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한(남·29) 씨는 다음 일을 위한 기운을 충전하기 위해 남산이 보이는 편의점을 찾는다.

 이제는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편의점. 오늘날의 편의점은 소비자를 위해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생필품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전통 기념품과 남산타워가 보이는 루프탑부터 즉석에서 만드는 자신만의 라면까지. 기존의 편의점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이색 편의점 세 곳을 찾았다.

루프탑에서 남산타워가 한눈에 보이다

 1층은 상점, 2층과 3층은 카페, 계단을 올라 루프탑에 오르면 눈에 들어오는 남산타워. 높은 빌딩의 전망대일 것 같은 이곳은 동네 편의점이다. 충무로역 5번 출구에서 내려 남산스퀘어 빌딩 방향으로 10분만 걸으면 찾을 수 있다.

 '이마트24 충무로2가점'에 처음 들어서면 기존의 편의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하지만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커피와 음식을 구매한 후 자연스럽게 계단을 오른다. 2층과 3층 카페 존에선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며 연한 갈색의 테이블에는 따스한 햇볕이 들어온다. 큰 창으로 둘려있어 의자에 앉아 남산의 경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2층에는 즉석 라면 기계가 있어 직접 라면을 끓일 수도 있다. 한국 드라마에 즉석 라면 기계가 등장하며 외국인 손님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24 마케팅팀 임수빈 대리는 “인근 직장인들과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즉석에서 라면을 끓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라면의 단짝 밥이 빠지면 섭섭하다. 이마트24 충무로점은 매장 내에 마련된 밥솥에서 직접 밥을 지어 판매하기도 한다.

 가장 많은 손님이 몰리는 곳은 건물 옥상이다. “실내가 아니라 답답하지도 않고 편의점 같지 않은데?” 옥상에서 커피를 마시던 한 손님은 친구와 수다를 떨기 바빴다. 이곳 이마트24 충무로2가점은 ‘풍경이 있는 편의점’이 컨셉으로, 옥상에서 오동색의 흔들의자에 앉으면 남산타워가 한눈에 보인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여러 누리꾼들에게 관광 명소로 소개되기도 했다. 옥상의 손님들은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기 바빴다. “이야! 여기 좋다, 너는 여기 어떻게 알았냐?” 김상근(남·64) 씨는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김 씨는 “친구가 추천해서 와봤는데 편의점이라 음료 가격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경치가 진짜 좋다”고 말했다

 인근에 회사가 많아 꾸준히 매장을 찾는 단골손님도 있다. 김유한(남·29) 씨는 “회사에서 휴식 시간이 생길 때면 자주 이곳을 찾는다”며 “편의점 근처 회사에 다니는데 다른 편의점과 달리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자주 오고 있다”고 말했다.

 테라스에 앉아 친구와 함께 자식 얘기를 하며 웃는 사람들, 남산타워를 찍기 위해 여기저기 구도를 달리하는 사람들. 피아노곡이 흘러나오는 옥상에서는 기존의 빠르게 물건을 사고, 급하게 밥을 먹는 사람들을 찾을 수 없다. 이곳에서는 상품이 아닌 휴식과 추억도 팔고 있다.

▲ 아르바이트에 지친 양위안(揚媛, 여·22) 씨에게 이마트24 충무로2가점은 휴식의 공간이다.

관광객 위한 전통상품과 한옥 디자인

 3호선 안국역 삼청 파출소 옆에는 특이한 장소가 있다. 분명 편의점이지만 국악이 흘러나오고, 기념품을 사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온다. 건물의 외관 역시 한옥이 연상되는 목조로 꾸며졌다. 손님들은 매장 안에 있는 전통마당 코너의 전통주들을 신기하다는 듯이 둘러본다. 삼청동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동네 중 하나다. '이마트24 삼청로점'은 삼청동의 이러한 특징을 고려해 편의점에 불구하고 기념품을 구비하고, 매장 내 ‘서울 관광안내소’를 마련했다. 임수빈 대리는 “삼청동 상권을 고려해 한국적인 특징을 매장에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편의점에 들어가면 수많은 기념품으로 마치 면세점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2층에는 마루와 교자상이 있어 휴식을 취하며 한옥체험도 가능하다. 교자상에 앉아 떡을 먹고 녹차를 마시는 사람들. 떡과 녹차는 1층 편의점이 아닌 2층 한국 전통 디저트 카페에서 구입할 수 있다. 한식 디저트는 한옥식 좌석에 전통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임수빈 대리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한국적 특색을 살린 카페 ‘오가다’와 협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한정민(남·31) 씨는 “외국인 손님들이 많이 찾고 손님들은 주문한 음식을 교자상으로 갖고 가 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눈다”고 말했다.

 전통 편의점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잔잔한 국악 소리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기에 적합해서다. 유학 생활 중인 양위안(楊媛, 여·22) 씨는 “여기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한국의 전통을 느낄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편의점 한쪽에는 점원이 없는 곳에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무인계산대로 손님이 직접 바코드를 찍으면 가격이 나오고 쉽게 계산할 수 있다. 밝은 조명과 한옥을 배경 삼아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가야금 소리가 이곳을 찾고, 떠나는 손님들을 배웅한다.

▲ T24 대치1호점에선 카카오프렌즈가 그려진 상품, 화장품 등 인기가 많은 상품을 구비하고 있다.

카카오 친구들과 라면 끓여 먹자

 “종이 용기와 날계란을 낱개로 파는 편의점? 언더렌지가 설치된 편의점 테이블?”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T24 대치1호점'이라면 가능하다. 선릉역 2호선에서 내려 대치동 먹자골목에 들어서면 특이한 편의점이 하나 있다. 편의점에 들어가면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카카오프렌즈 제품이 나열돼 있고, 수입 과자와 화장품 등 기존 편의점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상품들이 손님을 반긴다. “이거 봐, 완전 귀여워!” 카카오프렌즈 대표 캐릭터 어피치와 무지가 그려진 종이 가방을 만져보는 사람들은 둘 중 뭐를 구입할지 고민했다. T24 대치1호점을 운영하는 키위티이십사 박은철 팀장은 “대치동에는 젊은 층의 손님이 많이 찾아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카카오프렌즈 상품을 구비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을 계산하기 위해 계산대에 간 손님들은 뒤에 적힌 메뉴판에 시선을 빼앗긴다. 메뉴판에는 불고기 피자, 국물 떡볶이 등이 적혀 있다. 이곳에서는 편의점의 냉동 음식이 아닌 매장에서 직접 조리되는 피자와 떡볶이를 즐길 수 있다. 좌석에 앉아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테이블을 보고 한 번 더 놀란다. “이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 테이블에는 언더렌지가 설치돼 있다. 자주 찾는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전원을 켜고 종이 용기에 물을 붓는다.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두리번거리면 점원이 다가와 사용법을 설명해준다. “계속 터치하고 있으면 전원이 켜지고 손님 기호에 맞게 라면에 치즈나 계란을 넣어 드셔도 돼요” 점원 김남진(남·22) 씨는 “손님들이 처음에는 테이블을 보고 어리둥절해하지만 언더렌지를 이용한 라면은 편의점 내에서 가장 잘 팔리고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보글보글 끓는 라면을 보고 사람들은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분주한 도심인 대치동에서 부담 없는 여유와 맛있는 음식이 편의점의 매대 사이에 놓여있다.

▲ T24 대치1호점의 테이블에서는 언더렌지가 설치돼 있어 기호에 따른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다.

 

글|공명규 기자 zeromk@
사진 | 심동일·공명규·이희영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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