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네번의 호루라기 소리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네번의 호루라기 소리
  • 서주희 기자
  • 승인 2017.05.22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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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내부공익제보 훑어보기

내부공익제보자, 영어로 휘슬블로어(Whistle Blower)는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이다. ‘삑-’하는 소리에 사회는 멈추고, 긴장하고, 전진한다. 우리 사회에도 수많은 호각이 울렸고, 어딘가 잘못됐던 흐름은 제각기 길을 찾아가고 있다.

 

호각 1: 국가의 민간인 사찰을 중단하라!
  
1990년 10월,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에서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은 보안사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실을 알렸다. 당시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 김영삼 민주자유당 최고위원, 김수환 추기경 등 약 1300여 명의 민간인이 불법 사찰당하고 있었다.

  국방부는 곧장 해명에 나섰지만, 여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미 윤 이병이 동향 파악 대상자 색인표, 개인 신상 서류철, 컴퓨터 디스켓을 증거로 제시한 후였다. 결국 국방부는 사찰 사실을 시인했다. 장관과 보안사령관은 해임됐다. 윤 이병은 특수군무이탈 혐의로 체포된 후 1992년 실형 2년을 선고받았다.

  윤 이병이 만기 복역하고도 4년 뒤, 대법원은 보안사의 사찰 대상자였던 14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국가의 상고를 기각했다. “국가가 원고들에게 각각 200만원 내외의 위자료를 지급하라.” 윤 일병의 용기를 외면하지 않은 원심이 확정됐다.

 

호각 2: 군 부재자투표에 대한 부정행위를 멈춰라!
  
1992년 3월, 육군 9사단 이지문 중위는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군 부재자투표 과정에서 자행된 부정행위를 알렸다. 군 수뇌부의 주도로 공개투표, 대리투표, 여당지지 정신교육 등이 자행됐음이 폭로됐다. 국방부는 이 중위의 제보가 허위라고 즉각 대응했으며, 이 중위는 근무지역 무단이탈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와 언론사 등에는 200명에 달하는 익명의 군인들로부터 군 부재자투표 관련 제보가 빗발쳤다. 통신사령부 이 모 일병의 추가 제보가 있자, 국방부는 몇몇 부대에서 군 부재자투표에 대한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파면 조치됐던 이 중위는 전역한 군인들의 증언 덕에, 중위 신분으로 명예 전역했다.

이 중위의 제보로 국방부는 투표제도를 개선했다. 당해 대통령선거부터 군 부재자투표는 영외에서 이뤄졌다.

 

호각 3: 건강한 혈액을 공급하라!
  
2003년 9월, 대한적십자사 직원 4명은 혈액사업본부가 에이즈와 B형·C형 간염, 말라리아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을 환자 수혈용과 의약품 제조용으로 유통한 사실을 밝혔다. 언론 보도 후 적십자사는 제보자 처벌을 위해 색출 작업을 펼쳤다. 적십자사의 색출 작업에 두려웠던 제보자들은 해당 사실을 부패방지위원회에 제보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감사원은 오염된 혈액으로 에이즈, 간염, 말라리아에 걸린 사람이 각 6명, 10명, 4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매독균에 감염된 혈액이 유통된 사실도 밝혀졌다. 명백한 조사 결과에도 묵묵부답이었던 적십자사는 결국 제보로부터 10개월 뒤 인정했다. 적십자사는 계속해서 제보자들을 처벌하려 했지만, 부패방지위원회의 권고로 입장을 철회했다.

  적십자사 직원들의 제보 이후에야 정부는 혈액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혈액안전관리개선기획단과 보건복지부 혈액 안전 관리 전담 부서인 혈액정책과가 대표적이다.

 

호각 4: 안전한 철도 차량을 제공하라!
  
2011년 5월, 부산발 서울행 KTX 열차가 심한 진동과 소음을 일으켜 승객들이 대피한 사건이 발생했다. 철도공사 직원 신춘수 씨는 해당 차량의 견인 전동기가 사용 기한이 지난 부품이며, 견인 전동기 내 베어링은 완전히 녹아내린 상태라는 것을 밝혀냈다.

  당시 철도공사는 “과열된 엔진을 식히기 위해 속력을 줄였을 뿐 엔진 고장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 씨가 사고 원인을 입증할 수 있는 사진을 입수해 철도노조 본부에 보고했고, MBC를 통해 사건이 보도됐다. 업무상 비밀 유출로 해고당한 신 씨는 권익위의 보호조치를 받았고, 철도공사의 사장이 바뀌어서야 복직할 수 있었다.

  신 씨의 제보로 철도공사는 KTX는 운행 횟수를 줄여 정밀 조사를 하고, 사용 기한이 지난 차량의 부품을 전량 교체했다.

 

글 | 서주희 기자 standup@
이미지 출처 | 호루라기 재단
참고 | 내부고발자 그 의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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