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과학이라는 것은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엄밀한 체계적 관찰과 비교검증을 통해서 현상의 작동기제를 밝혀내는 것, 경우에 따라서는 그 작동기제를 활용하여 기술적 혁신을 만들어내기까지 하는 흥미진진한 활동이니 당연하다. 이루고 싶은 퀘스트가 있고, 각양각색의 도전자들이 있고, 성공과 삽질이 가득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간 과학이 축적한 발전은 상당한 수준이라서, 가벼운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이들은 삽시간에 전문지식의 난이도 앞에서 좌절하고는 재미없다고 결론지어버린다. 인류 문명에서 가장 핵심적이자 재미넘치는 부분을 그렇게 놓치고 살아가게 된다.

  인터넷상에서 지난 1년간 적지 않은 팬층을 확보하고 최근 단행본까지 출간된 [야밤의 공대생 만화](맹기완 저)는, 바로 그런 아쉬움을 해결해줄 좋은 방책이다. 당연하게도, 뭔지 모를 박사님이 나와서 독자들이 이입하라고 등장한 꼬마들에게 과학 원리를 “쉽게” 해설해준다는 흔한 학습만화가 아니다. 어떤 과학 분야의 전문지식을 그림 조금 곁들여서 키워드 위주로 마구 던져주기만 해놓고는 쉬운 입문서를 자처하는 총서류의 방식을 따르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어떤 과학적 성과물을 중심으로, 그것에 얽힌 과학자들의 사연을 풀어내며 발전의 과정을 자연스레 그려내는 식이다. 성과물을 소개하며 과학적 발전의 재미를 주고, 과학자들을 다루며 평범하게 결함 많고도 특이하게 경이로운 인간들의 군상극으로 재미를 준다. 그리고 결국 그들의 행태 속에서, 과학적 접근 자체의 매력을 재미있게 전달해낸다. 트랜지스터에서 미적분학과 이미지 압축기술까지 그 폭은 매우 넓다.

  하지만 단지 정갈하게 구성하고 성실하게 조사한 과학 사연 소개물이라면, 착한 교과서는 될 수 있을지언정 재미를 일깨워내기에는 부족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을 이루는 두 개의 축 가운데 다른 하나가 바로 개그, 그것도 가장 집요하게 시도 때도 없이 이야기가 엉뚱한 샛길을 타고 미묘한 패러디가 난무하고야 마는 속칭 ‘드립’ 개그다. 건전한 과학학습만화가 아님을 과시하듯 던져지는 엇박자 결말, 그 결말 뒤의 짜투리 결말의 냉소적이지 않고도 기묘하게 어이없는 정서가 이 작품 특유의 매력적 개그감각이다. 다양한 유형의 유명 과학자들의 사연 자체가 워낙 그만큼 천재적으로 어처구니 없는 것이 많기에, 실제 사연과 드립개그 사이의 경계선마저 흐릿해지기에 더욱 효과적이다.

  과학의 매혹과 기이함, 과학자라는 인간들의 경이와 결함, 그 함의의 심오함과 희극성은 결국 문명이라는 하나의 덩어리 속의 여러 일면이다. 그것을 문명의 또 다른 빛나는 성취인 개그로 엮어내었으니 과연 과학의 재미를 만천하에 폭로하고야 말았다. 과학에 대한 애정과 개그에 대한 집착으로 뭉쳐낸 성과다.


글 | 김낙호 (만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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