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job;談] 
세상은 넓고 직업은 많습니다. 본지는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직업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고자 새로운 코너인 '잡담(Job談)'을 선보입니다.


환경법변호사
환경법 변호사 최재홍(43·남) 씨 인터뷰

환경오염이 심화되면서 쾌적한 삶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법률 시장에도 초록 바람이 불고 있다. 환경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관련 법률을 다루는 환경법 전문가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환경 법규가 까다로워지면서 기업에서의 수요가 늘었고, 환경권에 대한 사람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환경 분쟁도 증가했다. 이처럼 환경법 변호사는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공급은 적어 블루오션 직업이다.

법무법인 ‘자연’의 최재홍 변호사를 만나 환경법 변호사의 업무, 보람과 고충, 전망을 들어봤다.

 

- 환경법 변호사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환경이 악화되면 스스로를 보호할 여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습니다. 자연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환경보호보다 특정인의 이익이 우선되는 등의 상황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환경법 변호사는 이러한 환경 불평등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환경법 변호사의 최종적 목표는 자연환경을 이용하는 혜택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와 책임이 공정하게 나눠지는 ‘환경 정의’를 이룩하는 것입니다. 환경 문제는 여러 학문의 협업을 통해 해결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법률 전문가인 환경법 변호사는 법원을 통해 현행 제도의 모순을 드러내고, 더 나아가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운동까지 진행합니다.

환경법 변호사의 역할은 민사소송뿐만 아니라 행정, 헌법소송으로도 확장됩니다. ‘민사소송’은 사적 공간에서 발생하는 환경 피해 분쟁을 다룹니다. 공장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로 인한 생활피해, 집 앞 고층빌딩 때문에 생기는 일조피해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행정소송’은 기업 혹은 정부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건설 사업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사업 진행자가 행정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반대집단의 반발과 마주하기도 합니다. 이때 사업 진행자와 반대집단, 양측 모두 환경법 변호사가 대리합니다. 마지막으로 ‘헌법소송’은 국민의 환경권이 침해되는 상황에서 제기되는 입법자의 입법 행위에 흠결이 있다는 ‘입법부작위 위헌 확인 소송’ 또는 법률이 국민의 환경권을 담보해낼 수 없다고 고발하는 ‘법률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 등을 의미합니다.”

 

-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환경법 변호사들끼리 ‘우리는 패소 전문 변호사’라며 농담하곤 합니다. 아직 환경문제의 법적 해결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환경 정의’를 위한 공익활동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변호 활동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어려운 사건을 잘 풀어냈을 때 마주하는 쾌감입니다. 가장 기억나는 사건은 충주법원에서 진행된 ‘골프장 설치와 관련한 도시계획시설결정처분 취소 사건’입니다. 한 기업이 주민 몰래 골프장 건설을 계획했고, 이를 계획 초기에 알게 된 주민들이 의기투합해 빠르게 대응했던 사건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주민 측을 대리했었는데 1심, 항소심에서 패소했습니다.

항소마저 패소판정을 받은 데다 승강기에 함께 타고 있던 상대측으로부터 ‘어차피 질 거 가지고 왜 이렇게 소송하냐’는 말까지 듣고 화가 났습니다. 저는 권리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전면 부정하는 그의 생각에 분노해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건을 원심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청주고등법원에서 주민들이 승소하고 이에 사업자는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2016년 3월 10일 상고가 기각돼 주민들이 골프장 사업을 막아낸 사건입니다. 결국 주민들의 합의 없이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자 상대측은 태도를 바꿔서 꽃다발을 들고 우리 주민들을 찾아왔는데, 그 모습을 보며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환경법 변호사들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지점은 ‘자연을 위해 일한다’는 것입니다. 남설악 지역 오색과 설악산 정상부를 연결하는 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대한 소송인 ‘오색 케이블카 사건’에 참여했던 변호사들끼리 ‘설악산을 지키는 변호사 모임’을 만들었는데, 발대식을 설악산 대청봉에 직접 올라가서 했습니다. 이렇듯 환경법 변호사 중에는 발대식을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려는 의지가 큰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자연을 위해 일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 대학 시절부터 산타기를 좋아하던 저는 입대 전 겨울에 혼자 치악산에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만난 인명구조대 대장님께 ‘어떻게 하면 산과 친해질 수 있느냐’고 물으니, ‘산을 위해 일하다보면 어느새 산이 제 곁에 와있을 것’이라며 조언해주셨습니다. 당시 법학과였던 저는 법을 통해 산을 지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전역 후 녹색연합에서 자원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자연환경 영역에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환경법 변호사의 고충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아직 자연환경 영역에서 법의 유효성이 부족합니다. 미국에서 염소 방목 시 큰 까마귀가 멸종될 수 있다는 이유로 소송이 진행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때 큰 까마귀가 원고로 참여했습니다. 1심은 ‘하와이 큰 까마귀는 자신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법원에 날아올 날개를 가졌다’며 큰 까마귀를 하나의 원고주체로 인정했고 염소 방목 금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도 도룡뇽의 서식지 보호에 대한 소송에서 도롱뇽을 원고로 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사람 외의 존재는 원고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됐습니다.

우리나라는 미래세대가 환경권의 중요 주체라는 인지와 그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문제도 있습니다. 서해안의 갯벌과 바다에 방조제를 설치해 육지로 바꾸는 간척 사업에 대한 소송인 ‘새만금 사건’에서 우리 법원은 환경영향평가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 외에는 원고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에 반해 필리핀에서는 초등학생들이 미래세대인 자신의 권리가 침해된다는 이유로 삼나무 숲의 벌목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했습니다.

공익사건을 담당하는 환경법 변호사는 피고인으로부터 받는 질타에도 힘이 빠지곤 합니다. 패소했다고 해서 변호사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특히 제도 미흡으로 아직 환경 소송이 어려운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변호사가 오면 분쟁은 해결되고 마을은 다시 평화를 되찾을 것이라고 믿었던 주민의 입장에선 패소했을 때 변호사에게 배신감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변호사의 입장에서 신념을 위해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도 열심히 변호했는데 돌아오는 게 원망뿐이라면 자괴감이 들곤 합니다. 변호사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사건이 잘 풀리지 않았다면 변호사만을 탓하기보다는 제도적 한계를 찾아보고 거시적인 측면에서 법적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변호사는 고소득 직업이라고 생각되는 반면 환경 관련 직종은 아직까지 힘든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환경단체에서 상근하는 변호사들은 개인적 신념 실현을 위해 금전에 대해서 일정 부분 포기하신 분들입니다. 환경단체에서는 수임료보다는 환경 정의 실현을 기준으로 사건을 수임하기 때문에 실비만 받는 공익사건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일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변호사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비율의 차이는 있지만, 제 경우 공익사건 40%, 일반사건 60%의 비율로 사건을 맡고 있습니다. 공익사건을 통해 변호사로서의 신념을 실현하고, 일반사건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환경법을 환경 정의 운동만을 위한 제도로 보며 돈 벌기 힘든 분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입니다. 환경오염으로 발생하는 ‘일반사건’은 굉장한 블루오션입니다. 예를 들어 토양 오염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의 경우 수익이 상당합니다. 주유소 주변 토양은 오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접부지 사용자는 피해를 받습니다. 오염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땅에 오염제거제를 투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만약 토양 위에 건물이 있다면 건물을 철거하고 정화 작업을 히야 하니, 손해배상이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 환경법 변호사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국내법에서는 아직 환경 정의가 이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법이 악법임을 말하게 하라.’ 환경법 변호사의 일은 피해자를 모아서 소송을 제기하고, 현재 법이 국민의 환경권을 침해하고 있으니 개정해서 피해를 줄이자고 말하는 것입니다.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때론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내 행동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건지 막막함이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실패나 고난을 겪더라도 끊임없이 주장해야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자연 환경과 동물을 부정의한 피해에서 구제하는 방안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좌절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과 협력하며 막막함을 이겨낸다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보람, 결과적으로 법률과 세상을 바꾸는 보람도 있습니다. ‘환경 엔지니어링’, ‘인권운동가’ 등 다양한 전문 분야의 사람들이 이쪽으로 들어와서 현장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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