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제공 | 국가핵융합연구소
▲ 그래픽 | 김나영 기자 me0@

  기후변화 대응과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그동안 값싼 전력을 제공하며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기반이 되어 왔던 화력과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대체할 에너지원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한 대안보다는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가 그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적인 예측에 기대고 있는 현실이다.

  2000년대에 이후 재생에너지 확대를 꾸준히 준비해 오던 독일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노후 원전 가동중단과 2022년까지 탈 원전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 전환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그 성패에 전 세계 에너지 정책 관련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높은 전력요금과 전력 예비율의 뒷받침 아래 진행된 독일의 에너지 전환 프로그램은 태양광의 급격한 증가를 통해 전력 생산의 30%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할 정도로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 투입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이산화탄소 배출의 감소는 야간이나 흐린 날은 화력 발전이 태양광 발전을 대체하면서 오히려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올해 초에는 태양과 바람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예비전력의 최대 가동을 통해 대 정전을 가까스로 피하는 에너지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을 받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와 같이 에너지 자급율이 매우 낮으면서 후쿠시마 이후 원전 제로를 선언했던 일본 역시 재생에너지의 확대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고 화석연료 수입이 크게 증가하였다. 그래서 원전을 후쿠시마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전력 에너지 믹스를 결정하고 원전을 재가동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안전하고 풍부한 새로운 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그 해답은 아직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에 가장 가까운 해답은 우주 속에 있다.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수많은 별들이 에너지를 내고 있는 원리인 핵융합 반응이 그 열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그렇기에 이번 글에서 핵융합 에너지에 대하여 다루고자 한다.

  핵융합 에너지란 무엇인가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통해 핵반응의 과정에서 질량이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그리고 원자폭탄이라는 가공할 무기의 등장으로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핵분열 반응을 통해 높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후 이의 평화적 이용을 통하여 제4의 불로 일컬어지는 원자력 발전이 화석 에너지 이후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핵분열 반응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동위원소처럼 무거운 핵종인 핵연료 물질이 중성자와의 충돌에 의해 쉽게 쪼개져서 몇 개의 중성자와 핵분열 생성물이 나오면서 손실된 질량에 해당하는 높은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특히 이 때 나오는 중성자가 다시 연쇄적인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면서 원자폭탄과 같은 큰 에너지를 짧은 시간에 발생시킨다. 비로 이 핵물질의 구성과 배열을 조절하여 이 반응을 안정적으로 천천히 일으키는 것이 원자력 발전이다. 이 때 생성되는 핵분열 생성물이 반감기(방사선을 내는 방사성 동위원소의 양이 반으로 주는 기간)가 길고 높은 방사능을 가지고 있어 이를 포함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의 관리 및 처분이 원자력의 안전 운전과 함께 원자력 발전의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핵융합 반응은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소의 원자핵이 합쳐지는 반응 으로 이 때 줄어드는 질량에 해당하는 높은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 핵융합 발전이다. 여러 가지 핵융합 반응 중 가장 쉽게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결합하여 헬륨과 중성자가 나오면서 17.6MeV(메가 일렉트론 볼트)의 에너지를 내는 반응이다. 연료로 사용되는 중수소의 경우 지구상에 거의 무한히 많이 존재하는 바닷물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다. 삼중수소의 경우는 만들어 써야 하는데 현재 배터리에 널리 쓰이고 있는 리튬에 핵융합 반응에서 생기는 중성자를 쪼여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핵융합 반응의 연료는 바닷물과 리튬인 셈이고, 반응의 결과물은 헬륨 가스와 에너지가 되게 된다. 따라서 핵융합 에너지는 연료의 공급에 문제가 없으면서 온실 가스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만들지 않는 깨끗하고 풍부한 에너지원으로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로 주목 받고 있다.

  핵분열 반응은 중성자에 의한 연쇄 반응이므로 일단 반응이 시작하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서 반응을 억제하여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융합 반응은 가벼운 두 원소의 원자핵이 결합해야 하는데 원자핵은 양의 전하를 띠고 있어 두 개가 만나 반응을 하려면 원자핵의 크기에 해당하는 10^-14 m 정도로 아주 가깝게 접근해야 한다. 이 때 같은 전하를 띠는 두 원자핵이 밀어내는 쿨롱 힘이 매우 커서 이를 이기고 반응이 일어나려면 수억 도의 높은 온도가 요구된다. 반응에 필요한 높은 온도에 이르도록 가열하는 것과 이를 유지하기 위해 가두어 두는 기술의 확보가 핵융합 에너지의 구현에 중요한 기본 조건이 되게 된다.

  핵융합 반응이 활발히 일어나려면 앞서 설명한 것처럼 수 억도의 높은 온도가 유지돼야 한다. 핵융합로에서는 핵융합 반응에 의하여 중성자와 함께 생성되는 3.5MeV의 높은 에너지를 가지는 헬륨 이온에 의하여 스스로 가열되어 핵융합 반응이 지속되도록 높은 온도가 유지될 수 있다. 이러한 높은 온도에서는 기체 상태를 지나 원자가 이온화되어 전자와 이온으로 구성되는 물질의 제 4의 상태라 불리는 플라즈마 상태에 있게 된다. 여러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전기장을 이용하여 효과적으로 가열하여 고온의 플라즈마를 만들 수 있고, 로렌츠 힘에 의하여 하전 입자가 자기장 주위를 회전하는 원리를 이용하여 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게 된다. 자기장을 이용하여 고온의 핵융합 플라즈마를 가두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재 가장 잘 발달되어 널리 연구되고 있는 방식은 옛 소련에서 개발된 토카막이라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 건설되어 국내외 핵융합 연구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Korean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도 이러한 토카막 방식이다.

  한국형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 ‘KSTAR’
  
우리나라의 핵융합 연구는 1970년대 말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지어진 SNUT-79 토카막 장치로부터 시작되어 1990년대 초까지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1995년 국가핵융합개발 기본계획의 수립과 함께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위한 중간 진입 전략으로 세계적 수준의 초전도 핵융합 장치인 KSTAR의 건설이 시작되어 2007년 성공적으로 건설을 마치었다. 2008년 최초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하면서 국제적인 핵융합 연구 그룹에 참여하게 된다. 특히 KSTAR 건설 경험을 자산으로 2003년 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의 핵융합 선진국이 주도하던 국제열핵융합로(ITER) 프로젝트를 위한 국제기구에 당당히 참여하여 후발국임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건설 단계에 진입한 ITER 건설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KSTAR 운전을 통해 길러진 핵심 연구인력들이 향후 ITER 운영단계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30년대 ITER의 성공적인 운영은 첨단 재료 등 핵융합로공학 기술의 개발과 함께 진행되게 될 실증로를 통해 21세기 중반 전기생산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핵융합 연구소에서 구축하여 운영 중인 KSTAR 토카막은 도넛 형태의 자기 밀폐장치로 외부에서 강력한 자기장을 도넛의 축방향으로 걸어 주어 고온의 플라즈마가 자기장 주위로 로렌츠 힘에 의해 원운동을 하면서 가두어져서 핵융합 반응이 효과적으로 일어나도록 하는 장치이다. 강한 자기장이 걸려 있는 축방향으로 하전 입자로 구성된 고온의 플라즈마에 전류를 흘려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 장치가 핵융합 발전을 위해 연속 운전을 하려면 높은 세기의 자기장이 계속해서 걸려 있어야 하므로 KSTAR와 같이 초전도 자석을 사용하여야 한다. 또한, 플라즈마 전류를 연속하여 걸어 주기 위해 변압기의 원리인 패러데이 법칙을 이용한 저항가열 전류구동과 함께 앞서 고온의 플라즈마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였던 중성입자빔(NBI) 또는 고주파 가열 장치를 이용한 비유도성 전류구동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핵융합 플라즈마를 자기장으로 가두어 주는 KSTAR와 같은 토카막 장치의 경우 플라즈마의 온도와 밀도가 높아짐에 따라 높아진 압력 구배와 이를 안정적으로 가두기 위한 높은 플라즈마 전류에 의해 여러 가지 불안정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제어하여 높은 가둠 성능을 얻기 위한 플라즈마 특성 진단과 제어가 핵심적인 연구 분야이다. KSTAR는 여러 가지 진단 장치를 구축하여 핵융합 플라즈마의 특성을 파악하고 NBI, 전자공명 가열장치(ECH) 등의 가열 장치와 내부 제어 코일 등을 활용하여 안정적이고 높은 압력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국가 핵융합연구소에 설치 운영 중인 KSTAR 장치는 국가적인 핵융합연구 시설로서 21세기 중반 핵융합 발전의 실현을 위한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장기적인 우리의 꿈이 이루어지려면 KSTAR와 같은 세계적인 장치와 함께 이를 활용한 첨단 연구를 수행할 우수한 인력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핵융합 기초연구를 위해 설치된 서울대, 카이스트, 울산과기대의 거점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활발한 기초연구와 인력 양성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KSTAR에 설치된 첨단 진단장치 중 울산과기대 박현거 교수가 주도하는 거점센터에서 개발한 이차원 전자사이클로트론 방사 진단계(ECEI)는 그 성능이 뛰어나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결과들을 생산하고 있다. 서울대 거점센터에선 고성능 토카막 운전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VEST (Versatile Experiment Spherical Torus)라는 장치를 건설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이제 자리 잡기 시작한 대학의 기초 연구와 인력 양성 활동이 세계적인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를 이용한 우리나라 핵융합 연구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글 | 황용석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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