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월 xx일 자진 철거하겠습니다.’

  정경대 후문, 노벨광장 등에 게시된 수많은 대자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부터 학생회에 대한 고발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은 대자보의 끝에는 하나같이 자진 철거 기한을 명시해놓고 있다. 그 중에는 철거 기한을 훌쩍 넘긴 대자보들도 더러 붙어 있다.

  대자보는 오랜 시간 학교 안팎의 여러 이슈들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아 왔다. 2013년 겨울,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는 코레일 노동자 부당해고,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 등을 짚으며 사회를 향한 목소리를 내는 시발점 역할을 했다. 2016년 여름, 경제학과 단톡방 언어성폭력사건 또한 대자보를 통해 스마트폰 밖으로 터져 나왔다.

  하지만 게시판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의식엔 의문이 든다. 한정된 게시판에 새로운 대자보가 게시되려면 작성자 스스로 철거 기한을 명시하고 이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철거 기한을 훌쩍 넘긴 대자보는 여전히 붙어 있고, 새로운 대자보는 그 위에 덮인다.

  작성자 스스로 꾹꾹 눌러 쓴 자진 철거 기한, 자신이 쓴 문장에 끝까지 책임을 질 때 대자보가 갖는 의미가 온전히 전해질 것이다.

 

글 | 이민준 취재부장 lio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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