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17일, 성북구청 앞에서 열린 '기숙사 신축촉진기자회견' 에서 도토리 프로젝트 김가영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 | 김혜윤 기자 cutie@# “성북구청은 기숙사 신축 더는 미루지 말라.” “성북구청은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 10월 17일, 성북구청 앞에서 기숙사 신축을 촉구하는 학생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서울총학생회(회장=이승준, 서울총학)는 6월 말 성북구청이 기존에 추진하던 ‘근린공원 조성계획변경절차’를 ‘민간투자 공원조성사업절차’로 변경할 것을 본교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서울총학은 갑작스러운 절차 변경통보로 발생한 행정 지연으로 학생들이 가장 피해를 보고 있다며 9월 초부터 단과대 학생회장을 비롯해 10여 명의 일반 학생들과 릴레이 피케팅을 진행했다. 그러나 학교가 추진해왔다는 ‘근린공원 조성계획변경절차’는 지자체 관할 사업에만 적용 가능하다. 총학생회가 기숙사촉구 운동을 강조해오면서도 사실관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절차에 막힌 학교, 기존 입장 고수해
  
본교는 2013년 12월 11일 성북구청에 본교 소유의 개운산 근린공원 내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 요청 자료를 보냈다. 개운산 근린공원 상부에 1100명 규모의 기숙사를 신축하기 위해서다. 부지 소유자는 본교지만, 해당 부지가 주민들이 사용하는 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기에 기숙사 신축을 위해선 부지 용도를 공원에서 대지로 변경해야 한다. 그러나 당시 사업은 안암동 곳곳에 붙은 기숙사 신축 반대 포스터와 함께 흐지부지됐다. 본교 건축팀이 올해 4월 공원조성계획변경요청을 다시 신청했지만, 여전히 검토단계서 계류 중이다.

  본교 건축팀은 성북구청이 올해 6월 새로운 절차로 서류를 준비할 것을 갑자기 통보했다는 입장이다. 학교가 구청에 요구하는 절차는 도시공원위원회의 자문 단계 없이 바로 공원조성계획안을 입안해 도시공원위원회의 심사를 받는 방식이다. 건축팀 직원 양영아 씨는 “기숙사 신축 사업을 검토해준 설계사 측에서 이 절차 역시 가능하다고 확인했다”며 “구청이 요구한 절차로 변경 시 주민의견수렴 등 보완해야할 부분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본교 건축팀은 기숙사 문제가 시급한 만큼 준비해온 기존 절차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성북구청은 2014년 공원조성계획변경요청이 진행되면서부터 준수해야 할 올바른 절차에 대해 수차례 설명해왔다는 입장이다. 성북구청은 본교가 요구해온 ‘자문 없이 바로 입안 가능한 절차’는 지자체 관할 사업에만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고려대는 민간투자여서 반드시 도시공원위원회의 자문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양영아 씨는 “민간투자 형태로 진행되는 것은 수익성 사업일 경우 해당되는 것”이라며 “기숙사는 수익사업이 아닌 학생들을 위한 복지사업”이라고 말했다. 성북구청은 지자체를 제외하곤 모두 민간투자자라며 일축했다. 외부 전문 설계사 김 모씨는 “2만 평이 넘는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이라면 교통영향평가를 비롯해서 다양한 분야의 평가가 필수적이다”라며 “자문을 거치지 않는 절차를 관공서에다 요구하는 것은 특혜를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본교가 제출한 공원조성계획안에 대한 심사·허가권은 성북구청이 아닌 서울특별시청에 있다. 서울특별시청 푸른도시국 공원조성과 가덕윤 주무관 역시 “고려대 기숙사 신축계획의 경우 도시공원위원회의 자문이 필수”라고 밝혔다.

 

법률·행정적 한계 있어
  
정체된 기숙사 신축안의 재개를 위해선 도시공원위원회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자료를 보완해야 한다. 도시공원위원회 자문 통과엔 자연, 환경, 주변 역량 등 다방면의 증빙자료가 필요하며, 특히 주민설명회와 같은 의견수렴 절차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공원녹지법) 시행규칙> 제8조 제2호에 따라 공원시설 설치계획에 주민 의견이 최대한 반영돼야 해서다. 김병완 성북구청 공원기획팀장은 “공청회, 설문지, 주민대표자회의 등 주민의견청취를 거치지 않으면 절차상 하자로 평가돼 자문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본교의 경우 이와 같은 필수선행조건들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본교는 2014년 8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11월 기숙사 관련 팸플릿을 배포하는 등의 노력을 했지만 결국 협의에 실패했다. 올해 4월 다시 공원조성계획변경을 요청한 뒤엔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양영아 씨는 “성북구청이 제시한 민간투자절차로 진행할 경우, 학교가 주도적으로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러 다녀야 한다”며 “예산과 시간이 얼마나 들지 모르기에 섣불리 나서기 힘들다”고 말했다. 10월 17일 전달한 778명의 주민 탄원서를 비롯한 서울총학의 서명운동 결과는 의견수렴결과가 아닌 참고자료로 받아들여진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구청의 태도가 안일하다는 지적도 있다. 황산해(정경대 정외14) 씨는 “구청은 학교라는 특수성과 학교 주변 안암동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구청이 행정기관으로서 의견을 조정해야 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개정에 따라 주민의견수렴절차가 더욱 중요해진 측면도 있다. 작년 11월 공원녹지법 시행령 15조가 개정됨에 따라 500명~2000명 이상의 주민 요청이 있으면 도시공원위원회에서 계획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주민의견수렴 과정이 미흡한 채로 진행된 계획의 경우 주민 요청에 따라 도시공원위원회로 다시 회부된다. 따라서 도시공원위원회가 요구하는 주민의견수렴 기준이 강화된 상황이다.

 

기숙사 신축, 앞으로의 방향은
  
결국 주민 민원 해결이 기숙사 신축의 핵심이다. 구교준(정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학교와 구청의 절차상의 문제는 사실 표면적인 것으로, 핵심은 주민들과의 협의”라며 “주민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학교와 구청 역시 조정될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우윤석(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숙사 반대가 임대사업자 중심으로 이뤄지는 타 학교의 경우, 수요자인 학생들이 강경하게 나가는 방식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며 “이와 달리 고려대의 경우 순수 공공시설 이용자들도 다수 얽혀있어 보다 적극적인 학교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교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안제형(문과대 심리14) 씨는 “2014년 이후 학교가 기숙사 신축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전혀 와 닿지 않는다”며 “기숙사 신축에 학교는 의지가 없는 것으로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최근 성북구청으로 접수되는 기숙사 관련 민원은 거의 없다.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중단됐던 계획안이 4월에 다시 접수됐지만, 구청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청 측에서 공개적인 설문조사를 진행할 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은 본교에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 김병완 팀장은 사업 주체인 고려대가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협상을 시작해야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며 “공문만 오가는 지금 상태로는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본교 건축팀은 “현재 몇 개의 기획부서가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며 조만간 진행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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