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관 3층에 위치한 수십 개의 고장 난 사물함은 잠금장치가 제거된 채로 방치돼 있다. 중앙도서관 지하 1층 편의점 내부 사물함 위로는 책과 잡동사니 등 학생들의 물건들이 쌓였다. 고내 곳곳에서 이용되고 있는 사물함은 보통 단과대 학생회와 학생지원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사물함 관리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인 만큼 관리자 측의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현재 경영대, 공과대에서 대안으로 도입한 전자사물함에 대해 학생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관리 측, “사물함 관리 버거워”

  단과대 학생회에서 관리하는 사물함의 경우 이용 학생들이 키를 분실했거나 비상키가 필요할 시 학생회를 찾는다. 하루 서너 건,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사물함 관련 문의는 학생회실에 집행부원들이 상주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보증금 관리도 민감하게 다뤄지는 문제다. 학생회는 사물함 신청 기간에 보증금을 수합해 현금으로 가지고 있다가, 사물함 배부가 끝난 후 일괄적으로 학생회비 계좌에 이를 입금한다. 이에 신청기간 중 주의 깊게 보증금을 관리해야 한다. 허윤 미디어학부 학생회장은 “보증금 환급은 현금이 오가는 과정에 분실 되지 않도록 전원 계좌이체로 처리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현금이 분실되지 않게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초, 문과대 사물함 사용자의 명단이 분실돼 보증금 지급이 원활하지 못했고, 이에 이용자들의 많은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

  학생회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이용 기간이 끝난 뒤에도 비워지지 않는 사물함 문제를 꼽는다. 전 경영대 학생회 복지국장 A 씨는 연장 신청하지 않은 사물함을 일일이 점검해 잠금장치를 초기화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미디어학부 학생회도 새로운 신청 기간까지 사물함이 비워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번 학기 사물함 신청 기간 전날에 비밀번호 변경 마스터키로 모든 사물함의 비밀번호를 초기화했다. 허윤 회장은 “사물함 신청 기간 전날, 모든 사물함의 비밀번호를 집행부원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변경해야 해 힘들었다”고 말했다.

  학사지원부가 관리하는 중앙광장 지하, 우당교양관, 하나스퀘어 등의 사물함은 한 명의 실무관리자가 전체 5580개의 사물함을 맡고 있다. 담당 직원은 하루에 100여 건의 문자 상담을 하며, 30여 건 정도는 직접 출장해 사물함 열쇠 분실, 비상키 제공, 파손 수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학기 초와 학기 말, 사물함 배부 및 키 반납 시에는 하루에도 1000여 명이 문자나 전화로 상담을 요청한다. 사물함 관리자가 혼자 처리하기에는 많은 업무다.

  기존 사물함, 불만 계속돼

  지난 여름방학부터 학기 초까지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사물함 관련 문의 글이 80여 개 이상 올라왔다. 학생들이 문의하는 내용은 주로 보증금, 열쇠 분실, 신청 절차, 사용 연장 방법, 이용료에 대한 문제들이다. ‘잃어버린 키를 돌려주는 대신 사례를 해 달라’는 글과 ‘추첨이 되지 않았으니 양도해 달라’는 글들도 간간이 올라왔다. 학생 수가 많은 단과대는 추첨을 통해 사물함을 배정한다. 게다가 관리주체가 각 사물함 별로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잦다.

  구하라(국제학부16) 씨는 우당교양관에 위치한 사물함을 쓰면서 열쇠를 분실한 경험이 있다. 구 씨는 “열쇠를 잃어버리면 5000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며 “다행히 그 전에 열쇠를 되찾았지만, 그때까지 사물함을 못 써 불편했다”고 전했다. 이진협(경영대 경영11) 씨는 “일주일 동안 사물함 비우는 기간에 연장 신청을 못 하면 새로 배부 받을 때까지 짐을 맡길 곳이 없다”고 말했다.

  앱으로 관리하는 전자사물함 도입돼

  관리와 유지가 어려운 기존 사물함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7월부터 공과대가 앱으로 편리하게 사용 가능한 전자사물함을 도입했다. 현대자동차경영관에는 건립 당시 전자사물함이 함께 설치됐다. 전자사물함은 별도의 신청 기간이나 배부 기간 없이 기간별 요금만 지불하면 곧바로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이용 기간도 1개월, 3개월, 6개월 중 원하는 기간만큼 선택해 사용이 가능하며, 친구와 동반 사용자로 등록해 두 명이 함께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공학관에 최근 들어선 전자사물함의 경우 사물함 안에 콘센트가 내장돼 있어 노트북이나 휴대폰 충전도 가능하다.

  기존 사물함 대비 가장 편리한 점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물함 문의 개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선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학생증을 읽히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법은 비밀번호만 사용하는 기존 사물함의 방식보다 보안수준이 높다. 또한, 학생증이 없는 경우 일회성 휴대폰 인증이나 NFC 기능으로 인증하는 것도 가능해 열쇠를 가지고 다니는 불편함 없이 사물함을 이용할 수 있다. 진혜린(문과대 중문14) 씨는 “다른 사물함에 비해 가격이 약간 높기는 하지만 제공하는 편의시설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말했다.

  전자사물함을 관리하는 외부 업체인 스마트큐브 측의 즉각적인 피드백 또한 학생들의 만족감을 높였다. 전승규 씨는 “별도의 열쇠 없이 스마트폰으로 사물함을 열 수 있어 매우 편리하고, 문제 발생 시 회사 측 서비스센터가 바로바로 원격지원도 해줘 만족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채린(경영대 경영14) 씨는 “아이폰은 NFC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며 사용 경험을 밝혔다. 이어 이 씨는 “가끔 키오스크가 작동되지 않아 관리 회사 측으로 전화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박문정 · 유제니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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