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대 서울총학생회 선거에서 ‘ABLE’(정후보=김태구, 에이블) 선본이 단독으로 출마했다. 정후보 김태구(경영대 경영12) 씨와 부후보 홍지수(보과대 보건정책15)씨로 구성된 에이블 선본은 등록금, 주거, 교육, 인권 등 9개 분야의 공약을 내세웠고, 11월 27일 중앙광장 지하 CCL에서 공청회를 진행했다. 사전 패널 신청제가 도입된 이번 공청회에는 곽경민(자전 경영14), 고준우(문과대 사회14), 박기진(공과대 건축16), 윤명석(공과대 전기전자전파12) 씨가 패널로 참여했다. 에이블 선본은 ‘가능성을 넘어 결과를 만들겠다’는 기조를 내세웠으나, 학생들은 ‘구체적인 방법이 명시되지 않은 추상적인 공약’이라는 입장이다.

 

▲ 그래픽 | 박주혜 기자 joohehe@

 

ABLE의 1번 공약, ‘등록금’과 ‘주거’

등록금 분야의 공약은 에이블 선본의 핵심 공약이다. 김태구 정후보는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학생 위원으로, 홍지수 부후보는 등록금문제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에이블은 등심위 대응 전략 수립, 외국인 학생 등록금 인상 대비 등을 내걸었다.
공청회에서는 등심위에서 본교 측과의 협상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마지막 등심위 기간 대규모 투쟁을 이끌겠다는 선본 측 공약에 윤명석 씨는 “투쟁이 예정된 1월 말은 방중이기 때문에 집행력이 모이기 어렵다”라며 “학우들을 모으기 위한 구체적인 홍보 방안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김태구 정후보는 “방중에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홍보가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등심위와 관련된 논의들을 학우들이 이해하기 쉽게 카드뉴스를 만들고 다큐멘터리를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릴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패널들은 본부 측이 올해 등심위에서 들고 왔던 ‘외국인 학생 등록금 인상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물었다. 이에 김 정후보는 “당선 직후 KUISA 등의 외국인 단체와 연계해 최대한 빠르게 간담회를 열어 등록금 인상안에 대한 반박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라며 “외국인 등록금 인상안을 가져온다면 그 근거를 확실하게 물어 근거가 빈약한 부분을 지적하겠다”라고 말했다.
기숙사/자취로 나뉜 주거 분야에서는 기숙사 신축 추진 공약에 관심이 집중됐다. 현재 학교와 구청이 법적 절차로 대립함에 따라 신축안은 검토단계에서 계류 중이다. 성북구청과 서울시 공원조성과는 학교 측 주장절차가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에이블 선본은 학교 측에 요구할 신축 요구 공약을 따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김태구 정후보는 “학교 관리 부처의 명확한 입장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후 학교 혹은 구청에 대한 방향성을 정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시된 주소 이전 캠페인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공청회에서 KUTV 측은 “주소이전 캠페인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기숙사생들이 아닌 자취생들”이라며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학생들의 참여율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정후보는 “해당 지적에 동의한다”면서도 “비단 기숙사 신축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성북주민이 되면 누릴 수 있는 많은 혜택을 중심으로 학우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 공약, 실태에 대한 이해 부족해

인권 분야 공약은 현장에 대한 이해가 미흡했다. ‘장애 학생 수업권 확보’ 공약에서 에이블은 필기 도우미의 공급을 확충하기 위해 모집 조건 완화, 지원금 인상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필기 도우미의 모집 조건은 ‘직전 학기 성적 C 이상’이라는 조건 외에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 김태구 정후보는 “필기 도우미를 하는 데 있어 학점이라는 조건을 두는 것이 합리적인지 의문”이라며 이를 완화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익명의 한 장애 학생은 “C 학점은 필기도우미의 성실성을 드러내기 위한 최소한의 지표”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지체장애인 역시 수업에서 많은 불편함이 있는데 현재 공약은 시청각장애인의 수업권에만 주목한 것이 아쉽다”라며 “중증장애인 위주의 현행 필기 도우미 제도는 경증장애인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만큼 이를 고려해 정책을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양성평등센터와 관련된 공약에서 기관의 역할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에이블 측은 ‘성폭력 사건 피해자 보호 방안 강구&가해자 처벌 강화’ 공약을 통해 성폭력 가해자의 처벌 강도가 낮고, 징계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양성평등센터에서 명시하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처 방법이 실제로 이뤄지는지 알 수 없다며 ‘성폭력 사건의 징계 수위를 상향 조정하고 원칙을 확립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징계수위를 조정하는 권한은 징계위원회가 가지고 있고, 양성평등센터는 징계의 필요 여부를 결정해 징계위원회에 이를 회부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양성평등센터 측은 “학칙에서도 피신고인에 대한 징계 사실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명예훼손의 문제 등으로 징계 사실 공고는 어렵다”고 밝혔다.
양성평등센터와 인권센터를 통합해 이중 접수 등의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양성평등센터 및 인권센터 개선’ 공약은 두 기관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채 구상된 공약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에이블 측은 양성평등센터와 인권센터 모두 법적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을 지적하며, 두 기관의 예산을 통합해 운용해 전문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성관련 사건의 특수성과 이로 인해 요구되는 전문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이라고 비판받았다. 곽경민 씨는 “성폭력 사건과 다른 인권 침해 사건에서 요구되는 전문성은 다르다”라며 “단순히 법률전문가가 필요해 기관을 통합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도록 떠맡기는 것은 전문성의 차이를 무시하는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양성평등센터 측은 현재 이중접수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정민 주임은 “양성평등센터의 주 업무는 성별에 근거한 차별이나 피해를 겪은 당사자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이라며 “법적인 처벌에 대한 판단은 피해자가 하는 것이며, ‘서울 해바라기 센터’ 등 국가에서 이미 피해자에 대해 더 전문적으로 법률 지원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행 사업과 비교해 정책 발전시켜야
에이블 선본의 공약 중에는 타 학생회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공약이 많다. 쾌적한 열람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도서관 자치위원회 신설’은 경희대 등의 타 대학교에서 시행 중인 정책이다. 김태구 정후보는 “열람실에 대해 잘 아는 학생들로 이뤄진 자치위원회가 총학생회에 문제를 건의하고, 총학생회가 이의 해결을 학교에 요구하는 것이 더 나은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희대 도서관 자치위원회는 총학생회 소속으로, 도서관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사석화 방지 인식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자치위원들은 도서관 내 개인 사물함 배치, 무료 프린트, 장학금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도서관 자치위원회의 활동에 만족한다는 백채은(경희대 경영16) 씨는 “도서관 자치위원회에서는 열람실 사용시간이 넘어가면 지정된 곳으로 짐을 빼놓는 식으로 사석화를 방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대부분 학생이 이를 알고 있어 사석화가 문제가 되는 일은 많지 않다”라고 말했다.
‘여성 월경권 보장 로드맵’ 공약의 ‘무상생리대’ 정책은 자유전공학부 제9대 학생회에서는 올해 진행했던 생리대 사업과 유사하다.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에서는 매달 배정된 일정 예산으로 반실과 학생회실에 생리대를 배치해 급히 필요한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강민혁 전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장은 “생리대는 생활필수품이지만 과도하게 비싸다”라며 “법학관 구관 주위에 생리대 자판기가 없어 급한 상황에 생리대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사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생리대 사업 이후 급한 상황에서도 대처가 가능해져 마음이 편해졌다는 곽민서(자전17) 씨는 “생리대 사업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공급이 자주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무상 생리대 비치는 찬성하지만,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확실한 운영과 학우들의 양심적인 사용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추상적인 공약 구체화 시켜야

‘구체성이 부족’이 에이블 공약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공청회를 참관한 윤세현(미디어17) 씨는 “공청회를 통해 추상적이었던 공약집의 내용이 약간은 구체화 됐지만, 선본에서 구체화 작업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조수진(문과대 심리15) 씨 역시 “공약의 구체적인 방안을 묻는 말에 대한 답변이 부실했다”라며 “작년 총학과 유사한 공약들을 어떻게 차별화시켜 설득력 있게 말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청회에 참가했던 패널들은 대자보를 통해 에이블 선본의 공약의 구체성이 빠져 있음을 지적했다. 패널들은 ‘ABLE 선본의 공약은 이전 총학생회장 선거에서도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던 공약’이라며 ‘이전 총학생회장단들이 해당 공약을 어떻게 실현하고자 했는지, 실현하고자 했다면 왜 실현이 되지 못했는지,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학우들은 공약의 실현성의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태구 정후보는 “아직까진 인수인계를 받지 않아 어떤 권한과 집행능력이 있는지 알기 힘든 상황에서 나름의 구체성을 확보했다고 생각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라며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당선된다면 인수인계를 받아 공약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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