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 망했어... 어떡하지?” 방학 중 출근시간보다 늦은 오전 11시 즈음, 편집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기자가 한숨을 짙게 뱉는다. 다른 기자는 제 자리에 앉아 가만히 손가락 3개를 펼쳤다. “다섯 과목 신청했는데 세 과목이 대기야. 10시 되자마자 눌렀는데 내 앞에 대기자가 2000명이더라고.”

  8월 1일부터 진행된 2017년 2학기 수강신청, 여느 학생들처럼 PC방에 자리 잡고 수강신청을 하러 갔던 기자들의 낯빛이 어둡다. 한결 여유롭게 수강신청을 마친 4학년 기자들과 달리, 2학년 기자들은 편집실에 돌아와서도 마감되지 않은 강의를 찾느라 분주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XXX 강의 구해요!”

  같은 시각, 학생들의 개인 페이스북을 비롯해 고파스 호랭이광장과 대나무숲에는 수강신청에 실패했다는 제보와 OOO 교수님의 XXX 수업에 ‘빌넣’이 가능할지 조언을 구하는 게시글이 속속들이 올라왔다. 고파스 내 ‘수강/학점’ 게시판에는 수강신청이 끝났음에도 정정기간에 시간표를 수정하기 위해 필요한 강의를 찾는 글이 한 달째 쉼없이 올라오고 있다. 원하는 강의를 듣고 싶다는 이유로, 전공필수 과목을 듣고 싶다는 이유로, 학생들은 강의 당 5만원에 이르는 ‘돈’을 내는 상황에 몰렸다.

 

이제는 대안이 필요할 때

  지난 7월, 서울총학생회와 교무처는 장바구니 수강신청 제도를 놓고 면담을 가진 바 있다. 중앙대, 대구대 등 타 대학에선 이미 장바구니 수강신청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며, 학생들 또한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매 학기 반복되는 선착순 수강신청의 문제는 충분히 곪은 상태로, 대안도 타 대학 사례를 통해 어느 정도 검증됐다. 다음 학기엔 안암동을 가득 메웠던 학생들의 한숨 소리 대신 미소 띤 얼굴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글 | 이민준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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