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국회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재벌저격수’로 이름을 떨친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플래시가 쉼없이 터졌다. 그 중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힌 건 김상조 교수의 손에 들린 낡은 가죽가방이었다. 군데군데 터지고 해진 가방은 대학원생 시절부터 20여 년 간 김 교수의 책과 서류를 담아왔다. 북적거리는 청문회장, 책상 아래 낡은 가방은 김상조 교수의 옆을 지키고 섰다. 김 교수는 청문회 도중 자신은 별로 검소하지 않다며 부부 연간 카드 사용액이 2000만원 가량이고, 자동이체와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주당 100시간 일해서 돈 쓸 시간이 없다”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와중에 김상조 후보자는 국회의원들이 쏟아내는 의혹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위장전입, 아내의 토익 점수, 자기논문 표절, 카드사용액 0원 등의 질문이 나왔으나 각각 아내의 암 치료를 위한 이사, 토익 점수에 대한 경위 조사 약속, 게재 이후 조치 내용과 사과 등 소명을 이어나갔다. “소득신고액이 1억을 초과하는데도 카드 사용액이 0원”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소득공제액에 못 미치는 사용액이기 때문에 연말정산에서 0원으로 기록됐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청문위원들은 김상조 교수에게 의혹과 질의를 이어나갔지만, 국민의 시선은 청문회장 전체를 아우르고 있었다. 충분히 이해할 만한 해명이었다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제기된 의혹들에서 국회의원들조차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까지. 자기논문 표절이라는 지적에는 “여의도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단어에 불과하다”며 “중복게재로 정정해야 한다”는 맞대응까지도 등장했다.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은 인사청문회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국민이 인사청문회를 ‘청문’하는 것이다. 후보자가 직무를 얼마나 잘 수행할 지에 대한 질문 대신 후보자와 그 가족을 흠집 내고, 끌어내리는 것에만 혈안이 된 청문회는 더 이상 국민의 눈을 피해갈 수 없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내각을 구성해나가는 과정으로 인사청문회는 한 달 여간 계속될 것이다. 7일 하루에만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국민은 스마트폰으로, 노트북으로, TV로 청문회를 지켜볼 것이다. 후보자뿐만 아니라 청문회 전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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