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의 꽃’이라 불리는 학생모임 활동. 최근 그 인기가 식었다고는 하나, 동아리 활동은 학점관리와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의 쉼터이자 새로운 자아를 계발하는 장이기도 하다. 교내동아리 밖에도 학회, 연합동아리 등 학생들은 다양한 곳에서 청춘을 보내고 있다.

  장수 동아리들은 탄탄한 교우 커뮤니티가 재학생들을 경제적, 정신적으로 뒷받침해주면서 끈끈한 선후배간 고리를 자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생긴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패션 동아리 ‘KLOSET’을 취재했다.

고려대의 역사를 연주하다, ‘관악부’
  본교에서 가장 오래된 동아리는 어디일까. 1955년 동아리 등록제가 시행됐을 때 제1호로 등록된 동아리는 당시 ‘취주악부’였던 지금의 서울캠 중앙동아리 ‘관악부’다. 올해로 62주년을 맞는 관악부의 역사는 따지고 보면 이보다 더 오래됐다. 1920년 보성전문(普成專門) 연예부(硏藝部)가 신설돼 전국적인 연주활동이 이뤄졌고, 그것이 1955년 취주악부로 계승된 것이기에 엄밀히 말하면 창단 97주년이 된 셈이다.

  취주악부의 창단에는 특별한 비화가 있다. 취주악부은 학교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1955년 당시 본교는 연세대와 각종 운동경기 및 응원을 참관했는데 연세대는 현대적인 관악대를 동원한 반면, 본교는 농악대가 동원됐다. 이에 고려대 역시 관악대를 창설했다. 클라리넷, 트롬본 등의 각종 악기를 구매해 군악대 출신의 학생들에게 이를 관리하도록 했다.

  김종완(문과대 한문16) 회장은 관악부가 지금까지 계속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교우회를 비롯한 선후배간의 돈독한 우의를 강조했다. “교우회 선배님들의 운영지원이 있어 회원들이 따로 회비를 내지 않아도 돼요. 특히 악기를 기부해주신 분들이 많아 악기를 꼭 사야만 하는 경우도 없어요.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동아리원이 활동하기에 많은 도움이 되죠.” 관악부 초창기에는 졸업생도 자율적으로 학교에 나와 재학생과 연주를 함께했다. 하지만 역사가 오래된 만큼 관악부에서 활동했던 졸업생의 수가 재학생 수보다 너무 많아졌고, 자연스레 연주를 함께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졸업생들만 모여 독자적인 연주회를 하게 됐고, 나아가 2004년엔 ‘위튜티(We Tutti)’라는 동호회를 조직해 졸업생들의 모임까지 형성됐다. 이와 별개로 관악부 출신이 가입하는 ‘관악부 교우회’도 유지되고 있다.

  동아리의 역사가 오래됐다는 점은 현재 관악부원들에게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선배나 후배나 음악에 대한 애정은 깊다는 공통점이 동아리를 지탱하는 힘이다. 재학생들은 연주회에서 실수 없이 공연하도록 최선을 다해 연습한다. “선배님들의 지원을 받는 한편, 행여 기대를 저버릴까 걱정이 되는 부담감도 있죠. 하지만 음악에 대한 애정은 모두 똑같기에 동아리가 계속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55년차 중앙동아리 서화회의 장수 비결은 자유로움이다. 사진제공 | 서화회

붓 대신 정으로 그리다, ‘서화회’
  동아리가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필요할까. 본교 서울캠 중앙동아리 ‘서화회’는 서예, 서양화를 다루는 전시창작동아리로서, ‘한국화회’를 포함 몇 안 되는 순수미술 동아리로다. 미술대 규모가 작은 고대에서 서화회는 1961년에 창설돼 55년이 넘도록 꾸준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처럼 서화회가 오래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엔 동아리원들의 ‘애정’이 있다. 권혁성(문과대 사회12) 회장은 동아리를 이끌어가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미술에 대한, 동아리에 대한, 사람들에 대한 동아리원들의 애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서화회가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선배님들의 끊임없는 애정이 서화회를 유지시켰던 원동력이 됐죠.”

  서화회의 이번 학기 동아리원은 110명에 이르고, 이중 신입회원은 80명 정도다. 초창기엔 규모가 지금보다 더 컸다. 1980년대엔 지원자만 300명에 이를 정도여서 면접을 거쳐 신입회원을 뽑았다.

  서화회에는 장수 동아리답게 졸업한 선배들로 구성된 동호회, ‘호미회’가 든든하게 동아리를 받쳐주고 있다. 서화회에서 활동을 하고 학교를 졸업하면 호미회에 가입할 자격이 주어진다. 덕분에 졸업한 이후에도 후배들과 교류하며 미술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 이처럼 선배들의 끈끈한 정이 있다 보니 서화회에서도 선배들의 도움을 받기가 수월하다. 호미회의 선배들은 매주 서화회를 찾아와 서예, 서양화 지도를 도와주고 있다.

  1년에 두 차례 있는 전시회를 제외하고는 학생들은 활동이 자유롭다. 서화회에 꾸준히 이어지는 전통 가치가 ‘자유로움’이어서다. 기수제도 없고, 강압적인 분위기도 없다. 운영진의 인수인계도 최소한의 것만 전달되고, 다른 사항은 구두로 필요할 때 이뤄진다. 그만큼 동아리의 운영이 당시의 회장과 동아리원의 자율성에 맡겨진다. 권혁성 회장은 서화회 운영의 목표를 ‘그림 그리는 재미’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과 함께 재미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목표예요. 다른 건 부수적이죠.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는 동아리로 남고 싶어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락, ‘고대 농악대’
 
매년 학기가 시작되면 세종캠 구성원의 안녕을 기원하고 액을 막아주는 ‘액막이’라는 풍물놀이가 한판 펼쳐진다. 본교 세종캠의 중앙동아리인 ‘고대 농악대’가 여는 신명나는 판이다. 과거 농촌에서 고된 농사일의 능률을 올릴 때나 명절 때 연주된 풍물놀이는 현재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보존될 만큼 전통적 가치가 인정되는 놀이다.

  농악대는 1980년대 세종캠이 개설될 당시 서울캠의 고대 농악대 단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 이후 지금까지 30년 넘게 잘 운영되고 있는 장수동아리다. 이지원(경상대 경영09) 농악대장은 농악의 매력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풍물놀이 악기 구성이 전부 타악기라서 리듬감이 분명해 들어본 적이 없더라도 풍물놀이 패와 관중이 함께 어울리기 쉽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아요.”

  이지원 농악대장은 지금까지 동아리가 잘 운영될 수 있었던 이유로 장수동아리로서 교내 인지도가 높은 점과 교우회를 기반으로 한 가족적인 분위기로 안정된 동아리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SNS 커뮤니티를 형성해 선배와 후배 간 정기·비정기 모임을 지속해서 갖고, 교우회 장학금이나 동아리 내 활동비를 지원해 주는 등 정신적·물적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매월 정기 회의가 끝나고 부르는 농부가는 30년 넘게 이어져 온 전통이다. 농부의 마음을 알고자 어깨동무를 하고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의미가 약간 희미해졌지만, 교우들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되는 것은 여전하다.

  하지만, 최근 농악에 대한 관심이 줄면서 농악대의 입단을 희망하는 학생이 줄었다. 이지원 농악대장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기 위해 변화를 모색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통 판굿의 형식만이 아니라 다른 동아리와 교류해 퓨전 풍물놀이를 구사하는 등 학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고대 농악대로 인해 한국 전통놀이인 풍물놀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최고의 플레이, ‘KUSMA’
  대동제, 입실렌티 등 축제로 떠들썩한 5월, 본교 세종캠 축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동아리가 있다. 세종캠 축구 중앙동아리 ‘KUSMA’다. KUSMA는 5월 한 달 동안 세종캠 녹지운동장을 선수들의 열정과 관중들의 함성으로 가득 메우는 ‘KUSMA컵’을 개최한다. KUSMA 역시 1980년대에 만들어져 30년 넘게 이어져 오는 동아리다. 올해 KUSMA에 입단을 희망한 지원자 수는 26명이며 현재 활동하고 있는 동아리원은 55명이다. 김상일(경상대 경영12) 회장은 축구라는 스포츠의 대중성이 KUSMA를 장수 동아리로 거듭나게 했다고 말했다. “축구는 한 명이 아닌 11명이 함께 이뤄나가는 운동이기 때문에 이겼을 때의 기쁨은 배가되고 지더라도 아쉬움과 슬픔을 팀원들과 나누며 팀원 간의 끈끈함이 더해지죠.”

  KUSMA는 ‘정회원 심사제도’라는 자체제도를 통해 다른 동아리들과 다르게 동아리 부원들의 성실함을 평가하고 있다. 이는 꾸준히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 중 하나로 매 학기 1년 이상 활동한 부원을 대상으로 기존 정회원들이 회의를 통해 정회원을 가려내는 제도다. 심사에 참여한 회원들의 만장일치로 통과해야 KUSMA 유니폼이 주어진다. 정회원 심사제도가 중요한 이유로 김상일 회장은 축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인 협동성을 꼽았다. 축구는 개개인의 능력만큼이나 팀원 간의 믿음과 협동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저희의 목표는 동아리원들이 졸업하고도 동아리가 좋아서 계속 찾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어 더 오래도록 사랑받는 동아리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 5년차 신생동아리 'KLOSET'은 본교를 대표하는 패션동아리를 꿈꾼다. 사진제공 | KLOSET

고대인의 옷장을 털어드립니다, ‘KLOSET’
  수십 년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아리가 있는 반면,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됐지만 활발한 활동을 하는 동아리도 있다. 세종캠 패션 중앙동아리인 ‘KLOSET’은 개성을 중요시하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2012년도에 새로 만들어졌다. 올해 동아리 입단을 위해 지원한 지원자 수는 43명으로 많은 학생의 관심이 집중됐다.
KLOSET은 사진전시회와 벼룩시장을 여는 등 패션 관련 행사를 열고, 정기적으로 모여 패션 트렌드나 관련 지식을 공유한다. 이동섭(경상대 경영12) 회장은 2016년도에 열린 사진전시회는 동아리원이 패션모델이 되고 학교가 배경이 돼 일반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목을 끌어 인지도를 높여 주었다고 소개했다. “동아리가 만들어진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정체성을 정립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에요. 사진전과 벼룩시장 이외에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패션과 관련된 활동들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신생동아리라 교우회의 지원이나 오랜 역사한테서 나오는 안정감은 부족하지만, 동아리 연합회에서 나오는 활동비와 동아리 내에서 모인 회비를 알뜰하게 쓰기 위해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논의한다. 개개인의 개성과 스타일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 여기는 KLOSET은 고대 내의 패션 커뮤니티를 만들어 더 많은 고대인의 옷장이 열리는 것이 목표다. 신생동아리를 이끄는 이동섭 회장의 포부는 당찼다. “세종캠 내의 최고의 패션 트렌드 메이커가 돼 고려대를 대표하는 패션 동아리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