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손 안에 쥐어진 스마트폰 하나로 대중 간의 소통은 좀더 손쉬워졌다. 크라우드펀딩은 이와 같은 미디어 발달에 따라 새롭게 등장했다. 크라우드펀딩은 대중을 뜻하는 크라우드와 자금 조달을 뜻하는 펀딩을 조합한 용어로,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자금을 조달받는 형태로 진행된다.

  크라우드펀딩의 한 유형인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은 참여자가 돈을 지불한 대신 어떠한 형식으로든 보상받는 방식으로 참여자를 모은다. 여기에 색다른 아이디어들이 가미된 새로운 형태의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이 등장하고 있다.

  사회공헌단체의 공감을 통한 후원
  사회공헌단체는 스토리를 만들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이에 공감하는 대중에게 후원금을 받는다. 대중의 후원금으로 사업 자금을 조달받는 것이다. 크라우드펀딩 당사자들은 투자자들에게 되돌려줄 리워드 상품 제작이나 목표액 달성까지 갖는 부담감이 어느 정도 있다고 토로한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의 경우 목표액을 달성할 경우에만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모금액까지 달성하지 못한 경우, 마감일까지 모인 모금 목표액은 투자자에게 다시 돌아간다. 텀블벅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암전 콘서트, ‘Touch your heart’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이선옥(여·27) 씨는 “자금이 없지만 아이디어를 가진 대학생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페이스북을 통해 후원금을 받을 수 있어 도전했다”며 “다행히 목표금액에 성공했지만, 한정된 시간에 목표금액을 달성하지 못하면 완전히 무산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말했다.

  후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의 대부분은 창작자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 형태의 ‘리워드’를 돌려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리워드의 마련이 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부담이 크다. 폐지 줍는 노인의 리어카에 광고 사업을 진행한 서울대 인액터스 끌림 프로젝트의 박은호 팀장은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프로젝트가 아니었는데 따로 텀블러, 뱃지 등 리워드를 준비했어야 해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이에 기존 크라우드펀딩에 ‘이야기’라는 콘텐츠가 더해진 각종 펀딩 프로그램은 모금액을 달성하지 못해도 콘텐츠만 만들어졌다면 프로젝트 진행을 돕고 있다. 카카오의 ‘스토리펀딩’과 SBS의 ‘나도펀딩’이 대표적이다. 두 펀딩 플랫폼은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해도 프로젝트에 모금액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부담감을 줄였다. 카카오 스토리펀딩 파트 김귀현 파트장은 “다른 크라우드펀딩이 제품을 만들고 공연을 하는 행위 자체가 중심이라면 스토리펀딩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며 “목표액을 100% 달성을 하지 못하더라도 콘텐츠는 나왔기 때문에 소액이더라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받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SBS의 ‘나도펀딩’도 마찬가지다. 나도펀딩을 담당하고 있는 SBS 뉴미디제작부 이슬기 차장은 “취재 후 보도된 뉴스에 대해 사회공헌단체들과 함께 펀딩을 진행한다”며 “이미 취재가 된 뉴스다보니 취재비는 들지 않고 펀딩된 돈은 모두 실제 수혜자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저널리즘으로의 발돋움, ‘뉴스 펀딩’
  
크라우드펀딩은 저널리즘 실현 방식 중 하나로 사용되기도 한다. 뉴스펀딩이라는 형식으로 우리나라에 도입된 크라우드펀디드 저널리즘(Crowdfunded journalism)은 기자가 어떤 것을 취재하겠다는 콘텐츠를 기획하면 대중이 그 콘텐츠를 후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자는 후원된 금액을 취재비로 사용한다. 이전에는 기존 매체가 생산한 기사를 단순히 소비하는 데 머물렀지만, 미디어 수용자가 생산의 과정에 동참하는 것이다.

  크라우드펀디드 저널리즘은 미디어 환경 변화로 인해 언론사의 경영이 어려워져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현재, 하나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중이 관심 있는 주제의 콘텐츠에 직접 투자하면서 관심사 기반의 기사유통시스템을 형성해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뉴스펀딩은 자본이 적고 인지도가 낮은 독립언론도 뉴스콘텐츠 생산에 경쟁력을 높이는 좋은 플랫폼이기도 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위근 연구위원은 “프리랜서 언론인과 독립 미디어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분야별로 심층 취재가 가능해 저널리즘의 품질을 높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콘텐츠의 흥미도에 따라 대중적 관심도가 천차만별이어서 쉽게 펀딩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기존 언론사에 비해 뉴스콘텐츠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위근 연구위원은 “뉴스콘텐츠를 생산함에 있어서 사실 확인과 점검 과정이 체계적으로 정립돼 있는 규모의 언론사와는 달리 프리랜서 언론인이나 독립 미디어는 팩트체크의 절차가 단순하다”며 “이런 절차가 단순하거나 없다고 품질이 낮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기사의 신뢰도가 낮아진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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