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고 괴로워도 누군가는 그 얘기를 해야 합니다.”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 인터뷰 김민준 기자l승인2017.08.02l수정2017.08.0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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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심동일 기자 shen@

  <베테랑>, <베를린>, <부당거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제작한 영화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세 영화를 비롯해 그가 지금까지 제작한 작품의 누적 관객수만 2500만 명. 한국사람 절반이 그의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셈이다. 주인공은 바로 영화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가정교육과 89학번) 대표다. 강혜정 대표는 본인을 ‘한국영화제작자’라고 소개한다. “우연히 영화계에 입문하게 된 이후로, 사회에 책임의식을 가진 분을 많이 만났어요. 영화란 다른 매체보다도 대중과의 소통이 잦은 매체이기에, 저는 영화제작자로서 우리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영화에 담아내려 합니다.”

  강혜정 대표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향한 날선 칼을 작품에 녹여낸다. 2011년 제작한 영화 <부당거래>는 검찰과 경찰 간의 암투와 사회 부조리를 담아내며 제32회 청룡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강혜정 대표가 영화를 통해 사회문제를 다루게 된 데에는 대학시절 경험이 한몫했다. “입학시험을 치르기 위해 고려대에 처음 왔을 때 우연히 대운동장에 전시된 5.18 민주화 운동 사진을 보게 됐습니다. 그 때의 충격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이 부쩍 많아졌죠. 총장 직선제를 주장하는 학원 민주주의에 참여하기도 했고, 여학생위원회를 처음 조직해 학내 여성인권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기도 했어요. 정의에 대해 고민했던 당시의 경험이 오늘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이 돼주고 있습니다.”

  강혜정 대표의 작품은 유쾌한 스토리로도 유명하다. “영화제작자는 영화의 흥행 여부를 고려해야 합니다. 때문에 ‘재미’라는 요소를 놓칠 수 없어요. 스토리가 ‘재밌는지’ 여부가 제가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첫 번째 기준입니다.” 강혜정 대표는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잡은 작품으로 <베테랑>을 뽑았다. “베테랑은 악질 재벌을 때려잡는 꼴통 형사의 얘기라는 뻔한 스토리라인을 잡고 있어요.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과 제작진의 노력이 더해져 신선한 영화가 됐죠. 탄탄한 시나리오가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를 잘 전달하려는 열정적인 배우와 제작진이 만난다면 좋은 영화가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박근혜 정권은 소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문화예술인들을 검열의 도마에 올리곤 했다. 그간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강혜정 대표 또한 블랙리스트 명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얼마 전부터 제작하기 시작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에 박정희 정권 시기가 등장해야 했어요. 1965년 한일협정 등 당시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기 위해서였죠. 영화 투자를 받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이 영화는 안 된다’는 공식적인 피드백만이 돌아왔어요. 투자할 수 없을뿐더러 만들어진다고 해도 개봉할 수 없는 영화라더군요. 손가락으로 햇빛을 가리려는 비상식적인 일이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벌어진 거죠.”

  다행히도 강혜정 대표의 <베테랑>은 액션 코미디라는 외피 덕에 큰 제지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정권 동안 그의 주변에는 영화 내용에 따라 투자가 중단되는 등 불이익을 받은 영화인들이 적지 않았다. “좀 더 직접적으로 사회 이슈를 담아낸 작품들이 경우 큰 압박을 받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변호인> 팀의 경우 펀드에 돈이 모이지 않거나, 투자한 돈이 다시 회수되는 무형의 방식으로 압력을 받았죠. 세월호 참사라든지 사회 이슈에 대해 함께 뭉쳐 목소리를 냈던 영화인들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점에 씁쓸합니다.”

  강혜정 대표의 남편은 류승완 감독으로, 둘은 동업자이자 배우자로 영화사 외유내강만의 특색을 고수하고 있다. <베테랑>, <부당거래> 등 흥행작을 비롯해 그간 제작한 작품 대부분도 류승완 감독과의 협업으로 맺어진 결실이다. 함께 수십 년간 작업해온 만큼 영화 제작에 관해서 의견 충돌도 잦았지만, 강혜정 대표는 작품 창작을 위한 충돌이 나쁘지만은 않다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제작자와 감독은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없기 때문에 러닝타임이나 장면 편집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보통 제작자와 감독은 갑과 을의 관계인 경우가 많아 이견이 있어도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가기 힘들죠. 류 감독과는 격식 없이 미주알고주알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보다 나은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는 7월에는 일제의 강제징용 역사를 다룬 <군함도>가 개봉할 예정이다. 이번 작품도 강혜정 대표가 제작하고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강혜정 대표에게 이번 영화는 의미가 크다. 그는 영화 제작차 군함도를 직접 방문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잊지 못한다. “군함도 뭍에는 이름 모를 묘비가 많았습니다. 강제징용의 섬을 벗어나려다 죽음을 맞이한 선조들의 무덤이죠. 선대에 태어난 그들은 목숨을 걸어 탈출하고, 후대에 태어난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기록한다는 점에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우리 세대가 이 영화를 만들어야하는 이유를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어요.”

  강혜정 대표는 앞으로도 한국 근현대사를 토대로 여러 장르의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다. 올해에는 류승완 감독과 함께 멜로, 공포, 드라마 등 3편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강혜정 대표는 그 안에 한 가지 의식만은 담고 싶다며 말을 맺었다. “어떤 정권에서는 고민거리를 던지는 영화가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다양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를 웃길 수도, 울릴 수도 있어야 합니다. 불편하고 괴로워도 누군가는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보고 자랄 영화, 함께 사는 사람들의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김민준 기자  ithink@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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