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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비상대책위원회, 학생 자치도 '비상'
늘어나는 비상대책위원회, 학생 자치도 '비상'
  • 진현준 기자
  • 승인 2018.01.22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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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말 그대로 학생회가 궐위 상태에 빠진 비상 상황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상시적 업무를 수행하는 집단을 의미한다. 올해는 본교 단과대·독립학부 학생회 중 26.3%가 출마 선본이 없어 비대위 체제가 됐다. 비대위가 들어서면 학교 본부와의 소통이 어려워지고 업무 수행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비대위 체제가 늘어나는 현 상황이 ‘비상’이라며, 학생자치의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통에 어려움 겪는 비대위

  비대위는 학생회와 동등한 지위로는 여겨지지 않아 타 단위와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연세대는 2년째 이어지는 비대위 체제 속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와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상태다. 유상빈 연세대 비대위원장은 “2016년에는 전대넷에 총학생회장이 참여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현재는 연결이 안 돼 있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준 전대넷 의장은 “비대위인 총학생회는 학교 밖 사안에까지 참여할 여력이 안 되다 보니 전대넷에서 두드러지는 활동을 못 했다”며 “특정 사안에 대한 연서명을 할 때에도 의사결정 속도가 더디곤 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단과대 단위 비대위도 학교 학생사회에서 타 단위와의 소통에 곤란해 한다. 본교 총학생회칙 47조 1항에 따르면 단과대, 학부, 과반의 학생회장들과는 달리 비대위원장들은 전체학생대표자회의 대의원이 되지 못하고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에서 의결권도 행사할 수 없다. 이재열 전 문과대 비대위원장은 “가장 큰 단위의 대표자인데도 중운위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며 “4000명이 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학교 측과 소통하는 상황에서도 차질을 겪는다. 한국외국어대는 총학생회가 없는 상태에서 김인철 현 한국외국어대 총장에 대한 사퇴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측으로부터 그 정당성과 영향력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백유진 한국외국어대 비대위원장은 “학교 측으로부터 비대위가 아닌 학생회장을 선출해 목소리를 내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최주혁(한국외국어대 영어학과17) 씨도 “단체행동을 할 때 일부 교수들이 ‘총학생회장부터 뽑고 오라’며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곤 했다”며 “비대위기 때문에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못할 때가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업무 수행에 어려움 겪는 비대위

  비대위에는 학생회만큼의 업무수행도 기대하기 어렵다. 업무 집행 인력이 부족한 데다 업무에 대한 책임감도 떨어져 집행력이 저하돼서다. 본교 국제학부도 3년째 비대위 체제가 이어지며 집행력의 한계에 맞닥뜨리고 있다. 유혜연(국제학부15) 씨는 “학생회가 있을 때는 학생회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이 많았다”며 “비대위가 들어선 이후엔 가장 필수적인 프로그램만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성화 전 국제학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와 학생회가 느끼는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며 “비대위는 전 학생회가 했던 행사만 처리하려는 태도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연세대도 총학생회의 부재로 인한 업무 공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큼직한 사업들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으나, 일상적으로 진행되던 복지 사업이 부실해지고 있다. 김도이 연세대 국제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이기 때문에 원래 해왔던 일들도 잘 안 될 때가 있다”며 “셔틀버스와 같이 총학생회에서 제공하던 일상적인 복지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수 전 부비대위원장은 “사무실 재실 시간을 맞추는 것도 불가능했다”며 “30명이 진행하던 대형 사업을 5명이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해당 집단에서 완전한 대표성을 띠지 못하는 만큼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만일 비대위가 학생회비를 사용해 실행에 옮긴 사업이 실패했을 때에는 대표성에 대한 지적이 불거지곤 한다. 이재열 전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로서 학생회비를 사용하는 사업을 크게 벌이지 않았다”며 “비대위가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정당성이 얼마나 확보되는지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유진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 총학생회와 같은 선출직이 아니라서 완벽한 대표성을 띠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구성원들이 정치적 책임감 가져야

  비대위가 기존 학생회의 업무를 충분히 수행하지 못해 도리어 비대위가 많아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늘고 있다. 최주혁 씨는 “한국외국어대는 2년째 총학생회가 출범되지 못하자 학생들이 ‘선거는 당연히 무산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현재 학생사회는 매우 위기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정황(사범대 영교16) 씨는 “사범대 학생회가 비대위 체제가 됐지만 아직은 크게 불편한 점이 없다”면서도 “올해 여러 행사가 잘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표자들은 문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학생회의 필요성을 학생들이 깨닫도록 대표자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백유진 비대위원장은 “총학생회가 설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정식 학생회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현 전 서울총학생회 자치교류국장은 “구성원 하나하나가 정치적 책임감을 갖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며 “정치적 무관심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본교에도 3년 이내에 총학생회 비대위가 들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진현준 기자 perfact@
그래픽│이혜원 기자 rsv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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