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적용 안 되는 노동자 권리
현장에선 적용 안 되는 노동자 권리
  • 김민준 기자
  • 승인 2017.10.12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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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능요원 제도 실태
▲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병역의 의무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 군 복무이니 부조리한 대우도 견디라는 일부 산업체의 태도 아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자들이 있다.
산업기능요원은 일정한 기술을 가진 병역의무자가 산업체에서 병역을 이행하는 대체복무제도다. 산업기능요원은 군 복무자인 동시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도 해당한다. 2017년 현재, 산업기능요원은 약 3만 명으로 내년에는 현역 6000명, 보충역 9000명이 추가 편입(선발)될 예정이다. 정원은 꾸준히 증가하지만 많은 산업기능요원들이 열약한 노동 환경에 놓여있다. 산업기능요원이 ‘법률에 따라’ 노동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 그래픽 | 이혜원 기자 rsvls@

인원 늘어나지만 처우 개선은 지지부진
산업기능요원 제도는 1973년도부터 국가의 필요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군 운용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병역자원을 활용해 국가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국가 주도로 시행되는 정책인 만큼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는 병역의무자 개인에게도 국가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산업기능요원 복무를 선택하는 계기는 다양하다. 2015년 산업기능요원 중 69.6%는 특성화고 출신이었다. 전공을 살리고 현장 업무를 경험하려는 이유에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산업기능요원 복무를 권장하기도 한다. 보충역 중에선 사회복무요원 모집에 떨어져 산업기능요원을 경우가 많았다. 보충역 산업기능요원 오 모씨는 “사회복무요원은 정기 응시가 1년에 1차례뿐”이라며 “막상 군 입대를 하려니 산업기능요원 밖에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2010년 소폭 줄어든 산업기능요원 편입 인원은 이후 지난 7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16년 편입자는 1만 4702명으로 2010년 편입한 1만 1249명을 추월했다. 대체복무를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해 나가겠다는 그간의 병무청 방침과 다르다. 병무청은 2000년대 들어 4차례 폐지안을 내놨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중소기업을 지원·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정부 정책 때문이다.

복무 중 이탈하는 경우도 증가했다. 2016년 1129명의 산업기능요원이 산업체 복무를 포기했다. 201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산업기능요원을 그만두게 될 경우 현역이나 보충역으로 입대해야 함에도, 강압적인 노동 현장을 버티지 못하고 있다. 산업기능요원 조 모씨는 “강제로 초과근무를 시키는 등 열악한 노동 조건에 불만을 느껴 복무를 포기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산업기능요원 제도가 상당한 규모로 운용되기에 노동 환경을 점검할 필요성이 요구되지만, 현재 별다른 점검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병무청은 ‘2017년 병역지정업체 복무관리 매뉴얼’에 따라 매년 산업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주요 점검사항에는 노동 환경에 관한 내용이 없다. 산업기능요원이 산업체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을 경우 현재로선 고용노동부를 통한 민원 제기만이 가능하다. 부당한 산업체를 제재할 별도의 조치는 없는 실정이다.

 

산업체에 휘둘리는 산업기능요원
산업기능요원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지만 동시에 군인이기에 정당한 권리행사가 힘들다. 군인이라는 신분을 악용해 산업체에서 더 많은 노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같은 조건이어도 더 어려운 일을 맡거나 업무가 몰리기도 한다. 광주광역시노동센터 정미선 노무사는 “산업기능요원은 노동자이며 군인이라는 이중적 지위에 놓여있다”며 “실질적으로 법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라고 말했다.

일부 산업기능요원은 법률상 명시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광주광역시 노동센터에는 사업주가 산재를 인정하지 않아 부상에도 불구하고 정상복무 해야 하는 사례가 접수되기도 했다. 대안으로 병가를 낸다고 해도 문제다. 현행 병역제도에서 산업기능요원은 병가 기간이 30일을 초과하면 해당 기간만큼 연장복무를 해야 한다.

산업기능요원에게 의사를 묻지 않고 초과근무를 시키기도 한다. 주로 잔업을 이유로 휴일에도 출근을 강요한다거나, 조기 출근을 하지 않으면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권영국 노동인권변호사는 “병역 의무라는 제약으로 산업기능요원은 산업체 내에서 불리한 지위에 있다”며 “이를 이용해 장시간 노동 시키는 차별적 대우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문제와 병역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산업기능요원의 위치 상, 권익이 침해될 소지가 다분하다. 산업체가 폐업하거나 부도가 나 병역지정업체 선정이 취소될 때에도 문제가 된다. 산업기능요원이 6개월 내로 다른 산업체에 재취업하지 않으면 편입이 취소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현역이나 보충역으로 복귀하는데, 산업체에서 복무한 기간의 4분의 1만 군복무로 인정된다. 본인의 잘못이 없음에도 산업기능요원으로서 복무했던 기간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권리 보장 위해선 제도 개선이 필요
전문가들은 산업기능요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선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적으로는 병무청이나 고용노동부가 정기적으로 산업기능요원의 노동 환경을 점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영국 노동인권변호사는 “산업기능요원의 법률상 권리와 현실적인 여건에 괴리가 있다”며 “열악한 지위를 악용하는 사용자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노동현장을 점검할 경우 신속한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 신분 상 섣불리 문제를 고발하기 어려운 산업기능요원을 대신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노동자 전체의 권리를 향상시켜 산업기능요원이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산업기능요원을 비롯한 ‘노동자’를 하나의 생산요소가 아닌 특수성을 가진 사람으로 보는 입장에서다. 정미선 노무사는 “노동자가 개인적인 질병을 이유로도 유급 휴직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며 “인권 보호라는 차원에서 충분히 입법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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