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심동일 기자 shen@

20세기에 들어 환경오염은 국가가 나서 선결해야 할 주요 문제로 자리 잡았다. 환경 문제 해결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계획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에서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는 제도가 필요해졌다. 이에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건강하고 쾌적한 국민 생활을 위해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없었다면 한국의 자연환경이 이 정도로도 보존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집단지성을 통해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사업 시행자, 지역주민, 환경전문가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모아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1980년대에 들어서 한국에 도입됐고, 2012년 환경정책기본법과 환경영향평가법이 통합되며 현재의 환경영향평가법이 만들어졌다. 환경영향평가는 전략 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사후환경영향조사로 세 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전략 환경영향평가는 상위계획을 수립할 때 진행되며, 해당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 등을 환경적 측면에서 검토한다. 사업시행이 확정된 후에는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환경 악화를 저감하는 대책을 마련한다. 일정 규모 이하인 계획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로 대체된다. 이후 사후환경영향조사를 통해 환경오염의 저감 방안과 협의 내용 이행 여부를 확인해 주변에 미치는 환경영향을 최소화한다. 

  현재 환경영향평가는 계획 시행 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평가해 환경보전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준원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원은 “환경영향평가 제도란 집단지성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사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가, 지역주민, 시민단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평가 과정을 통해 사업이 ‘민주적’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업체 동림 피앤디의 권일 상무는 “이전에는 사업 시행자 이외에 주변에서 어떤 사업이 실행되는지 그 여부조차 알 수 없었지만 환경영향평가제도 실행 이후 여러 이해관계자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 정치적으로 오용되기도
  한편 환경영향평가가 환경적인 관점을 대변하기보다 정치적으로 오용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사드(THAAD)와 4대강의 환경영향평가가 충실하게 이행되지 않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전성우(생명과학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환경영향평가가 잘 적용된 사례도 많지만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견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업자가 대행업체를 선정해 임금을 주는 외주과정에서 ‘을’에 해당하는 대행업체가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하긴 쉽지 않다. 환경영향평가는 사업 시행자가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업자는 대부분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이를 대행업체에 맡기고 있다. 현준원 연구원은 “비용을 지불하고 업체를 선정하는 사업자가 갑”이라며 “사업자의 눈치를 보며 입맛에 맞는 평가서를 쓰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정권 동안 계획부터 시행까지 사업의 모든 단계를 끝내야 하는 상황도 환경영향평가의 충분한 진행을 쉽지 않게 만든다.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선 다양한 항목을 모든 계절에 대해 평가해야 하므로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공약 이행의 압박을 받는 정부의 입장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4대강 환경영향평가의 검토에 참여했던 전성우 교수는 “4대강 환경영향평가 당시 시간이 부족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며 “환경영향평가서는 검토와 제출을 40일 이내에 해야 하는데, 조직개편을 통해 인력을 줄인 상황에서 환경영향평가서들이 한 번에 몰려와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평가·협의 기관에 독립성 부여 필요
  환경영향평가의 오용을 줄이기 위해 평가·협의 기관에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기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사가 제 3자의 객관적인 입장에서 검토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전성우 교수는 “평가자나 검토자가 낸 의견이 잘못될 경우 비판받아야겠지만, 이외의 정치적 이유로 비판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는 해결방안은 정부와 환경단체와 같은 제 3자가 개입해 평가의 객관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탁제도처럼 사업자가 비용은 지불하지만 평가업자 지정은 정부가 하는 방식이다. 공탁제도에 대해 현준원 연구원은 “평가업자가 사업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환경영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사업자의 참여가 배제되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 권일 상무는 “환경평가 제도는 강제가 아닌 권고를 하는 제도”라며 “사업을 이행하는 자는 결국 사업자이므로 사업자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도만 바꿀 것이 아니라 평가·협의 기관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분위기 또한 형성돼야 한다. 사업 시행자는 사업의 목적인 ‘개발’뿐만 ‘환경보존’으로도 시야를 넓혀야 한다. 사업을 시행함으로써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익 수혜자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이까지도 중요 관계자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도 필요하다. 정민걸(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한국의 환경영향제도는 여느 나라 못지않게 훌륭하게 마련된 편”이라며 “시행을 올바르게 할 수 있는 민주적인 분위기로 방향이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견 수렴 확대와 과학적 검토 증거 필요해 
  주민의견 수렴을 확대해 정치적 오용을 감시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고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개발 사업이 미리 공개되면 부동산 투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주민이 종종 도로가 자신의 집 주변을 지나가게 방향을 틀어달라는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해온다. 전성우 교수는 “부동산 투기 문제가 완화되고 주민들이 긍정적이고 실질적인 의견을 낼 수 있게 된다면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환경영향평가제도의 도입 취지가 올바르게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법이 과학적 검토를 진행했다는 증거자료를 통해 투명한 평가로 나아가야 할 필요도 있다. 모든 의견을 수용할 필요 없이 과학적으로 검토해 정당한 의견만 반영하도록 해야 하지만 이를 악용해 과학적인 검토 없이 모든 의견에 대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업자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사업자들이 수렴한 의견을 진지하게 고려하도록 유인하기 위해서는 검토의 흔적을 남기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토의 흔적을 시민에게 공개하면 시민들은 환경영향평가를 더욱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준원 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환경영향평가제도에서는 과학적인 검토를 진행했다는 흔적을 남겨 놓을 필요가 없다”며 “시민들이 환경영향평가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도록 증거를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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