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10월 23일부터 10개 의료기관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인 존엄사를 시범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내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및항암제 투여 등의 의학적 시술이다. 다만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 영양분, 물, 산소의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 환자 본인은 직접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또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제출해 연명의료를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야한다. 보도 이후 한동안 ‘어떻게 죽느냐’가 화두로 떠올랐다.

  임종 과정의 환자는 죽음에 대한 불안과 신체적 고통을 동시에 마주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시행 이틀 만에 37명으로 집계됐다. SBS에선 이들에게 존엄사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그중 한 호스피스 활동가는 “태어나는 것처럼 죽는 것도 기쁠 수 없을까”라고 답
했다.

  삼수 끝에 대학교에 합격했다. 재수때 할아버지가 편찮으셔 서울의 병원에 가기 위해 집으로 올라오셨다. 간암 4기로, 치료는 이미 늦은 시기였다. 집에 계시는 동안 할아버지는 평범한 간 질환으로만 아셨다. 계신 지 보름을 넘겼을 때 상태가 갑자기 위독해지셨다. 의사로부터 패혈증이라고 들었다. 할아버지는 중환자실에서 울부짖기도, 폭언을 하기도, 몸부림치기도 했다. 닷새 만에 그렇게 돌아가셨다. 멍청해 무슨 일이 지나간 건지 당시엔 깨닫지 못했다.
  2009년 대법원에서 첫 존엄사가 인정된 후 8년이 지났다. 아직도 병상에는 수많은 이들이 있다. 누구나 그렇다. 죽음은 항상 곁에 있다. 삶을 선택할 수는 없어도 그래도 죽음은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상하지만 가끔 할아버지를 떠올리면 다행이라 여겨질 때가 있다.

 

글 | 박윤상 문화 · 학술부장 pr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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