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김혜윤 기자 cutie@

올여름, 서울의 폭염 특보 사이렌이 33번 울렸다. 에어컨이 없는 여름은 상상하기만 해도 더울 지경이다. 인터넷 판매사이트 옥션에선 4월 한 달간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96% 증가했다.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냉동공조공학은 최근 주목받는 학문 중 하나다.

 

- 냉동공조공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냉동공조공학은 크게 냉동공학(Refrigeration) 분야와 공조인 공기조화(Air conditioning) 분야로 나뉩니다. 냉동이란 어떤 물건이나 공간의 열을 인위적으로 빼앗아 온도를 낮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죠. 공기조화는 인공적으로 온·습도를 조절해 사람이나 물품에 알맞은 조건으로 공간의 공기 상태를 유지하는 분야입니다.

이처럼 냉동공조공학은 냉동 및 공기조화를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기계공학의 열공학과 유체공학, 건축공학의 건축환경, 식품공학의 식품냉동 등이 융합된 학문입니다. 기계공학에서는 냉동사이클과 같은 열역학적 기초만 다루고, 식품공학에서는 식품냉동에 관한 것만 다룬다고 하면 냉동공조공학은 각 학문을 융합한 응용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교수님은 어떤 분야를 연구 중이신가요?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크게 세 분야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마이크로 채널 열교환기’입니다. 삼성전자 등에서 개발하는 에어컨, 냉장고의 열교환기를 어떻게 하면 에너지 절약적이면서 더 콤팩트하게 만들 것인지, 대체냉매는 어떤 것이 효과적일지,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고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대체냉매 및 자연냉매 개발을 위한 새로운 열교환기 개발 등입니다.

두 번째는 ‘미활용에너지를 이용한 열펌프’입니다. 과거 양식장에서는 보일러를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보일러의 경우 유류 에너지 사용량이 많고, 대기 및 환경 오염 정도가 심해 정부 차원에서 약 10년 전부터 열펌프로 대체 중에 있으며, 1999년도에 제가 최초로 개발을 시작한 양식장용 열펌프가 정부 보조지원 사업으로 현재 전국에 보급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냉동탑차와 냉장쇼케이스’입니다. 콜드체인 시스템에서 식품의 안전한 보관, 수송 및 배송, 최근에는 그것의 맛과 향을 유지한 채 공급하는 것이 유럽의 중심으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냉동·냉장 시스템에서는 냉동수송 및 보관이 에너지 효율화 및 지구환경 보존을 위해 중요한 연구분야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냉동기와 냉난방장치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나요?

“운동장에서 한참을 뛰고 가만히 있으면 왜 시원할까요? 땀이 식으면서 땀이라는 액체가 기화하면서 몸의 열을 낮추기 때문이죠. 땀뿐만 아니라 모든 액체가 기화할 때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합니다. 냉동기와 냉방장치 안에는 프레온, 암모니아 등 증발이 쉽게 일어나고, 물보다 더 많이 열을 뺏는 액체가 순환합니다.

냉난방장치는 냉매가 순환하면서 증발기 및 응축기라는 열교환기에서 열을 흡수 및 방출을 하면서 방안의 공기를 시원하게 하거나 따뜻하게 해 줍니다. 냉동기 또한 냉난방장치와 같은 원리로 작동하면서 식품을 동결 및 냉장시키거나 얼음을 만드는 등 상업 및 산업적으로 필요한 저온을 만드는 기계 또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인들이 이해라기는 쉬울 것입니다. 열역학적으로는 냉동기 및 냉난방장치 모두 그 시스템 내부에서 저온 저압의 열을 고온 고압으로 운반하면선 우리들이 필요한 열을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 프레온 냉매가 환경오염에 얼마나 영향을 주나요?

“사실 프레온 냉매 자체가 냉장고 및 에어컨 안에 있을 때는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냉매가 밖으로 누설되거나 여러분들이 사용하는 스프레이 등에 사용된 프레온 가스가 대기로 누출되었을 때 지구 오존층 파괴 및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 지구로부터 발생하는 열을 그 가스들이 대기층에서 막기 때문에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여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최초로 상용화된 프레온 냉매는 1932년 미국의 듀퐁사의 클로로플루오로카본(CFC)을 사용한 냉매 R-11 및 R-12입니다. 이 냉매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가정용 냉장고 등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소형 냉장고 및 에어컨 등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암모니아 및 하이드로카본(HC) 냉매의 폭발성, 유독성, 가연성 때문이죠. 심지어 이들은 역겨운 냄새를 풍기기도 합니다. 미국의 화학회사인 듀퐁사가 프레온이라는 상품명을 가진 냉매 개발 이후에야 비로소 가정에 소형 냉장고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죠. R-12 냉매는 안전하고 열효율이 좋아 1950년대에 미국 가정에 이를 사용한 냉장고 보급률이 98%가 될 정도로 상용화가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CFC 프레온 냉매는 지구 오존층 파괴 및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쳐 현재 세계적으로 생산 및 사용이 금지가 된 상태입니다.

냉매를 보면 오존층파괴지수(ODP)와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적혀있습니다. 현재 가정용 냉장고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R-134a 냉매는 ODP는 거의 없지만 GWP가 1300입니다. 그리고 상업용 냉매로 가장 많이 사용했고 현재도 사용 중인 R-22는 오존층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지수도 높기 때문에 그 대체냉매로 R-410A를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R-410A도 GWP가 1725로써 상당히 높습니다. 이는 암모니아의 GWP가 0인 것에 비해 상당히 큰 지수입니다. 하지만 R-134a의 대체냉매로 개발된 R-1234yf가 가격이 너무 비싸 현재로서는 사용에 많은 제약이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현재 몬트리올 의정서, 교토협약 및 기후변화조약 등에 의해 선진국은 R-134a, R-22 및 R-410A의 사용을 제약 받고 있고 개발도상국도 2040년 부터는 완전 사용이 금지 됩니다. 유럽은 자동차용 에어컨에 GWP가 150 이하의 냉매만 사용하도록 법적으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대체냉매의 개발 뿐만 아니라 이를 사용해야 하는 시점이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 세계적으로 어떤 냉매를 개발 중인가요?

“ODP와 GWP가 낮은 냉매를 개발하는 추세입니다. 유럽의 경우는 암모니아 및 프로판과 같은 자연냉매를 사용하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폭발성 및 가연성이 없는 친환경적 냉매를 연구 개발 중입니다. 최근 일본은 지진 발생으로 냉동∙냉장 창고 등의 대형 냉동시스템의 사용 중인 냉매를 R-22에서 암모니아로 대체 중입니다. 독일은 가정용 냉장고에도 암모니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즉 암모니아는 안전성은 떨어지지만 에너지 절약을 위한 효율이 좋고 환경적으로 우수한 냉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본은 과거 지진 발생으로 안정성이 우려돼 사용을 중단했던 암모니아를 정부가 지구환경보호를 위해 정부차원의 안전관리를 위한 법규 신규 제정과 기존 법규의 개정을 통해 암모니아를 사용하는 냉동시스템에 보조금을 주면서까지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에너지 첨단연구 프로젝트 사무국(ARPA-E)에서 에어컨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감을 위해 액체 및 기체 상태의 냉매를 비스무스 텔루라이드(Bismuth Telluride) 같은 고체 물질로 대체하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하여 연구개발 중에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물을 응축해 공기를 냉각하는 특별한 멤브레인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미국 ARPA-E 및 해군에서 ADMA 등의 회사에 의뢰하여 개발 중입니다. 즉 이 프로젝트는 기존 시스템보다 20~50%에너지 절약으로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기술이 개발되면 건물에서 사용하는 대규모 냉방 시스템에 우선 적용시킨 후 가정용 및 사무실용으로 확대 될 것으로 기대 됩니다.

 

- 냉동공조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냉동공조산업도 앞으로 첨단산업인 AI 및 로봇과 연계돼 같이 발전할 것입니다. 냉동공조공학의 발전이 없으면 반도체 및 인공위성 등 첨단산업의 발전도 상당히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개발은 0.1나노미터의 공간에서 진행되는데 이때 주위의 온·습도에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컴퓨터와 로봇 또한 열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높은 열에 노출되면 정지 위험성이 있어 냉동공조공학이 필요하죠. 이 때문에 일본의 NTT사의 경우 대형 컴퓨터룸에 열 과부하가 생기지 않도록 바람을 골고루 퍼뜨리는(공급하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첨단산업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과 생활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도 당연히 연구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 오종택(전남대 냉동공조공학과) 교수는 현재 국제냉동기구(IIR) 전문위원 및 냉동저장(D1) 분과 부회장과 대한설비공학회 부회장 및 대한기계학회 열공학부문 회장을 맡고 있는 냉동공조공학에 권위자다. 오종택 교수는 대체냉매 및 마이크로 채널 열교환기, 해수열원을 이용한 열펌프, 냉동∙냉장 탑차의 선구적인 연구자로, 연구 실적을 인정받아 2011년 국무총리 표창과 2016년 대한설비공학회 아시아 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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