”

 

 

글 | 이민준 기자 lionking@
사진 | 심동일 기자 shen@

사진제공 | 곽철민(문과대 한국사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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