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위기를 논하다 : 2017 대학구조개혁 리포트
(2) 대학구조개혁 6년을 돌아보다


정부가 대학구조개혁의 칼을 빼든지 6년, 대학사회는 빠른 속도로 구조개혁 체제에 맞춰 변화했다. 본교 세종캠을 비롯해 다수의 대학들이 교육부 대학평가의 직격탄을 맞았고, 잇따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개혁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교육부가 결정하고, 대학이 따라가는’ 획일적인 구조개혁 정책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대학구조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 방식에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대에게 불리한 ‘대학 줄세우기’ 평가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지방대 죽이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평가 방식의 획일성 때문이다.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는 전국의 모든 대학을 ‘최우수(A), 우수(B), 보통(C), 미흡(D), 매우미흡(E)’ 5단계로 등급을 나누는 것이 핵심이었다. 1차 평가에서 선정된 하위그룹(D, E)은 추가로 2차 평가를 실시해, C등급으로 상향조정되지 못할 시 최종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정해졌다. 지방대학과 수도권대학을 동등 선상에서 평가하는 이러한 시스템은 대학별 여건에 따른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실제 세부 평가항목인 ‘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등에서 지방대학이 비교우위를 가지기란 어렵다.
결과적으로 다수의 지방대학들이 구조개혁 대상 리스트에 포함됐다. 1주기 평가 결과 4년제 기준으로 서울지역 대학의 74%가 A, B등급을 받았으나, 지방에선 68%의 대학이 C 이하의 등급을 받았다. 등급에 따라 인원 감축의 규모가 갈렸고, 그 결과 대학구조개혁이 목표했던 인원 감축량의 대부분(약 77%)이 지방대학에서 줄어들었다. 
재정 상황이 녹록치 않은 지방대학들에게 인원 감축은 치명적이다. 줄어드는 학생 수만큼의 재정 수입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구멍난 재정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이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이나 이마저도 제한돼, 결국 문을 닫는 상황까지 고려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퇴출되는 지방대학이 늘어날수록 지역 경쟁력은 약화된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지방에서 대학은 지역 경제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기에, 지방대학의 퇴출은 지방 도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구조조정은 지방 불균형을 심화시켰다는 점에서 낙제점”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지방대에겐 불리하고 수도권대학에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일각에서는 ‘권역별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주기 대학구조개혁 기본계획’에는 권역별로 대학정원 비중의 하한선을 설정하고, 평가 과정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하겠다는 방침이 담겨있다. 지역적 요인을 고려해 맞춤형 평가를 실시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곽병선(군산대 법학과) 교수는 “권역별 평가는 지역균형 차원에서 진일보한 방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지방 국립대학을 국가가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일부 경쟁력 있는 사립대학을 공립형으로 전환하는 고등교육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고려한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부 평가지표도 개선 필요해
박근혜 정부는 경제 불황과 심화되는 고용불안 속에서 대학구조개혁 정책 전반에 ‘기업 맞춤형’ 요소들을 집어넣었다. 1주기 평가의 핵심 지표로 ‘졸업생 취업률’, ‘취·창업 지원’, ‘특성화’가 포함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 수요에 대학 교육을 끼워 맞추려고 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노중기(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기업 맞춤형 대학교육’을 위한 대학개혁은 청년실업과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상정됐다”며 “이는 노동력 수요부족 및 기업투자 부진의 책임을 대학에 전가하는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곽병선 교수는 “취업의 역할과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고, 취업을 대학교육의 목적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일자리를 창출해 고용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국가의 몫”이라고 비판했다. 
세부 평가항목에서는 정성평가 지표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년제 일반대학 평가를 기준으로 총 12개의 평가지표 중 정랑지표는 6개, 정성지표는 5개, 정량 및 정성지표는 1개다. 1주기 대학평가에서 D+ 성적을 받은 본교 세종캠의 경우, 당시 정성평가 결과를 두고 구성원들 사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학사관리’ 영역의 경우 서울캠과 세종캠이 동일한 학칙과 제도를 운용했음에도 두 캠퍼스 간에 점수 차이가 발생했다. 이는 교육부의 정성평가가 모호하고 자의적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서성규 세종캠 기획처장은 “어떤 평가든 정성적인 평가는 다소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며 “많은 대학들이 1주기 평가 결과에 불만을 표출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학 자율성 약화시키는 평가 시스템 바꿔야
교육부가 재정지원 사업을 미끼로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 재정 자립도가 낮은 대학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교육부 주도의 강제적인 구조개혁평가 시스템이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임재홍(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대학공급과잉 문제는 교육부의 정책 실패에 뿌리가 있는데, 원인제공자인 교육부가 구조개혁의 전권을 가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평가를 통한 강제적 정원감축은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를 침해하는 위헌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실대학 퇴출 기준을 법으로 정해 각 대학이 자율적인 구조개혁안을 만들도록 하고,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은 자연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주장이다. 정부는 대학들이 구조개혁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관리하는 ‘감독자’의 역할만을 수행하면 된다. 유홍식(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교육부 정책은 퇴출 위기에 놓인 대학의 학생들을 지원하는 형태로 나가야한다”며 “‘대학구조개혁평가’라는 교육부의 강제적 방식이 개입되어선 안 되고, 교육부 주도의 재정지원 사업 방향도 전환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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