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당연한 여행길이 누군가에겐 꿈만 꿀 수밖에 없는 여행길일 수 있다. 모든 인간은 여행과 문화를 즐길 보편적 권리를 갖지만, 모두가 똑같이 누리기에는 신체적 조건이 다르다. 장애인은 많은 걸림돌에 부딪히며 비장애인과 동등한 여행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는 여행
  
장애인이 가장 누리고 싶은 문화여가활동은 여행이지만, 실제로는 장애인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여가활동은 TV 시청에 주로 한정돼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4년에 장애인 68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지난 1주일 동안 어떤 문화적인 활동에 참여하였는지’에 대한 질문에, 96%의 장애인이 TV 시청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여행 등의 관광활동은 9.8%에 불과했고 해외여행은 3.9%에 머물렀다. 하지만 장애인 38.3%가 여가활동 중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여행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애인복지연구센터 김성희 센터장은 “장애인이 밖으로 나와 사회참여를 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므로 긍정적인 효과가 충분하다”며 “장애 유형이 넓게 펼쳐져 있고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특성에 맞춘 개선방안들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유형별로 다르게 마주하는 ‘장애물’
  
장애인들은 공통적으로 여행지 관련 정보에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체장애인의 경우 관광지의 물리적 환경이 장애인에게도 적합한지를 알아봐야 하지만, 관련 정보를 찾는데 어려움이 크다. 국가 공식사이트에는 여행지별 장애물에 대한 안내 등 장애인 여행 파트의 업데이트가 거의 되지 않아서다. 지체장애인 문영민(여·32) 씨도 정확한 정보를 찾지 못해 대만 여행 도중 불편을 겪었다. 그는 대만의 ‘홍마오청’이라는 여행지에 문턱이 없다는 말과 휠체어 입장금지 팻말이 없다는 말을 듣고 갔지만 오래된 건물이라 입장이 어려웠다. 문영민 씨는 “요새는 여행 블로그가 많은데다가 지도 어플로 여행지나 식당 로드뷰를 보고 계단이 있는지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아직 정보가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물리적인 어려움은 국내 지방여행에서 많이 드러난다.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아 장애인 콜택시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수가 매우 적거나 없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있는 지역의 저상버스는 버스기사가 리프트 사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이용이 쉽지 않다.

  청각장애인은 관광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스마트폰으로 얻을 수 없는 자세한 관광정보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전화문의다. 청각장애인 이정하(공과대 전기전자15) 씨는 인터넷으로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얻기 위해 타인에게 전화를 부탁한 경험이 있다. 가이드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관광지의 정확한 장소안내판과 안내책자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정하 씨는 “가이드투어에서 얻는 정보를 비장애인과 비교적 동등하게 얻을 수 있는 자세한 안내가 된 책자나 어플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관광지 안내소도 전화문의뿐만 아니라 문자 문의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고려한 보조 장치도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 비장애인이 수월하게 여행할 수 있는 코스라도 시각장애인은 따라가기 벅차거나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이 잘 정비돼 있지 않은 길은 걸을 때 비장애인에 비해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경미한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신강희(남·24) 씨는 “점자판, 길안내 오디오 가이드, 안내블록, 수화안내서비스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배리어프리
  
현재 장애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이 보이고는 있지만 보편적인 환경이 조성되기 위해서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 한국관광공사는 4월부터 5월까지 장애인들의 여행기회 확대를 위한 사업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 free)다. 배리어프리란 기존 관광지 중 일부를 열린 관광지로 선정하고 예산을 투자해 장애인, 영유아, 노약자가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작업을 말한다. 한국관광공사 관광컨설팅팀 임철수 팀장은 “신체적으로 열악한 이들이 장애 없이 여행을 할 수 있게 하는 배리어프리 인증제도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은 동일한 여행상품의 보급이 어렵고, 해당 여행지의 시설 인프라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상품개발과 이동이다.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세부여행지의 이동정보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장애인 여행객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장애 유형을 위한 여행 상품을 선보이는 회사 어뮤즈트래블 오서연 대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여행의 경우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을 극대화하도록 하고 있다”며 “편백나무 길의 나무냄새, 부침개 부치는 소리와 냄새를 맡으며 즐기는 점심식사, 현지의 스토리텔러를 통한 마을의 이야기로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어린이, 외국인, 휠체어를 끄는 가족 등 모두가 접근 가능한 여행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특히 지방 관광지의 장애인 화장실, 저상투어버스의 경우 장애인의 수요가 많지 않아 관리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모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깃든 ‘유니버셜 디자인’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광컨설팅팀 정복신 과장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편리하다면, 노인, 영·유아 가족, 캐리어를 끄는 외국인 등 모두가 이용하기 편리한 환경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고, 환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서 장애유형에 따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 김해인 기자 in@
그래픽 | 김시언 기자 sean@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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