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보호 없는 현행 노동시장... 새 정부에서 노.사.정 협의 이뤄내야
노동자 보호 없는 현행 노동시장... 새 정부에서 노.사.정 협의 이뤄내야
  • 서주희 기자
  • 승인 2017.05.29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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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첫 공식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했다. 이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정일영 사장은 올해 안으로 신규 고용을 포함해 공항에 상주하는 하청업체 직원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의 첫 공식일정에 발표된 내용인 만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는 힘을 얻는 듯하다. 과연 오랜 시간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

- 노동시장의 유연화란
  “우선 생산물시장과 노동시장 간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생산물시장과 노동시장은 연동되는 특성이 있다. 예컨대 자동차 판매 수량에 따라 자동차 공장의 필요 인력 수가 바뀌는 것처럼 노동시장은 생산물 시장에 맞춰 변할 수밖에 없다. 이게 노동시장의 유연화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두 방법으로 가능하다. 하나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등 인력 수 변동을 통한 수량적 유연화다. 다른 하나는 임금, 노동 시간, 작업 조직 변동 등 인력 수 조절 외의 것을 통한 기능적 유연화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인력 수를 조절한 수량적 유연화가 진행돼왔다.

  한국에서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구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이 신자유주의 구조로의 개혁이었다. 신자유주의 시장 중심 기조에 따라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진행됐다. 근로기준법에 정리해고제를 도입했으며,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기업이 경영상의 이유로 고용을 대규모로 조정하는 것을 합법으로 만들었다.”

-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화는 어떻게 진행돼왔나
  “노동시장 유연화는 크게 유럽형 모델과 영미 모델로 나뉜다. 유럽형 모델은 시장의 유연성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안정성도 보장한다. 노동시장 정책 결정에 앞서 사용자가 노동조합과 합의 과정을 갖기 때문이다. 반면에 영미 모델은 안정성보단 신자유주의 시장 중심의 유연성을 상당히 강조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1990년대 말부터 영미 모델 시장 정책을 많이 도입했고, 노동시장은 미국 못지않게 불안정해졌다. 특히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등장한 국민의 정부 중반 이후론 급증한 비정규직이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비정규직은 4가지 형태의 고용을 포괄한다. 임시직, 파트타임, 간접고용, 특수고용이 있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비정규직 중에서도 임시 계약직이 가장 큰 문제였고, 이에 2007년 임시 계약직을 보호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흔히 비정규직법이라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2008년 이후 기업들이 해당 법의 규제를 피하고자 파견·용역·하청 업체와 계약을 맺는 간접고용을 택하기 시작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비정규직 문제는 임시 계약직의 문제에서 간접고용의 문제로 바뀌었다.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중간 업체가 생기면서 고용 불안정의 문제가 생기고, 사용자에게 직접 고용된 노동자와의 임금 격차 문제가 생긴 것이다.

  2008년부터 간접고용 관련 문제는 계속 제기돼왔지만, 간접고용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은 제대로 제정될 수 없었다. 보수정권이 친기업 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간접고용 노동자 보호를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국민의 정부가 노동개혁을 했고,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참여정부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정책 기조를 어떻게 평가하나
  “간접고용 문제를 포함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점과 그 방향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다만 정책 실현을 위해선 몇 가지 협의를 이뤄내야 한다. 우선 재원 마련을 위한 국회 내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다음으론 노사 협의가 필요하다. 간접고용에서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된 노동자와 기존 정규직 노동자 간 달랐던 처우 등 업무 관계에 대한 협의를 포함한다. 특히 비정규직 정규직화 전환에 요구되는 재원을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정규직의 협조로 조달할 수 있다면, 노사협의는 더욱 중요해진다. 마지막으론 정부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다. 새 정부의 정책에 따라 각 부처의 공무원을 선발하거나 산하 공기업의 비정규직을 전환하는 것이 부처의 일인 만큼 정부 정책에의 협조가 필요하다.”

- 민간기업의 비정규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민간기업의 비정규직 문제는 두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 하나는 민간기업의 자발적 참여다. 실제로 최근 새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예고함에 따라, SK그룹은 자회사를 설립해 간접고용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또한 간접고용 돼 있는 노동자를 포함해 무기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기업을 규제하는 내용이기에 기업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법을 제정해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반발이 야당의 법 제정 반대 근거가 돼 법 제정이 제대로 안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 내지 대화 후 국회 동의를 구하는 순서로 접근해야 한다. 관련 이슈에 대해 노사가 합의를 한 후, 국회에 관련 법, 예산을 처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과정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다.

  19대 대선에서 유력 정당 5곳의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원 등 비정규직 차별 개선을 공론화한 바 있으니 그것부터 해결해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글 |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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