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집에 다시 가야 하나’ 며칠 전 1교시를 마치고 평소 사용해온 수입 생리대를 가져오지 않은 걸 깨닫자 든 고민이다. 생리대 하나 때문에 집에 다시 가야 할지 고심한다는 게 어이없어 실소가 터지기도 했다. 2교시를 들으려면 지체 없이 움직여야 하는데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였다.

  지난 8월 여성의 필수품인 생리대 유해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 한 시민단체의 실험의뢰 결과, 시중에 팔리는 10개의 생리대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된 것이다. VOCs는 국제암연구소에 따라 발암 물질로 규정되고 있다. 해당 결과의 발표만으로도 엄청난 공포심이 조성됐다. 특히 특정 브랜드의 생리대에서 다른 제품들의 몇 배에 달하는 VOCs가 검출됐다는 내용은 소비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기 충분했다. 실제로 해당 제품이 출시된 후 계속 써왔다는 친구는 제품 사용 후 질염에 걸린 적이 있다며 조심스레 털어놨다.

  이번 파장의 시발점인 생리대 유해성 실험 결과는 지난 3월에 이미 발표된 바 있다. 하지만 식약청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생리대 유해성 시험법이 표준화돼있지 않아 내년까지 기다려달라는 말 뿐이었다. 8월 해당 실험 결과가 다시 보도되면서 소비자 불안이 급물살을 타자, 그제 서야 식약처는 자체 검사를 하겠다며 ‘늑장’ 대응을 예고했다.

   9월 28일 식약청은 676개의 생리대와 기저귀에서 인체에 해로울 정도의 VOCs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전체 84종의 VOCs 중 10종에 대해서만 조사한 ‘1차’ 조사에 불과하다. 나머지 74종의 함유량 조사 결과는 올해 말은 돼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조사에는 생리대의 어느 화학 성분이 어떤 피해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역학조사가 포함되지도 않았다. 식약처의 ‘문제없으니 사용해도 괜찮다’는 발표가 무책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한편, 같은 날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1차 조사와 관련해서 한 몇 가지 질문에 류영진 식약처장이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완전히 안심할 수 없는 와중에 ‘괜찮다’는 발표에 대한 불신은 더해져만 간다.

 

글 | 서주희 사회2부장 stand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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