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공원 인근이었어요. 사거리 주변에 환자가 차도에 누워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어요. 중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학생이 피를 많이 흘리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죠.”

  신승헌(의학전문대학원) 씨는 진지한 표정으로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떠올리며 차근차근 설명했다. “제가 취미로 사이클을 타는데, 가던 도중에 완전히 박살난 자전거가 보이는 거예요. 아, 무슨 사고가 났구나 하며 상황을 파악하러 갔어요. 말 그대로 교통사고였어요. 그런데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어요.” 신 씨는 차도에 쓰러져있던 학생이 떨면서 심하게 경련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보통 뇌 손상이 있을 때, 특히 뇌 피질에 손상이 있을 때 경련이 일어나는데, 머리에도 출혈이 꽤 심해서 응급처치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제가 응급의학과 의사도 아니고, 아직까지는 학생일 뿐인데 경험이 없잖아요. 하지만 배운 지식만이라도 꼭 활용해서 이 학생을 도와주고 싶었어요. 일단 한번 해 보자는 생각으로 응급처치를 시작했죠.” 우선 신 씨는 쓰러진 학생의 목을 젖혀서 세우고 맥박을 잡으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의식이 불명인 위급한 상태에서 중뇌 손상 여부를 먼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동공 검사를 시작했다. 다행히 중뇌에는 손상이 가지 않았는지 햇빛이 동공으로 들어오자 동공이 축소됐다. “정말 다행이었죠. 동공 상태를 확인한 결과 뇌에 그렇게 큰 손상은 없다고 확신했어요. 그리고 바로 맥박을 잡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신 씨의 의도와는 다리 맥박이 잘 잡히지 않아 즉각적으로 가슴압박을 실시했다. 가슴압박을 통해 의식을 돌리려는 시도였다. 60회에서 80회 정도로 가슴압박을 실시하고 나니 천만다행으로 환자의 의식이 돌아왔다. “의식이 돌아온 것을 보고 큰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어요. 조금은 안심을 하고 계속해서 환자의 상태를 지켜봤죠. 119가 오기 전까지는 쭉 자리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의식이 돌아오면서 환자의 경련도 멈췄다. 가슴압박을 중지하고 나서 신 씨는 추후 처치를 시작했다. 몇 학년 몇 반인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등을 환자에게 질문하고 의식 상태를 점검한 것이다. 이 단계를 거치고 나서 신 씨는 119에 환자를 인계했다.

  “제가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그 상황에서는 환자를 도우려고 나섰을 거예요. 누구나 다 응급상황에서는 그 학생을 위해 두발 벗고 도와주지 않았을까요.” 신승헌 씨는 어느 누구든 그 학생을 도왔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응급처치술을 배워 숙지하고 있었던 신 씨는 학교에서 학습한 지식을 실제로 적용해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했다. “저희가 본과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갈 때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게 돼요. 이때 공부하고 시험보고 했던 경험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신승헌 씨는 젊은 의사들의 노력과 열정이 있어야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을 인용하며 더 많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제가 들이는 노력과 열정이 환자를 살린다는 것, 그건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조금이라도 골든타임을 놓치면 엄청나게 상황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응급환자에게 뛰어가는 열정과 사람을 살리겠다는 노력이 생명을 구해요.” 신 씨는 이와 더불어 의사가 기울여야 하는 노력에는 공부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의사가 아는 만큼 환자도 치료를 받아요. 의사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거든요.” 신 씨는 대충 알고 있거나 모르고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서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가고 학습하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고 밝혔다. “가슴 압박이라는 단순한 응급처치술도 익히고 반복해서 정확하게 할 수 있었어요. 학생으로서 배울 수 있을 때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게 제 신념이에요.”

  신승헌 씨는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은 의사가 할 수 있는 가장 보람된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제가 실습을 나갔을 때 감염내과 교수님께서는 저에게 무슨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많이 하셨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목숨을 구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되고 힘든 일이겠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보다 중요한 의사의 임무가 있을까요.”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신 씨의 말에서는 진심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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