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가리지 않고 뛸 수 있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선수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박지성을 두고 한 말이다. 박지성은 다양한 포지션에서도 제 몫을 해 팀의 전력에 공백이 생길 때 어느 빈자리든 메꿀 수 있었다.

  이처럼 포지션 적응도가 높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를 ‘멀티플레이어’라 한다. 멀티플레이어는 어떠한 포지션에서도 경기를 유연하게 잘 풀어나가 팀에게 전술적으로 매우 유용하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올라운드 플레이어 정택훈
  
고려대에도 정택훈(사범대 체교14, FW·CB)이라는 대표적인 멀티플레이어가 있다. 정택훈은 중원을 굳건히 지키는 중앙미드필더이자, 고려대가 내세우는 최고의 타겟형 공격수이자, 제공권이 좋은 장신 중앙수비수다.

  정택훈은 최근 치른 모든 경기에서 다재다능한 선수임을 증명해보였다. 측면을 제외하고는 모든 위치에서 제 몫을 다했고, 그만큼 전술적 활용도가 높았다. 5월 아주대와의 U리그 경기에서 경기 초반 최전방 공격수로 뛰던 정택훈은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와 수비를 탄탄히 지원했다. 상대 공격수와의 제공권 다툼을 통해 공중볼을 끊어내고 최후방에서 경기 운영을 조율하고 볼을 배급하며 공격 전개를 도왔다.

  최전방에서도 정택훈의 활약은 눈에 띄었다. 실제로 2017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이하 추계연맹전) 서울대와의 경기에선 골이 터지지 않자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했던 정택훈이 톱으로 올라와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장신을 이용해 공중볼 경합에서 견뎌 따낸 공을 다른 공격수들에게 떨궈주는 플레이가 돋보였다. 이날, 정택훈이 공격에 가담한 후 활력을 찾은 고려대는 5-1 완승을 거뒀다.

  정택훈은 멀티플레이어 역할에 대해 “수비수로 뛸 때는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고, 공격수로 뛸 때는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어서 어느 포지션에서 뛰든 각각의 경험들이 도움 된다”고 말했다.

 

‘종횡무진 활약’ 다재다능한 이정문
  
고려대에 정택훈이 있다면 연세대엔 이정문(연세대17, CB·CMF)이 또 다른 멀티플레이어로서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이정문의 원래 포지션은 팀의 후방을 지키는 중앙수비수지만, 중앙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하고 있다. 2017 전국춘계대학연맹전(이하 춘계연맹전)에서 쓰리백의 왼쪽 수비수를 맡았던 이정문은 김승우(연세대17, CB) 김찬규(연세대14, RB)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춘계연맹전 이후에 열린 FA컵 울산대와의 경기에서도 왼쪽 수비수로 뛴 이정문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 팀의 완승을 이끌었다.

  이정문은 수비수로 뛰는가 하면, 추계연맹전 김해대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선 중원을 지키는 중앙미드필더로 분했다. 이 경기에서 이정문은 수비 역할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슛을 시도하고 압박에 가담하는 등 공격적인 모습도 보였다. 지속적으로 공격을 시도하던 이정문은 결국 이날 세트피스 상황에서 쐐기골을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원래 주 포지션이었던 센터백 역할은 물론 이제 3선에서의 미드필더 역할도 보여준 것이다. 또한 후방의 포백을 지원하고 패스 길을 여는 빌드 업 플레이에도 능한 면모를 보였다.

  이정문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한 덕에 연세대는 팀 에이스인 두현석(연세대14, FW)와 김승우의 U-22 대표팀 선수 차출로 인한 전력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이정문은 “센터백이지만 경기를 뛸 때 공격적이기도 하다”며 “이러한 특성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뿐 아니라 중앙미드필더까지도 뛰는 같다”고 말했다.

  어느 포지션에서도 자신이 맡은 역할을 다하는 두 선수의 존재는 이번 정기전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다. 이번 시즌 두 선수가 보여준 다양한 활약은 더욱 치열한 정기전을 예고하고 있다.

 

글 | 박형규 기자 twinkle@
사진제공 | SPORTS KU, SISBOOMB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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