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5 13:32 (금)
야근, 야근… 개발자 숨통 틔울 구조개선 시급
야근, 야근… 개발자 숨통 틔울 구조개선 시급
  • 박윤상 기자
  • 승인 2017.06.06 1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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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김나영 기자 me0@

  작년 11월 엔씨소프트 사옥 10층에서 20대 개발자 A씨가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달 넷마블게임즈의 자회사 넷마블네오에선 20대 직원 B씨가, 7월엔 넷마블게임즈의 30대 직원 C씨가 돌연사했다. 돌연사의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망한 이들은 모두 게임 개발직의 종사자였다. 평소 구로구에 위치한 넷마블 본사는 밤늦도록 불이 꺼지는 시간이 없어 ‘구로의 등대’라고 불렸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방치돼온 게임업계의 근로환경에 대해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야근 강제하는 게임사 ‘크런치 모드’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5월 22일 고용노동부는 넷마블게임즈를 비롯한 넷마블 자회사 12개사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근로자의 약 63%(2000여명)가 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6시간을 더 근로했고, 연장근로 수당과 퇴직금 등 44억여 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곽철홍 사무관은 “위반사항에 대해 체불임금 전액 지급 등의 시정을 지시했고, 2주간의 시정기간 동안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로 사법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게임업계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게임산업협회와 간담회를 가지며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 넷마블은 이번 감독을 계기로 신규채용, 야간 근무자 별도 편성 등 ‘일하는 문화 개선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유독 게임업계는 다른 업계에 비해 야근이 많은 편이다. 게임 프로젝트 마감일에 맞춰 업무 강도를 높이는, 일명 ‘크런치 모드’ 때문이다. 게임 패치의 경우엔 짧게 2~3일이지만, 보통 한 달에서 길게는 수개월까지 크런치 모드가 이어진다. 게임개발자연대 오영욱 이사는 “게임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크런치 모드에 돌입하면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 주말에도 출근한다”며 “업무 능력이 떨어지지만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기에 대부분의 직원이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개발사 압박하는 퍼블리셔 구조
  2010년 이후 게임 플랫폼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게임업계의 근로환경이 더 열악해졌다. 모바일 플랫폼의 특성상 유저들의 플레이 기간이 짧아 새로운 게임을 개발해야 하는 주기가 짧아져서다. 이에 따라 크런치 모드는 더욱 잦아졌고, 개발자의 자율성은 줄어들었다. 노동시간센터 김영선 연구위원은 과거보다 게임의 마케팅 중요도가 상승하면서 개발사와 퍼블리셔 간 구조가 불균형해졌다고 설명했다. 개발 자금과 마케팅 비용이 부담스러운 개발사를 위해 넷마블, 엔씨소프트와 같은 퍼블리셔가 개발사와 계약을 맺는데, 단기간에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퍼블리셔가 개발사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김영선 연구위원은 “모바일로 게임 플랫폼이 옮겨가면서 퍼블리셔의 불공정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며 “일정을 빠듯하게 잡거나, 단가를 낮추고, 표준 임금을 주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중소 개발사가 줄어들며 허리가 끊어진 것도 퍼블리셔의 힘이 강해진 원인으로 꼽힌다. 대형 퍼블리셔는 중소 개발사를 자회사로 인수해 독점화하는 방식을 계속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2015년 매출액 기준 총 885개의 업체 중 상위 20개 업체의 매출액이 전체의 60%를 차지할 정도다.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대형 퍼블리셔는 많은 자회사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게임을 출시하기에 일반 중소 개발사의 경우 이들과 경쟁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실태조사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게임업계의 근로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실태파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태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이나 법안 개정은 이르다는 것이다. 김영선 연구위원은 게임업계의 근로환경 실태조사를 위해 콘텐츠진흥원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하는 게임백서에 근로에 관한 실태조사가 전혀 없다”며 “실태조사를 추가하고, 나아가 콘텐츠공정거래위원회를 신설해 개발사와 퍼블리셔 간 불공정 거래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개발자연대 오영욱 이사는 “지금까지 정부의 게임 정책은 즉흥성이 강했다”며 “실태조사와 이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선행된 이후에 구체적인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치계에도 게임업계의 근로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있다. 지난 2월 정의당에 IT전문 노동상담센터 ‘디버그’가 신설돼 운영 중이고, 25일엔 디버그에서 게임업계 종사자 621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디버그 관계자는 “연장근로, 임금체불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며 “아직 문의가 많지 않지만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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