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가에선 대자보 게시를 통해 내부의 문제를 폭로하기도 한다.

  근래 대학가에서 내부공익제보로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들이 많았다. 특히 작년과 올해에는 본교와 타 대학에서 내부자를 통해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일어났던 언어성폭력이 고발되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전문가들은 내부공익제보가 일상과 가까워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1990년대 정부와 군사를 향했던 내부공익제보는 2000년을 지나면서 많은 이들의 일상으로 다가갔다. 내부공익제보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시민단체인 호루라기 재단의 이지문 이사는 “식품회사, 자동차회사, 그리고 대학가 등에서 발견되는 내부공익제보는 ‘내부공익제보’ 자체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내부공익제보의 일상화는 그에 따른 자정작용을 고려했을 때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하지만 일상은 아직 내부공익제보를 하기엔 힘든 공간이다. 법적으로 보호받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그리고 대학가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 웹툰에선 제보를 통해 소재를 받기도 한다.

대학가에서도 발견되는 내부공익제보
  
최근 대학가에서 발생한 내부공익제보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내부자의 카카오톡 단톡방 대화 공개, 대자보 게시,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을 통한 제보 등이 있다. 제보 내용도 다양하다. 학과 내 군기 문화부터 교수나 학생의 부적절한 발언 등이 터져 나왔다. 2014년엔 제 47대 고대공감대 선거운동본부 선본장의 부정선거 폭로로 제 47대 안암총학생회장단이 사퇴하고, 선거가 무효화되기도 했다. 이지문 이사는 “내부자가 공동체 내의 비리를 제보하는 것은 전부 내부공익제보”라며 “법에서 정하는 내부공익제보의 규정은 보호 대상자를 구분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특히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에는 익명의 힘을 빌려 많은 고발성 제보가 등장했다. 4월 6일 한양대 대나무숲에는 체육학과 교수 두 명을 고발하는 내용이 제보됐다. △낮은 질의 강의와 그 밖의 부당한 압력 행사 △성적 수치심을 느낄만한 언행 등에 대한 제보였다. 이에 한양대 체육학과 교수 일동은 사과문을 게시했다. 미디어미래연구소 김유석 연구위원은 “대나무숲 페이지의 익명성 보장은 내부공익제보의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학생회와 전문가들은 자정작용을 들어 내부공익제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작년 6월 카카오톡 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던 정경대의 유시영 학생회장은 “사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의 경우 내부공익제보자가 없는 한 피해 당사자가 모른 채 넘어갈 수 있다”며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내부공익제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2017학년도 상반기 정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장=이승준)에선 ‘인권침해사건대응세칙’이 제정됐다. 학내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세부적인 대응과 집행 관련 사항을 규정해 총학생회원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내부공익제보를 통한 공론화는 담론의 발전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서울시립대 반부패시스템연구소 권우덕 선임연구원은 “내부공익제보를 통한 공론화는 대중이 개인의 무의식 속에 있던 편견들을 재평가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내부공익제보 하기에 힘든 환경
  
대학은 내부공익제보 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다. 사건 자체보다 피해자, 내부공익제보자 등 사건 관계자에게 이목이 집중돼서다. 작년 9월 연세대에선 한 남학생이 소속 학과 동기 남학생들의 단톡방 내용을 일부 공개해 언어성폭력 실태를 제보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의 내부공익제보자는 “내부공익제보 자체가 공동체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 특정 공동체의 이야기로 낙인찍는 사람들 등이 많다”며 “제보를 통해 드러난 사건 자체와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과나 대학원 연구실이 소규모인 특성상, 신원 노출의 위험이 크다. 특히 대학원의 경우 다수의 제보는 20명 이하의 소규모 연구실에서 발생한다. 대학원생의 내부공익제보는 졸업논문 심사, 학계 평판, 취업, 장학금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선후배나 지도교수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불합리한 일을 제보하기 힘든 이유다. 본교 일반대학원 석사과정인 A 씨는 “대학원생들에게 주어지는 여러 혜택들을 받기 위해선 지도교수의 허락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불합리한 상황이 있더라도 말하기 힘든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선우 원총학생회장은 “내부공익제보자의 신원 노출 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내부공익제보자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보 전 충분한 준비 필요해
  
내부공익제보에 앞서 관련 법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준비가 요구된다.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형법상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김유석 연구위원은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무엇이든 명예훼손죄에 성립할 수 있다”며 “페이스북 대나무숲을 통한 제보여도 제보 대상자를 직·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면 문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내부공익제보자는 명예훼손죄를 면책 받을 수 있다. 관건은 제보의 ‘공익신고’ 충족 여부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공익신고는 공익침해행위의 발생 신고부터 공익침해행위 수사의 단서를 제공하는 것까지 해당된다. 변호사이선경법률사무소 이선경 변호사는 “특정 대상 비방용이 아니고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명예훼손죄를 면책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보에 앞서 시민단체나 변호사와의 상담을 우선적으로 권한다. 제보가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공익신고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다. 이지문 이사는 “시민단체, 변호사 등과 상담을 가진 후 국민권익위원회나 단체를 통해 제보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유팔무(한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도 “개인적으로 제보하기 보단 1차로 시민단체에 제보한 후 보복성 고소 등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 | 서주희 기자 standup@
사진 | 구자원 기자 9esource@
이미지 출처 | tvn 드라마 미생 캡쳐, 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 캡쳐,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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