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한국과학기술연구원잡담 [job;談]세상은 넓고 직업은 많습니다. 본지는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직업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고자 새로운 코너인 '잡담(Job;談)'을 선보입니다.② 스마트팜KIST SFS(Smart Farm Solution)융합연구단 노주원 단장 인터뷰“젊은이들이여, 농부가 되어라!”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로저스홀딩스 회장 짐 로저스는 말한다. 정보통신기술과 산업의 융합이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으로 가장 수혜를 보는 직업 중 하나는 농부라고. 우리나라 역시 ‘신(新)’ 농부가 급부상하고 있다. 2016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주목받는 신 직업’ 10가지 안에는 스마트팜 구축가가 포함됐다. 차세대 농업혁명의 핵심이라 불리는 스마트팜은 자동화된 농장으로, 농업과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사물인터넷을 통한 농작물 재배 시설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노주원 SFS(Smart Farm Solution)융합연구단장은 국내에서 스마트팜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는 선두주자다. 그는 청년들이 ‘스마트팜 구축’을 위한 다양한 직업에 도전하길 바라고 있다.- KIST SFS융합연구단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KIST에서는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한 후 스마트팜 업체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있어 똑같은 면적에 같은 작물을 재배해도 외국 생산량의 60% 정도밖에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팜 선진국은 여러 해 동안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가 있어 기후와 환경 수치를 정확히 측정하고 입력하는 정밀 제어가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의 기술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다가, 기업에서는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할 여력이 되지 않아 저희가 기술을 보완하고 기업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곧 컨트롤타워가 구축돼 설계 업체와 기업으로 기술을 전달하는 시스템이 갖춰질 거라고 생각합니다.제가 속해 있는 팀이 ‘융합’ 연구단인 만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습니다. ‘에너지 기술’ 연구원은 난방비 등의 에너지 비용 절약 측면에서, ‘생산기술’ 연구원은 자동로봇기술 측면에서, ‘식품’ 연구원은 작물의 수확과 포장을 결정하는 유통 단계에서의 효율에 대해 연구하면서 스마트팜 기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합니다. 그중에서도 SFS융합연구단은 어떻게 하면 식물이 잘 자라는 환경을 조성할 지에 초점을 맞춰,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을 진행합니다.그중 하나를 예시로 들면,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 조건을 알아내기 위해선 일정하게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생육계측기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열매 사이즈, 개수, 두께 등의 작물 상태 측정을 사람이 할 경우, 정확하고 일정하게 측정하기가 힘든 점이 있습니다. 최근 저희 연구단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작물을 사진 찍으면 저절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습니다.”- 스마트팜 산업과 관련해 다른 직업들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스마트팜 산업에는 기술 개발가 외에도 설계가, 컨설턴트, 농가주 등 다양한 직업이 존재합니다. 스마트팜 설계가는 스마트팜을 시작하길 원하는 농가가 설계를 의뢰했을 때 농장의 부지와 자연환경 등을 고려해 견적을 냅니다. 마치 집을 지을 때 건물을 설계해주는 건축가처럼 말이죠. 어떤 작물을 어떤 방식으로 재배할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구조와 자재, 시설 등으로 농장을 지을 것인지 결정합니다. 스마트팜 선진국은 설계를 맡은 건축가가 시공업체를 연결시켜주거나 시공 업체가 설계까지 맡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반면, 아직 국내에는 이러한 시스템이 없습니다. 스마트팜 설계가가 설계를 해주고 나면 농가주가 직접 농장 건설에 필요한 뼈대 건축, 난방, 센서 등의 시설 업체들을 단계별로 컨택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복잡하고 불편해 스마트팜 운영 의향은 있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분도 많습니다. 각 시설의 업체가 모두 다르다보니 시스템끼리의 연계가 부족해 연동과 호환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잘 보완된다면 국내 스마트팜 보급은 더욱 빨리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스마트팜 컨설턴트는 스마트팜 운영 중 문제가 생겼을 시 이를 해결해주고, 조언하는 역할을 합니다. 스마트팜은 일반 농장과 달라 보다 복잡한 시설에 대해 잘 이해하고,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작기 중간에 작물 재배량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농장 관리에 문제가 생기면 농가주 스스로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스마트팜 컨설턴트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 해결에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국내에 그 수가 매우 부족해 스마트팜 운영 농가주 입장에서 도움을 구하기가 어려워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스마트팜이 갖고 있는 장점은 무엇입니까“일반 농가와 비교했을 때 스마트팜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더 많은 수확’과 ‘노동력 절감’입니다. 스마트팜 핵심 기술에는 앞서 언급한 생육계측기술을 비롯해 무인 이송 시스템, 온실 작업관리 시스템 등이 있어 보다 적은 노동을 통해 더 많은 생산량을 수확하도록 합니다.제게 가장 기억에 남는 스마트팜의 성공 사례는 평창의 한 파프리카 스마트팜입니다. 본디 파프리카 농장을 운영하던 분의 아들이 아버지의 일을 도와드리다가 자신의 전공인 ‘자동차 전기 제어’를 접목해 기존의 농장을 스마트팜으로 탈바꿈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그 결과 파프리카 생산량을 기존의 평당 30kg에서 평당 120kg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모든 스마트팜이 네 배 이상으로 수확량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스마트팜 전환은 생산량 증가 측면에서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또한 스마트팜은 홍수나 가뭄 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위험부담이 낮아서 농사 시기 역시 구애받지 않고 작물을 재배할 수 있습니다. 국내 스마트팜에서는 이를 잘 활용해 파프리카 외 딸기, 토마토 등의 수출을 통해 큰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 KIST 강릉분원의 실증팜에서 스마트 양액이 토마토에 투여되고 있다.

- 국내 스마트팜 산업의 현황 및 발전 방향은 어떠한가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스마트팜 후진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체 농가 중 시설원예 비율이 단순한 비 가림용 비닐하우스를 포함해도 2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이와 비교했을 때 네덜란드 같은 경우는 전체 농가의 90% 이상이 스마트팜으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몇 십 헥타르씩의 스파트팜을 보유하고 있는 농부들도 있습니다. 국내에선 농업이 아직까지 힘들고 고된 일로 받아들여지는 것과 달리 그들에게 농업은 더 이상 ‘노동’이 아닌 ‘경영’으로,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국내 스마트팜 관련 기업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대기업이 농업에 뛰어드는 것을 반대하는 농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대기업 측에서는 작물을 팔아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개발해 수출하려고 하는 것인데 조금 답답한 면도 있습니다. 아직 이 분야의 개발이 부족한 만큼, 발전 가능성이 높기에 앞으로 더욱 각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농업 인구가 이제는 200만 명도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평균 연령이 60대 이상인 현재 농업인구가 물러간 후 그분들을 대체할 젊은 사람들은 기존의 농업 방식으로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수익성이 높고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팜 기술에 관심을 많이 갖죠. 이러한 면에서 스마트팜 관련 직업의 전망은 매우 밝습니다. 정부에서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고, 아직 전문가가 많이 없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무궁한 블루오션 산업입니다.”

 

- 농업관련 직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농업, 그중에서도 스마트팜 산업 관련 직업에 관심이 있다면 전공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스마트팜 자체가 융합 산업이기 때문에 직업 종류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어느 한쪽 전공에만 기회가 있다거나 유리하지 않습니다. 기계공학이나 IT 관련 전공자, 농업과 생명공학 전공자, 건축 전공자 모두 자신의 장점을 살려 이쪽 분야에 얼마든지 뛰어들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스마트팜 육성을 위해 많은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 자신이 부족한 분야의 지식도 얼마든지 채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스마트파머, 즉 농가주가 되는 것도 굉장히 전망이 밝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산업은 이제 포화 상태라 대부분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인데, 그중에서 유일하게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분야가 농업입니다. 현재 2050년이 되면 세계적으로 인구가 100억 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30% 이상의 식량 증산이 이뤄져야 합니다. 기후와 환경은 점점 악화돼 농경지는 없어지고 있는데, 식량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스마트팜이 절실한 상황이 될 겁니다. 이러한 면에서 스마트파머로서 식량을 생산하는 직업이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저만 해도 은퇴 후에 스마트팜을 운영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웃음) 그러니 스마트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간다면 망설이지 말고 한번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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