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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폭력에 노출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일상의 폭력에 노출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 이민준 기자
  • 승인 2017.05.08 0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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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3일, 살해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촛불 문화제가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열렸다.

  2016년 12월 14일 새벽 3시 경, 경상북도 경산시에 위치한 CU편의점에서 근무 중이던 아르바이트생이 살해당했다. 아르바이트생이 봉투값 20원을 깎아주지 않은 것에 격분한 손님이 집에서 흉기를 갖고 와 살해한 것이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본사인 BGF리테일에 4개월여 간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책임을 가맹 점주에게 떠넘기지 말고, 기업의 일원으로 인정한 뒤 합당한 처우개선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본사의 책임, 법적으로 유효하나
  
유가족과 피해자의 지인들, 알바노조(위원장=이가현)로 구성된 ‘경산CU편의점알바노동자 살해사건 시민대책위’(상황실장=최기원, CU대책위)는 아르바이트생의 안전을 본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사인 BGF리테일 측은 사고 당시 유가족과의 긴밀한 연락과 본사 차원의 보상을 약속했다. 그러나 유가족이 수령한 보상은 가맹점에서 가입한 산재보험과 점주의 위로금이 전부였다. 4월 4일, 사건이 발생하고 4개월 후에야, 본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는 △안전사고 예방 점검 실시 △안심 카운터 등 근무 환경 개선 △가맹점주 협의회와 협력 통해 지원 방안 강구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넉 달째 이어져오는 BGF리테일과 CU대책위의 공방의 핵심은 책임의 주체가 가맹점인가, 본사인가다. BGF리테일 측은 근무환경 개선에 대해 본부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냈으나, 인력채용 등의 문제는 가맹 점주가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고 밝혔다. CU대책위 측은 신변에 위협이 생겼을 경우 본사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도 본사의 상호가 인쇄된 조끼를 입고, 본사의 방침에 따라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BGF리테일 측에 공문을 발송했을 때, 가맹 점주에게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며 “아르바이트생도 본사의 직원임을 인식하고,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입은 상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나 판례는 없다. 가맹점에서 발생한 사고는 본사에서 가입하는 점포 차원의 산재보험이나 근로계약서에 따른 4대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법적으론 아르바이트생의 보험 가입이 보장되고는 있으나, 이를 안내 받지 못한 채 무보험으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많다. 2016년 알바노조가 368명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대 보험에 가입한 응답자는 14.9%였으며, 안내받지 못한 응답자는 72.6%였다.

  노무법인 ‘삶’의 홍종기 노무사는 본사 측에 법적인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맹점이라고 하더라도 본사 차원에서 매장의 구조 설계 등에 관여할 경우 책임이 파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홍 노무사는 “편의점의 경우 가맹점이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본사가 매장 구조에 대해 통제력을 행사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본사가 지침을 내릴 때 파생되는 결과를 사전에 인지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 가맹 점주뿐 아니라 본사에도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폭력 노출, 구조적 개선 필요해
  
비좁은 계산대 안에서 근무 중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은 고객이 자행하는 위협에 노출돼 있다. 알바노조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객에게 폭언을 들은 비율은 59.0%, 폭행당한 비율은 2.7%다. 폭언과 폭행을 모두 겪은 비율은 6.3%로, 전체 응답자 중 67.9%가 폭력 상황에 노출된 것이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편의점에서 접수된 신고는 총 1만1000여 건이며, 그 중 강력 범죄는 400여 건, 폭력범죄는 2000여 건에 달한다.

  대다수의 편의점은 ‘한달음 신고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수화기를 들고 7초간 응답이 없을 경우 인근 경찰서에 자동으로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수화기가 제자리에 놓여있지 않거나, 비좁은 공간에서 수화기를 건드릴 경우에도 신고가 접수돼 오신고가 자주 접수되고 있다. 서울시 내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A씨는 “수화기를 잘못 건드리는 경우, 그를 인지하지 못한 채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출동한 경찰에게 미안했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계산대의 구조도 시급한 개선 과제로 지적됐다. 현재 대부분의 편의점은 ㄷ자 구조의 계산대를 채택하고 있다. 제한된 공간에 최대한 많은 제품을 배치하면서, 계산을 기다리는 고객이 추가적으로 물건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의 경우, 계산대 통로 좌우로 껌, 초콜릿 등의 제품이 20여 종 이상 배치돼 있다. 이러한 구조는 계산대를 사이에 두고 고객과 마찰이 벌어질 경우, 근무자가 계산대에서 이탈하기 어렵다. 최기원 CU대책위 상황실장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폭력 상황에 빈번하게 노출되고 있다”며 “오작동이 많은 현행 신고 시스템과 폐쇄적인 계산대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4시간 영업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BGF리테일의 경우 가맹점 계약 시 편의점 운영시간을 19시간과 24시간으로 나눠 계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19시간 운영할 경우 24시간 운영 대비 최대 10%까지 수입 차이가 발생해 대부분의 점주는 24시간 운영을 선택하고 있다. 동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점주 B씨는 “주간에는 직접 근무하고, 야간에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24시간 편의점일 경우 수익 극대화를 위해 대부분 1인 야간 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심야시간 아르바이트생의 안전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인 야간 근무로 인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처가 힘들다는 것이다. 편의점에서 야간 근무 중인 곽철민(문과대 한국사12) 씨는 “본사가 점주에게 영업지침을 지나치게 강요하며 심야 업무의 강도를 늘렸다”며 “2인 동시 근무 등 본사 차원에서 야간 근무자의 안전에 대한 지침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편의점’ 대책, 반응은 “실효성 떨어져”
  
본사 차원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BGF리테일 측은 경찰청(청장=이철성)과 업무협약을 맺고 안전편의점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셉테드) 기반 ‘안전한 편의점’ 표준모델 개발 △긴급신고 시스템 개선 △경찰관 방문순찰을 유도하는 복지혜택이다.

  양측은 셉테드 설계를 도입해 △근무자 도피로 설계 △범인의 매장 침입 시도 예방 △고화질 CCTV 설치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BGF리테일 본사, 경찰청, 셉테드 전문가, 가맹점주, 근로자 등이 위원회를 구성해 설계에 참여하고 있으며, 5월 중으로 서울시 내에 설계를 적용한 직영점이 개점할 예정이다. 해당 점포의 운영을 통해 피드백을 진행한 뒤 설계모델을 확대할 예정이며, 이때 가맹점주 측의 비용 부담은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긴급신고 시스템도 오신고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선된다. 계산기에 긴급신고 기능을 추가해 화면을 터치하는 신고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것이다. 심야시간 대에 경찰관 대상으로 제품 할인을 통해 자연스러운 방문 순찰을 유도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다. 김기출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은 “개선방안을 통해 편의점의 치안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직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은 일부 대책은 실효가 있을 것이나, 범죄자와 아르바이트 근무자의 실질적 분리가 어려울 것을 우려했다. 김우진(문과대 사학14) 씨는 “범죄예방 설계를 도입하는 등 구조적 개선을 이루겠다는 취지는 좋으나, 범인의 매장 침입 시도를 예방한다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진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대책을 논의할 때 실질적인 근무 현장의 이야기를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 이민준 기자 lionking@
사진제공 | 알바노조
그래픽 | 김나영 기자 m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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