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3 16:09 (수)
[Job談] ③안내견 훈련사 “시각장애인에게 세상을 선물하는 안내견, 저에게도 인생의 동반자입니다"
[Job談] ③안내견 훈련사 “시각장애인에게 세상을 선물하는 안내견, 저에게도 인생의 동반자입니다"
  • 김도윤 기자
  • 승인 2017.11.13 2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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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job;談]
세상은 넓고 직업은 많습니다. 본지는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직업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고자 새로운 코너인 '잡담(Job;談)'을 선보입니다.

 

③안내견 훈련사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안내견 훈련사 신규돌 씨 인터뷰

“하하, 잘했어~” 두 살배기 안내견 후보견 하하가 자연스럽게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보통의 개라면 굉장히 어려워했을 일이지만 보란 듯이 척척 해낸다. 하하가 미션을 잘 수행할 때마다 안내견 훈련사 신규돌(남·49) 씨가 ‘클리커’라는 작은 도구를 통해 “딸깍” 소리를 낸 후 간식을 주며 칭찬해준다. 후보견이 헷갈리지 않도록 일정한 소리를 통해 일관된 신호를 주는 것이다. 이는 안내견 훈련이 안내견을 억제하고, 혼내는 게 아니라 잘했을 때 칭찬을 해주는 ‘긍정강화훈련’임을 보여준다. 이렇듯 안내견 훈련사는 후보견이 훈련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이어 안내견 업무 또한 자연스럽게 수행하도록 이끌어주는 안내견의 ‘제2의 부모’다. 본지는 24년차 배테랑 안내견 훈련사 신규돌 씨와 하루를 동행하며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안내견학교에선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제가 근무하고 있는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돕는 장애인 보조견, 안내견을 양성하는 곳입니다. 안내견을 훈련시키기 위해선 여러 전문가가 필요하며, 저희 기관 역시 다양한 전문가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훈련 업무’ 외에도 후보견을 분만시키고 새끼를 돌보는 ‘번식 업무’, 학교 내 후보견을 돌보는 ‘견사 관리 업무’, 시험을 통과한 안내견을 시각장애인과 연결, 4주간 교육을 해주는 ‘분양 업무’, 은퇴한 안내견을 돌보고 입양 가족을 매칭 시켜주는 ‘은퇴견 관리 업무’가 있습니다. 안내견 훈련사뿐만 아니라 후보견의 건강을 위해 수의사, 간호사가 학교에 소속돼 있습니다.

저는 현재 안내견 훈련사로서 일반 회사원과 같이 주말을 제외한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기관에는 3명의 훈련사가 매일 각각 6마리의 후보견을 훈련시킵니다. 아침에 동료들과 각자 하루 일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후보견들과 아침인사를 나눈 후 먹이를 줍니다. 본격적인 훈련은 9시 정도에 훈련견을 훈련장소로 데려가면서 시작됩니다.

한 친구와 훈련하는 시간은 30분 정도입니다. 보다 다양한 장소에 데려가 훈련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특별한 장소에서 따로 훈련시키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일상생활 속 공간을 산책하듯 돌며 가르칩니다. 예를 들면 횡단보도 건너는 법, 에스컬레이터 타는 법, 지하철 타는 법 등을 훈련시킬 수 있게끔 말이죠.”

- 안내견 훈련사를 하면서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저는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쭉 함께 해왔습니다. 햇수로 따지면 거의 25년이 다 돼가는 셈이에요. 제가 처음 안내견 훈련사가 되기 위해 마음을 먹은 이유는 평소 동물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대학에서 축산학과를 전공했던 저는, 군대에서도 군견병으로 복무하며 동물을 더욱 사랑하게 됐습니다. 제대하고 나서 계속 동물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내견 훈련사의 길로 이끌었고, 지금까지도 정말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일을 시작한 초창기엔 후보견을 데리고 백화점 등의 건물에 들어갔다가 많이 거절당하기도 했습니다.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도 했고, 경험이 부족했던 저는 많이 당황스럽고 서럽기도 했죠. 그래서 같이 간 후보견과 함께 하염없이 앉아 있다가 넋두리하듯 혼잣말을 하는데 그 친구가 묵묵히 들어주더군요. 마치 저에게 힘내자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그 때 저는 ‘아, 이 일 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친구들과 교감하고, 함께 일하는 순간이 정말 소중하고 뿌듯하게 느껴집니다.

안내견 훈련사가 되기 위해 별도의 자격증이나 시험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국내에 안내견 훈련사 자체가 얼마 없고, 자격증 시험도 따로 없습니다. 대신 세계안내견협회에서 안내견 훈련사임을 인증해주는 과정이 있습니다. 축산학, 수의학과 같은 동물 관련 학과를 전공하면 더욱 좋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안내견 훈련사는 그 누구보다 개를 이해하고, 함께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그런 애정만 있다면 누구든지 도전하고, 잘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제 체력과 건강이 허락해주는 한, 오래도록 이 일을 할 생각입니다. 나이가 들어 훈련사 일에서 은퇴를 하더라도 퍼피 워킹 등을 통해 안내견학교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 안내견 후보견은 어떤 과정을 거쳐 안내견이 되나
“우선 대부분의 안내견으로는 기질, 품성, 사람과의 친화력이 뛰어나다고 밝혀진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골든 리트리버가 주로 선정되고 있습니다. 안내견학교에서는 일 년에 한 번, 적합한 성품과 건강상태의 개들을 통해 새끼를 얻고, 생후 7주 정도 되면 일반 가정에서 1년간 ‘퍼피워킹’ 과정을 거치게 합니다. 성격이 형성되기 전에 가정에서 자라며 다양한 곳들을 돌아다녀보는 경험을 쌓게 해주는 거죠. 즉 일종의 사회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퍼피워킹을 마친 후보견은 다시 안내견학교로 돌아와 훈련사와 함께 6개월 정도 훈련을 받습니다. 훈련을 마친 후보견은 안내견 시험을 보게 되는데, 여기서 합격률은 30% 정도입니다. 안내견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 친구들이 탈락하게 되는데, 그 친구들은 다시 일반 가정으로 분양되고, 안내견 시험을 통과한 친구들은 시각장애인과 매칭됩니다. 이 때 파트너의 성격, 성향 등과 가장 잘 맞는 안내견이 분양되도록 안내견 훈련사가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4주간 교육을 진행합니다. 분양 후에도 정기적으로 담당자가 방문해 건강, 보행 등을 확인하고 관리하고 있어요.

안내견들은 10살이 전후에 은퇴를 하고 일반 가정으로 분양되는데, 가장 이상적인 것은 퍼피워킹을 맡아준 가정이 다시 맡아주는 겁니다. 안내견 친구도 기뻐하고, 대부분의 퍼피워킹 가족도 다시 만나기를 기다리는 편입니다. 가족 중에 아이가 있을 때면 어렸을 적 퍼피워킹을 맡았다가 성인이 돼 은퇴한 안내견을 다시 맡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참 기분이 묘해지곤 해요.”

 

- 국내 안내견 훈련 사업의 현황과 발전 방향은
“국내 안내견 양성 기관으로는 삼성화재안내견학교와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두 곳이 있습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사회공헌활동으로  삼성화재에서 전면 지원,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는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단체입니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가 1992년 국내 최초로 안내견 양성 기관으로서 문을 열었고, 1993년 삼성화재안내견학교도 사업을 시작해 1994년 첫 안내견을 배출했습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매년 10마리 정도의 시험을 통과한 안내견들을 시각장애인 분들에게 무상으로 분양하고 있으며, 세계안내견협회의 정회원 학교로서 해외 안내견 양성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더욱 우수한 안내견 양성을 위해 노력중입니다.

안내견 사업 초창기에는 저희 안내견 훈련사가 미국, 영국 등의 안내견 선진국 등으로 건너가 훈련 기술을 배워오는 등,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했던 안내견 양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안내견협회의 정회원으로 등록됐을 정도로 인정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등에 훈련된 안내견을 보내줄 정도로 많이 성장했죠. 견종 또한 옛날처럼 서양의 큰 리트리버를 사용하지 않고 한국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작은 리트리버를 안내견으로 양성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특색에 더 맞게, 계속 연구하고 있는 거예요.

현재 국내에는 60마리 정도의 안내견이 활동하고 있는데, 매년 새로운 안내견이 배출되면서 더욱 증가할 예정입니다. 물론 안내견 사용 대상자인 1, 2급 시각장애인의 수는 훨씬 많지만 이 중 안내견 관리가 어려운 미성년자와, 활동 범위가 넓지 않은 노인, 또 개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을 제외하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 안내견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옛날에는 안내견처럼 큰 개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분들이 많으셨는데 요즘은 많이 나아진 편입니다. 초창기에는 후보견을 데리고 실내 건물에 들어갈 때 아예 거절당한 적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곳이 그리 많지는 않아요. 후보견을 데리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훈련을 할 때면 많이들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십니다. 다만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건, 훈련 중인 안내견 후보견을 부르거나, 쓰다듬거나, 혹은 간식을 주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애정 어린 마음에 해주는 행동이 후보견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올바른 훈련을 받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허락 없이 사진을 찍는 행동 또한 지양해주셨으면 합니다.

최근 한 대형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 큰 논란이 됐는데, 간혹 거리에서 사람들이 안내견도 입마개를 해야 하지 않나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재 동물보호법상 입마개 착용 대상은 모든 대형견이 아니라 사람을 공격할 위험이 있는 6종의 맹견입니다. 리트리버 품종은 목록에 포함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안내견은 충분히 훈련받고 검증된 장애인보조견이기 때문에 사람을 다치게 할 위험이 없습니다.

하루 종일 시각장애인을 동행해야 하는 안내견이 불쌍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는데, 이는 편견입니다. 안내견에게 거리를 걸으며 산책하는 것은 ‘일’이 아닙니다. 보통의 반려견이 그렇듯 안내견 역시 주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행복해합니다. 물론 안내견인만큼 실내 장소에서 조용하게 기다려야 할 때도 있지만, 이는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이런 과정이 성격에 맞는 개들이 안내견이 되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후보견 중 안내견이 되는 비율은 30% 정도입니다. 이 안에 든 후보견은 안내견 활동이 적성에 맞는 아이들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안내견이 본능을 억제하며 희생하고, 불쌍하게 살아간다는 생각은 지양해 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는 안내견을 위한 마음을 섣부른 손길이나 걱정보다는 따뜻한 눈길로, 응원의 말 한 마디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진제공 | 삼성화재안내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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