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대통령은 최근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정력을 기울여 추진했던 ‘오바마케어’에 빗대어 ‘문재인케어’로 불리고 있다. 건강보험의 급여(coverage) 수준을 높이는 것을 ‘보장성 강화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공식화 한 것은 2005년 참여정부에서 처음이다. 그 뒤로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도 각각 ‘중기보장성 강화계획’을 공식적으로 추진했다. 문재인정부도 ‘2017-22년 중기보장성 강화계획’을 발표한 것인데 이번엔 ‘문재인케어’로 명명되면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강보장은 질병 치료에 들어가는 「돈의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보험에서는 평상시에 낸 돈으로 의료 이용 시에 지불을 해주는데 어찌 「돈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일까? 평상시에 돈을 내는 같은 보험방식이라도 미국처럼 민영보험에 내는 것보다는 사회보험에 내는 것이 훨씬 돈도 덜 내고 형평성이 높다. 의료서비스에 대해 지불하는 가격을 시장에 맡겨놓으면, ‘환자의 대리인’인 의사가 수요와 공급을 모두 결정하기 때문에 가격을 높이 받아도 환자가 저항하기 힘들다. 사회보험은 이를 사이에서 가격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결국 국민의 「돈의 부담」을 줄인다. 같은 돈을 거두어도 민영보험은 가입자의 건강상태를 따져서 보험료를 부담시키지만 사회보험은 단지 지불능력에 따라 부과하기 때문에 훨씬 형평성이 높다.

  한국의 건강보험은 일찍이 1989년에 전국민으로 확대되었고, 이를 통해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였다. 그럼에도 국민이 의료를 이용하는 단계에서 지불하는 비용은 꽤 높다. 건강보험의 보장 수준은 63%이니, 이용 단계에서 환자가 직접 또는 민영보험을 통해서 부담하는 부분이 37%가 된다. 미국에 비하면 낮지만 선진 서구국가에 비해서는 높다. 오바마는 부러워했을지 몰라도, 아직은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한 미완의 제도인 것이다.

  2005년의 건강보험료율은 4.31%였다. 2008년에는 5%대, 2015년 6%대로 뛰었다. 올해는 6.12%이고 내년에는 6.24%가 된다. 같은 기간에 소득기반도 크게 확대되어서, 보험료 총액은 2005년 17조원에서 2016년 47조원으로 거의 3배가 되었다. 놀랍게도 건강보험보장률은 2005년 62%에서 출발해서 2010년대에는 63%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가 세 배가 되었는데, 그 보험료를 사용한 보장률은 제자리 수준에 있는 것이다. 어찌 이러한 일이 가능할까? 무엇이 문제인가?

  바로 ‘비급여’의 존재다. ‘비급여’란 건강보험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의료를 지칭한다. MRI와 같은 고가 영상 진단에서부터 손으로 마사지하는 ‘도수치료’ 그리고 각종 피부미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비급여의 팽창은 건강에의 기여는 적은데 경제적 부담만 높인다. 보장률 지표의 측면에서 보면, 비급여의 팽장으로 지표의 분모가 커지다보니, 분자에 해당하는 보험료의 투입을 세 배로 늘렸는데도 보장률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놀라운 현실은 문재인케어의 등장을 요구했다.

  문재인케어의 핵심은 ‘비급여의 완전 해소’에 있다.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는 모두 급여화 해서 불필요한 의료의 제공과 이용 가능성을 줄이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환자의 도덕적 해이와 의료 남용은 본인부담을 50% 내지 90%까지 높인 소위 ‘예비급여’ 방식을 통해 억제하게 된다. 건강보험에서 비급여 제공이 유지, 확대되어온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공단의 재정 부담이 커서 비급여로 분류된 경우가 그 중 하나다. 문재인케어에서는 대량의 재원 투입을 통해서 이를 급여화 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본인부담을 높이기 때문에 약간의 재원 투입으로 비용-효과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방식보다는 환자에게 선택의 여지와 유연성을 준다.

  문재인케어는 모든 정권이 지향하던 건강보험의 이상적 목표를 현실 정책으로 끌어내렸다. 정치권도 정쟁을 넘어서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첫째, 의료제공자의 반발을 설득해 갈 수 있는 정치적 의지가 계속 확인되어야 한다. 의료인이 불필요한 비급여의 확대를 통해 수입을 확보하는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해주어야 한다. 둘째, 비급여의 내역을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공단과 심평원에 모든 비급여의 현황이 집적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면 공보험이 민영보험의 비급여 심사를 하게 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셋째, 기존의 등재 비급여를 재평가해서 차등적 본인부담률을 설정하는 방대한 작업을 단기간에 할 수 있도록 전문 인력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넷째, 공공의료기관에서 경험을 쌓아온 신포괄수가제를 민간병원에 확대하는데 정치력을 모아야 한다. 신포괄수가제는 아직 미완의 지불제도이기 때문에, 지불자와 제공자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서 제도 개선에 반영해야 한다. 다섯째, 필수의료에 대한 공보험의 확대를 통해 실손보험의 역할은 부가적 의료에 머물게 해야 한다. 손해율 산정의 투명성을 높여서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인하할 뿐 아니라, 국민이 실손보험의 무용성을 체감하도록 공보험의 보장성을 높이고 실손보험의 폐해를 정확히 알려야 한다. 국민의 관심이 요구된다.

 

글 | 정형선(연세대 교수 · 보건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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