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통해 세상과의 화해를 시작했어요” 지난 1월 연예인 솔비(여·34) 씨가 JTBC ‘말하는대로’ 방송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그는 악성 댓글과 강도 사건으로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그때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미술을 권유받았고, 미술을 하면서 심적 치유를 받을 수 있었다.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공황장애 진료를 받는 환자 수가 지난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15.8%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치료 방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병원에 예술치유센터가 개설되거나, 대학에 관련 학과가 신설되는 등 최근 대체의학의 일환으로 예술치유가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예술치유를 국가공인 의료로 인정하지 않아 자격증이 남발되는 등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예술치유란 무엇일까
  예술치유는 예술매체를 활용한 심신치료활동을 일컫는다. 예술매체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되는데 그중 미술치유, 음악치유, 무용동작치유가 대표적이다. 원상화(극동대 초등특수교육학과) 교수는 “예술치유는 예술을 소통의 매개체로 사용하여 내담자(상담을 받으려는 사람)가 자신을 탐색하고 통찰하는 과정”이라며 “이를 통해 심신의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술을 통해 감각을 일깨우고, 신경 자극을 통한 심적 이완과 자아발견 등 전반적인 역량강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특히 예술치유는 다른 심리치료와 다르게 치료 욕구가 없는 장애인, 어린아이와 같은 대상자에게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술치유의 종류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 철저히 구분돼있지는 않지만 경우에 따라 예술매체를 달리해야 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조현병 환자의 경우 음악치유에서 음악감상 기법을 사용해선 안 된다. 음악감상이 조현병 환자의 망상이나 환청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국통합예술심신치유학회 편집위원장 곽현주(건신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음악치유의 기법 중 하나인 GIM(음악에 의한 이미지 유도법)은 내담자를 몽롱한 트랜스 상태로 빠지게 해 조현병 환자의 경우 위험하다”며 “환자에 따라 어떤 기법을 사용할 것인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목받고 있는 예술치유
  예술치유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면서 예술치유를 활용하고자 하는 대학과 병원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건국대 대학원에 문학·예술치료 협동과정이 신설됐고, 11일부터 10일간 명지병원에선 명지병원 예술치유센터가 주최한 제5회 예술치유페스티벌이 진행됐다. 본교 안암병원도 문화예술시민단체 이노비(EnoB)와 2016년 업무협약을 체결해 매년 환자들을 위한 음악연주회를 열고 있다. 이노비 김유원 팀장은 “작년부터 안암병원의 소아청소년과와 암병동에서 음악공연을 진행하고 있다”며 “정서적인 치유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해 주로 병원에서 음악회를 연다”고 말했다.

▲ 2016년 3월 고대 안암병원 암병동에서 열린 문화예술시민단체 이노비(EnoB)의 아웃리치 콘서트 이미지제공 | 이노비(EnoB)

  “왜 우리는 행동을 조절하지 못할까요? 행동이 이뤄지기 전에 감각, 감정, 생각의 단계가 순차적으로 이뤄져요. 따라서 감각과 감정을 알지 못하면 생각 단계에서 왜곡이 일어나고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죠.” 16일 오후 5시, 고려대 근처 북카페 ‘지식을 담다’에서 음악치유경험 워크숍 ‘음악으로 나를 보다’가 열렸다. 고려대 학생을 포함해 7명이 워크숍에 참여해 음악치유를 경험했다. 워크숍을 진행한 위아름 음악치유사는 자신의 감각과 감정을 제대로 이해한 다음에야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여자들은 눈을 감고 긴장을 푼 채 준비된 음악을 들으며 오감을 깨우는 시간을 가졌다. 음악감상 이후엔 서로가 느낀 감각과 감정을 이야기했다. 워크숍에 참여한 이솔(문과대 중어중문13) 씨는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아 참여하게 됐다”며 “새로운 활동을 하며 심리적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16일 고려대 근처 북카페에서 진행된 음악치유경험워크숍. 음악을 듣고 느낀 감정을 각자 이야기 중이다. 사진 | 박윤상 기자 prize@

남발되는 자격증 문제
  예술치유는 과거보다 보편화됐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현재 한국에선 예술치유사 자격증을 민간에서 발급하고 있다. 국가에서 국가고시를 통해 발급받는 국가공인 자격증으로 관리하지 않아서다. 치료가 법적 자격을 갖춘 의료인에게만 해당하기에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예술‘치료’가 아니라 예술‘치유’로 표기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에서 예술치유사 자격을 관리하지 않다 보니 자격증을 발급하는 민간단체에 따라 기준이 다르고, 심사 역시 제각각인 문제가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 예술치유 관련 자격증을 검색하면 9개가 넘는 민간단체를 찾을 수 있다. 곽현주 교수는 “예술치유의 효과는 이를 다루는 치유사의 역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며 “남발되는 자격증 문제를 피하려면 예술치유를 받기 전에 치유사가 어떤 배경을 갖고, 어떤 공부를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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