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 사진 찍는다는 것 가능할까?
  사진은 시각을 이용해야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러기에 시각에 장애가 있는 시각장애인에게 사진의 세계는 접근하기 어려운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카메라가 디지털화 되면서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도구로 바뀌었다. 또한 예술의 범위가 확장되어 사진예술의 표현도 다양해졌다. 그로 인해 장인적 기술보다는 작품을 과정과 주제에 따라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시각의 도움 없이도 사진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은 시각을 이용하여 카메라로 ‘보고’ 자신의 생각과 구도를 현실화하여 표현해 내는 것으로 이해해왔다. 그러나 본다는 것을 시각적 행위로만 한정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맛을 보다’ ‘만져보다’ 등처럼 시각 외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각체계를 이용해 ‘표현해 내다’라는 의미로 접근한다면 사진을 찍는다는 것도 ‘눈으로 보고 만들어 낸다’라고 규정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카메라라는 기계를 이용해 ‘표현한다’로 이해하는 것이 옳겠다. ‘표현하기’는 사진예술의 길이기도 하다. 사진을 표현의 영역으로 확장하면(이미 확장되어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의 사진작업은 스스로 할 수 있는 분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와 같은 사진이 시각을 이용하지 않아도 표현할 수 있기에 시각장애인들이 지속적으로 사진활동을 해 오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도 시각장애인이면서 전업작가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세계 순회전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회가 열려 많은 사람이 관람하였다.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 사진의 역사
  우리나라의 시각장애인의 사진활동은 시각장애특수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수업의 일환으로 시도하는 것과 시각장애인 단체나 기관을 통하여 시각장애인 대상으로 하는 사진교실이 있다. 아직은 1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수준이다.

학교에서의 시각장애인사진
  학교에서의 경우를 살펴보면 필자가 인천혜광학교에 근무하면서 1995년 CA 시간에 사진부를 만들어 활동하였다. 이때 전국장애인예술제 사진분야에 학생 작품을 출품하여 수상한 적이 있기에 이미 시각장애인 학교 교육에서 사진활동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후 더 많은 학교에서 사진교육이 이뤄졌는데 학교 자체의 커리큐럼보다는 담당교사의 관심에 의하여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학교에서의 사진은 기업의 이미지와 연결되어 기업 광고 시장에도 이용되었다. 제일기획이 삼성전자의 기업 이미지를 결부시켜 한빛맹학교와 함께 사진 작업하였으며, 시각장애인 미술을 위해 만들어진 사단법인 우리들의 눈도 미술의 한 분야로 사진을 이용한 작업을 시도한 바 있다.

사회교육에서의 시각장애사진
  일반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진 활동의 시작은 2007년 상명대의 양종훈 교수가 주도하는 ‘마음으로 보는 세상’이 동아미술제 전시 기획 공모에 당선되면서 부터이다. 상명대 사진과 박사과정과 학부생들이 시각장애인 10명을 대상으로 교육과 함께 전시까지 이어지는 프로젝트를 일민미술관에서 전시하여 시각장애인들이 사진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이후 법인으로 등록하여 지금까지 매년 교육과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상명대의 교육과 전시를 계기로 2008년부터 시각장애인복지관 중심으로 사진교실이 이뤄지기 시작하여 서울 실로암시각장애기관, 울산, 인천, 광주시각장애 복지관 등에서도 사진교실이 개설되었다. 이러한 결과 많은 시각장애인이 사진을 접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으며 김태훈, 김현수, 시태훈, 신승엽 등 시각장애인으로 개인 작업하는 사진가들이 나오게 되었다.

글 | 이상봉 북성동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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