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응수 (서울대·원자핵공학과) 교수

 최근 정부가 진행 중인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을 중단하며 시작된 탈원전 이슈로 찬반논란이 뜨겁다. 대한민국이 탈원전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로 탈원전을 정말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하고, 둘째로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합리적이고 올바르게 이루어지기 위해서 반드시 정확한 사실이 바탕이 돼야 한다.

 원자력은 원자의 핵반응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이것을 2차 세계대전 중 무기로 사용하면서 처음 세상에 나왔다. 그 이후 냉전시대 서양열강들의 핵무기 개발경쟁과 TMI,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거치면서 대중들은 원자력은 아주 위험한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이러한 태생적인 이유 때문에 원자력은 그 이후 평화적인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편익과 복지를 제공하였음에도 부정적인 꼬리표를 계속 붙이고 다니게 됐다. 특히 국내에서는 최근에 있었던 후쿠시마 사고, 경주 지진, 원전 납품비리 사건들을 거치면서 원자력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과 불안감이 증폭됐다. 이 와중에 작년 말 개봉했던 영화 판도라는 전문가의 눈으로는 영화 전체가 현실성 없는 오류투성이들이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원자력에 대한 두려움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원자력이라는 기술은 이상하리만치 과학적인 사실과 일반 대중의 인식 사이에 큰 차이가 존재하는 분야다. 특히 최근 돌고 있는 원전이나 방사능 위험에 대한 부분은 거의 괴담 수준에 가까울 정도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서 1368명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나 일본 전역이 방사능 오염지역이라 일본은 여행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웃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이다. 고등어, 대구, 명태는 300년간 먹지 말고 10대까지 유서를 써서 물려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나 우리나라 원전의 사고확률이 30%에 달한다는 이야기까지도 들린다. 이러한 이야기들 중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며, 그동안 원자력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원전과 방사선의 위험성에 대해서 지나치게 과장한 것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수산물이나 음식물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 설사 기준치 이하라도 일본산 식품과 고등어, 명태, 대구는 앞으로 절대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누구에게나 건강은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보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지구 자체가 거대한 방사선 덩어리이며 심지어 사람도 작은 방사선원이라는 사실이다. 사람의 몸속에는 1킬로그램당 55 베크렐(Bq)의 방사성 칼륨이 존재하고 있어 매초 5000개 이상의 방사선을 방출하고 있고, 우리가 섭취하고 있는 바나나, 콩 등 대부분의 음식에도 이미 킬로그램당 100 베크렐(Bq) 정도의 방사선이 존재한다. 참고로 사람들이 걱정하는 국내 유통 수산물의 방사능의 세슘의 수치는 모두 1 베크렐(Bq)를 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방사선은 땅속에서도 나오고 건물에서도 나오고 우리가 존재하는 어디에서나 나온다. 따라서 이것을 피해서 산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혹자는 자연방사능은 괜찮고 인공방사능이라서 해롭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도 사실이 아니다. 인체는 이 둘의 차이를 전혀 구별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이 정한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 수치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자연방사능에 비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미미해 인체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의미와 같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걱정에 의한 스트레스가 건강에 더 안 좋을 수 있다.

 국내 원전의 안전성과 관련해서도 과장되고 왜곡된 부분이 매우 많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원전의 사고확률을 30%로 계산하는 식이 돌아다니는 것도 보았다. 이는 국내 원전에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무리한 가정을 통해 계산한 결과다. 이 식을 이용해 국내 항공기 사고 확률과 아시아 국가의 월드컵 우승확률을 계산해 보았더니 각각 20%와 84%가 나온다고 한다. 지진과 해일 관련해서도 과장된 부분이 많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원전 주변에서 지진이 발생한 예는 매우 많다. 그중에서는 진도 7.5가 넘는 매우 큰 지진도 있었으며 설계기준을 넘어가는 지진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진이 원전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친 예는 없다. 또한 국내에서 파악하고 있는 10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지진규모가 5.5 정도이며, 이는 국내원전의 내진설계와 높은 설계여유도로 이 이상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쓰나미의 경우는 더 상황이 좋다. 최근의 해석에 따르면 극한규모의 지진이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생하더라도 지정학적인 위치상 해일의 높이가 매우 낮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처설비 또한 충분히 준비하고 있다. 세상에 완벽한 기술은 없으며 이는 원전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사고확률을 낮춰도 공학적으로 0으로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원전은 기술적으로 이중, 삼중으로 보호한다. 사고가 나서 원자로는 손상을 입더라도 보호막 밖의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현재 국내원전에서 예상 가능한 최악의 사고는 동일한 노형인 TMI 사고 정도의 수준으로 보고 있다. TMI 사고는 노심은 녹았지만 방사능물질의 누출은 거의 없었다.

 국내의 원자력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 원전 납품비리로 인한 불신, 경주지진 이후 불안감, 사용 후 핵연료 관리 안전성 의심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또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반핵단체의 과장된 주장도 상당히 기여했다고 본다. 최근 들어 원자력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중엔 사실인 것도 있고 사실이 아닌 것도 있다. 따라서 이런 정보들을 볼 때 항상 사실을 잘 살필 수 있도록 노력해서 에너지정책에 대한 앞으로의 판단들이 더욱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김응수(서울대·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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