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Excuse!” 변명은 없다. 라커룸 여기저기에 붙어 있는 문구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정기전 승리를 이뤄내겠다는 아이스하키부의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다. 방학 내내 합숙하며 훈련에 임했던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어떤 모습으로 정기전을 준비했을까. 손끝이 시린 빙상에서도 굵은 땀방울을 뚝뚝 흘리는 선수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만나봤다.


빙상훈련, 나날이 무르익는 전술
아침 7시, 선수들의 아침은 활기차다. 아침밥을 먹고 하나 둘씩 라커로 모여드는 선수들은 모두들 밝은 표정이다. 빙상 훈련 한 시간 전부터 몸을 풀고 ‘무장’을 입는다. 생채기 하나 없는 투명한 얼음은 곧 선수들의 스케이트 자국으로 뒤덮인다. 선수들의 브레이크에 금방 새하얘지는 빙판이 준비운동부터 에너지 넘치는 그들의 기세에 녹아드는 듯하다.

오전 8시, 본격적인 전술 훈련이 시작됐다. 선수들은 링크장 양쪽에 일렬로 대형을 맞춰 서서 숙련된 솜씨로 퍽을 몰고 나간다. “딱! 딱!” 퍽이 스틱에 부딪히는 소리가 링크에 쩌렁쩌렁 울린다. “가운데로 들어오지 말고, 도트 밖에서 움직여!” 주장 서영준(사범 체교14, DF) 선수가 소리쳤다. 아이스 하키부 김희우 감독의 공백으로 인해, 이날 훈련 프로그램은 4학년 선수들이 머리를 맞대고 준비했다. 파워플레이 훈련, 공수 전환 훈련 등 정기전을 대비해 팀의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강점은 탄탄하게 하기 위한 훈련들이다. 서영준 주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각자의 몫을 해내주는 선수들이 고맙다고 했다. “4학년들이 자신의 컨디션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점은 힘들지만, 핑계대고 싶지 않아요. 부끄럽지 않게 준비해서 무조건 이길 거예요!”

▲ 빙상훈련 도중, 서영준 주장이 팀원들에게 전술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김혜윤 기자 cutie@


지상훈련, 이 악물고 버티다
“아, 아악!” 링크장 관객석 뒤, 체력훈련실에서 선수들의 고함소리가 새어나온다. 선수들은 일렬로 들어선 사이클에 앉아 바큇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힘을 짜내 페달을 굴렸다. “하낫! 둘!” 이어지는 단체 운동, 선수들은 두 줄로 열을 맞춰 서 구령과 함께 옆으로 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등은 이미 땀으로 흥건하다. 여름방학 동안 아이스하키부는 체력훈련에 집중했다. 아이스하키부 이승준 코치는 “체력이 돼야 다른 전술적인 부분들도 소화할 수 있다”며 경기 후반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보강하기 위한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링크장 뒤 연수관 건물 2층, 선수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쾅!” “쾅!” 들어올렸던 바벨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귀를 찢을 듯 크지만, 익숙한 소리인 듯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스쿼트, 벤치프레스, 턱걸이 등 쉬지 않고 움직이는 선수들의 얼굴에서 바닥으로 땀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툭’하고 들린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격렬한 운동을 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매트에 누워 정적인 운동을 하며 불편한 부위를 풀어준다. 등 전체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테이프가 그들의 절박한 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정기전은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열심히 하는 제가 있다는 거죠!” 발가락 부상에도 불구하고 애써 상체운동을 하던 박민규(사범 체교17, FW) 선수의 말에서는 신입생의 패기가 느껴진다.


연습경기,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다
국군체육부 상무와의 연습경기가 있는 날 아침,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은 이른 시간임에도 이미 분주하다. “나 이거 스케이트 날 가는 것 좀 도와줘!” 스케이트를 정비하고, 서로의 어깨를 풀어주며 경기준비에 한창이다. 한 시간 앞으로 다가온 시합, 4학년 선수들의 주도로 이뤄지는 팀 미팅에서 아이스하키부의 분위기는 사뭇 진지해 졌다. 몸을 풀 때의 발랄한 모습들은 온데간데없고, 경기장이 그려진 보드를 보는 선수들의 표정은 결연해졌다. 방학 중 치르는 연 습경기의 결과로 정기전의 전술이 정해져서다. 오늘 경기에서 집중해야 할 플레이를 설명하며, 주장 선수가 출전 선수들을 응원한다. “슛 레인에 정확하게 서주고. 다들 할 수 있지? 자, 고대!”

‘삑-!’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페이스오프가 시작됐다. 고려에서 먼저 나온 강력한 슈팅에 상무가 움찔했다. 몸을 굽히며 퍽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라커룸에서의 장난기어린 모습과 대조된다. 2피리어드 중반, 파워플레이 상황에서 이혁진(사범 체교16, FW) 선수가 날린 공이 상대팀 골리의 머리 위를 지나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어시스트를 한 신상윤(사범 체교16, FW) 선수는 고등학교 때부터 이혁진 선수와 합을 맞춰왔다며 친구와의 콤비 플레이를 자랑했다.

“삐익!” “수고하셨습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경기가 끝나고도 한동안 라커룸은 상무와의 경기에 대한 평가들로 소란스러웠다. 그들의 라커룸은 좀체 식지 않는 열기로 가득 찼다.

여름 내 흘린 땀방울의 결실을 거둬들일 때가 다가왔다. “고대 파이팅-!” 투지가 넘치는 그들의 목소리는 더없이 믿음직했다. 힘 있게 벽을 때리는 퍽 소리에서는 승리를 향한 강렬한 열망이 엿보였다. 변명은 없다. 이제 승리를 향해 달려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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