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아마추어 고연전

잠실야구장 대관 안 돼 학생 주최로 30일에 경기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프로 선수가 뛰는 경기장에서 경기하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보통은 이뤄질 수 없는 상상이라 여겨지지만, 정기전에서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매년 정기전 본 경기가 열리기 몇 시간 전, 예선을 거쳐 선발된 양교의 다섯 아마추어 팀이 대결하는 아마추어 고연전이 고료대학교 체육국(국장=전준현, 체육국) 치러진다. 종목마다 시간제한이 있어 본 경기만큼 경기를 펼치진 못하는 종목도 있지만, 아마추어 선수들에겐 프로 경기장에서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기회다. 이에 많은 팀이 예선에 열정적으로 참여했고 5개 종목의 출전 팀 선발을 마쳤다. 하지만 올해엔 주최 측인 연세대가 잠실야구장을 대관하지 못하면서 야구를 제외한 4개 종목만 개최된다.

 

당찬 포부, 치열한 승부

  양교 내 스포츠 동아리에겐 아마추어 고연전은 연중 가장 중요한 행사다. 매년 여름 치러지는 예선으로 경기에 출전할 팀이 결정된다. 럭비 동아리와 아이스하키 동아리는 양교에 각각 한 개밖에 없다. 이에 럭비는 작년에 출전했던 고려대 Kugger와 연세대 Saint가, 아이스하키는 고려대 티그리스와 연세대 타이탄스가 격돌한다. 농구와 축구 출전팀에는 변동이 있다. ‘경농’과의 대결에서 32:27로 이겨 출전 티켓을 따낸 고려대 체육교육과 농구동아리 Zoo가 2년 만에 경기에 출전한다. 축구도 작년 예선 4강에서 승부차기 패배를 당했던 고려대 ‘아마추어 축구부’가 올해는 출전 티켓을 따 내 출전하게 됐다. 박종민 아마추어 축구부 주장은 “아마추어 고연전에 나가고 싶은 모두의 열의가 모여 우승할 수 있었다”며 “아마추어 축구부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맞대결을 펼쳐볼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아마추어 고연전에서는 고려대가 3승 1무 1패로 우세했다. 당시 농구와 축구, 럭비에서는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야구에서는 큰 점수 차로 패배했다. 고려대 SFA와 연세대 볼케이노가 붙은 농구 경기에서는 66대 65 한 점 차이로 승부가 갈리기도 했다. 치열한 명승부들이 연출됐던 만큼 이번 아마추어 고연전의 승부도 기대할 만하다. 고도형 Kugger 주장은 “연대엔 외국인 선수가 많아 우리 팀만큼 호흡이 맞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경기의 축배는 우리가 가져가도록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적은 관심 속 ‘그들만의 리그’

  경기에 뛰는 선수들은 의욕을 갖고 아마추어 고연전에 참여하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경기에 큰 관심이 없다. 학생들이 양교 운동부의 본 경기에만 관심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경기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아마추어 고연전 자체를 모르는 것도 이유다. 연세대 측과 함께 아마추어 고연전을 준비하고 있는 체육국은 목동 경기장 공사 문제로 인해 경기 홍보에 많은 힘을 쏟지 못했다. 전준현 고려대 체육국장은 “목동 경기장의 안전 문제가 우려돼 그쪽에 힘을 쏟았다”며 “당일 경기 전에 페이스북에 알리는 것으로 홍보를 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기훈(사범대 지교12) 씨는 “아마추어 고연전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모두가 함께하는 행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고연전 경기가 이른 시각에 열려 경기장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아마추어 고연전 축구 경기는 23일 오전 7시에 목동 경기장에서 치러져 왔다. 본교 서울캠퍼스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목동 경기장에 가려면 1시간 30분 의 시간이 소요된다. 오전 7시까지 경기장에 도착하려면 학교에서 적어도 5시 반에 출발해야 해 경기를 관람하기 힘들다. 하지만 본 경기 일정에 지장이 없으려면 오전 이른 시간에 경기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손광희(공과대 기계공학13) 씨는 “예전에 농구 동아리를 통해 아마추어 고연전에 대해 알게 됐다”며 “운영상 어쩔 수 없는 문제 같다”고 말했다.

 

잠실야구장 대관 불가…. 야구 경기 미뤄져

  작년까지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야구경기는 올해에는 대관 문제로 무산됐다. 잠실구장을 관리하는 프로야구팀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대관에 반대해서다. 구단 관계자들은 프로야구팀이 경기하는 구장에서 아마추어 경기를 열 수 없다는 이유로 작년부터 대관에 반대해왔다. 이에 7일에는 구장 담당자, 체육위원회, 학생처, 체육국이 참여한 실무자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협상 시도에도 대관 허용에 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아마추어 고연전 야구경기 개최는 무산됐다. 이번 경기장 대관을 맡은 연세대 유기철 학생지원팀 팀장은 “처음에는 구단 측에서 고연전 야구 본 경기도 열지 말라고 했다”며 “그나마 합의를 봐서 본 경기를 개최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준현 국장은 “정기전은 학생들의 참여가 없다면 의미 없는 행사”라며 “고연전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이번 일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학생들이 경기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크다”며 “내년엔 타 구장을 빌려서라도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려대 백구회를 비롯해 아마추어 고연전 선발전에 참여한 동아리들은 체육국의 결정에 대해 아쉬워했다. 동아리들은 대회의 목적이 잠실구장에서 경기하는 것이 아닌 양교 학생들의 교류에 있다는 입장이다.

  최현웅 백구회 주장은 “잠실운동장 대관에 차질이 생겼다고 다른 대책 없이 행사를 취소해 버린 것은 못내 아쉽다”며 “이는 1994년부터 이어져 오던 정통성을 깨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야구 동아리들은 협의를 통해 자체 경기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30일 연세대 삼애캠퍼스에서 고려대 야구중앙동아리 백구회와 연세대 육연 간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글│진현준 기자 perfact@

사진제공 | KU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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