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청년정치학교'에서 보수 이념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바른정당

청년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은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얘기다. 그러나 청년 당원들은 되려 정당이 청년에 무관심하다고 말한다. 당내에 청년이 활동할 필드가 부족해 청년층이 정치에서 소외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정당민주주의를 위해서라도 청년의 정치 활동을 보장하고 교육을 통해 청년 정치가를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치 주체 되지 못하는 2030세대
전문가들은 정당 내에 청년 정치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당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치를 바라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연구원은 “정당은 집권을 목표로 하는 대안정부이기에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의무가 있다”며 “정당 스스로도 청년 정치가를 양성해야 정치적 토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원내정당들은 정당 내 청년 활동을 위해 산하에 청년위원회(청년위)를 두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 주도 세력은 40대 장년층이어서 청년위 내 2030 청년의 입지가 좁은 실정이다. 이렇게 청년위 내에서 계층이 나뉘게 된 건 정당이 설정한 ‘청년’의 연령대가 상향돼서다. 11월 현재 더불어민주당(더민주)과 국민의당의 청년 기준은 만 45세 이하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내년 지방선거 청년 공천 기준이 만 50세까지 상향될 예정이다. 더민주 전국청년위 장경태 수석부위원장은 “과거 중년층을 중심으로 위원회가 운영된 경향이 있었다”며 “최근에는 40대와 2030세대가 조화를 이루는 등 청년위 내부적으로 변화를 꾀하려 한다”고 말했다.

좁아지는 2030 청년의 입지를 넓히고자 더민주는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청년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청년을 자금 확보의 수단으로 본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취지가 희석됐다. 처음 도입된 19대 총선에선 400여 명의 청년이 지원해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20대 총선에선 경선 등록비 100만 원을 내걸면서 청년의 삶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다준다 청년정책연구소 측은 “정치 활동 자체가 큰 모험인 청년에게 경제적 문턱을 만드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오히려 경선 과정에서의 비용을 지원해야 청년의 정치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당 내 자리 없는 대학생위원회
40대가 장악한 청년위원회와 달리 대학생위원회(대학생위)는 20세에서 만29세까지의 대학(원)생이 중심이다. 각 정당은 청년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대학생위원회를 만들었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대학생위는 예산 편성 등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각 정당의 대학생위는 예산이 부족하거나 편성되지 않아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례로 더민주 서울시당 대학생위에는 현재 프로그램에 따른 비정기 예산만 지급되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그때마다 예산을 신청해 받아야 한다. 더민주 서울시당 대학생위 관계자는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지도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더민주 산하 다른 위원회들에 정기 예산이 편성되는 것과 상반된다”고 말했다.

대학생위의 조직구조 자체가 취약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현재 더민주 전국대학생위원장은 최고위원회가 결정하고 당대표가 임명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원칙상 대학생 당원을 선거인단으로 하는 전국 선거가 필요하지만 신분 확인이 어려워 대학생 당원 명단이 집계되지 않아서다. 이에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측은 “당내 조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다보니 청년이 기성층의 소모품 정도로 취급받는 상황”이라며 “대학생위와는 별도로 당내 발언권을 갖기 위해 청년당을 만들어 청년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의당 대학생위의 상황도 비슷하다. 기성 시민활동가를 중심으로 하는 정당 구조가 견고해 청년이 주도적으로 활동할 영역이 넓지 않다. 정의당 김현우 고려대 학생위원장은 “2030 청년의 정당 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대학생과 청년 노동자 조직이 갖춰져야 한다”며 “우선 대학 내 구심점을 마련하고자 각 대학 단위에서 활동하는 2030 청년 당원을 모아 서울시당 대학생위원회를 조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대학생위의 활동력이 떨어지면서, 대학생위 내부에선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당에 전달하는 본래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민주 서울시당 조원영 대학생위원장은 “2014년도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 제출이 대학생위의 거의 유일한 정책생산 활동”이라며 “이것만으론 청년 당원들이 대학생위에 나와 정당 활동에 참여할만한 유인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청년 육성하는 정당 차원의 정치교육 필요해

▲ 더불어민주당은 2014년부터 청년정치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유명 연사가 초청되지만, 단순 강연 위주고 기간이 짧아 심도 있는 교육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제공 | 더불어민주당

정당 내 청년의 입지를 확보하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정치교육이 거론된다. 청년의 정치 역량을 키우고 장기적인 관점에선 정당의 조직 재구성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원내정당들의 청년 정치교육에 대해선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서복경 연구원은 “정당에선 정치 교육을 이벤트가 아닌 정당 정책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유스캠프 등의 정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세대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정당에선 실무적인 정치교육을 시도하는 중이다. 지난 9월부터 진행 중인 바른정당의 ‘청년정치학교’도 청년에게 정치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은 보좌관의 도움을 받아 관심 분야의 정책을 만들고 있다. 이에 바른정책연구소 이지현 부소장은 “보수정치 철학을 이해할 수 있게 이론과 실습을 겸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우수 법안을 국회에 상정하는 등 활동을 통해 동기부여하려 한다”고 말했다.

과거 정치교육 중에도 선례가 있다. 열린우리당에서 2007년부터 11차에 걸쳐 진행한 ‘대학생정책자문단’도 그 중 하나다. 프로그램은 교육을 받은 대학생들이 직접 법안을 만들고 국회 의원실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료생들 중에선 새정치연합 이동학 전 혁신위원을 비롯해 여러 청년 정치인들이 배출됐다.
 

재정 지원하고 현장 경험할 기반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정당 내에 청년에 대한 재정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간 청년 활동과 정치 교육에 편성되는 예산이 절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정치발전소 박상훈 학교장은 “그간 정당은 청년 정치조직 세력을 ‘용돈 받는 어린 아이’ 취급해왔다”며 “청년이 스스로 움직이길 요구하기 전에 예산 지원을 통해 활동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 지원의 방편으로 원내정당에게 제공되는 국고보조금의 일정금액을 정치교육 용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청년유권자연맹 김미진 사무국장은 “제도적으로 강제하기 보단 국고보조금을 활용해 원내정당이 정치교육을 주도하게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청년에게 공천권을 할당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년이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27.5%를 차지하는 만큼 청년 대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인 방안으론 총선과 지방선거에서의 청년비례대표 확대가 거론된다. 더민주 전국청년위 장경태 수석 부위원장은 “청년은 자본과 조직력이 약하지만 교육 수준과 후보 자질면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국회와 지방의회 내 청년의 입지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정당 내 청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역 사회와 연계하는 방향으로 정치교육을 전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당 밖의 청년 목소리까지 듣기 위해선 정당 조직이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려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인 방법으론 2004년 와해됐던 지구당 조직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구당은 지역민의 의견을 중앙 정치에 반영하는 정당의 지역 조직이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연구원은 “지구당이 정치교육 역할을 담당해 청년이 지역에 뿌리를 두고 정당 말단조직에서부터 훈련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정당 차원에서 풀뿌리 조직을 중심으로 유권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청년 당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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