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하향곡선을 그리는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 대학마다 총학생회의 빈자리에 들어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들은 학생회가 맞이한 위기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본교에도 여러 단과대에 비대위가 들어섰고 서울총학생회 선거는 2년 연속 단선으로 진행됐다. 본지는 학생회의 위기를 진단하고 극복 방안을 모색하고자 좌담회를 진행했다. 좌담회에는 이승준 전 서울총학생회장과 허윤 전 미디어학부 회장, 전영 전 의과대 회장이 참여했다. 그들은 변화한 상황 속에서 학생회가 구성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공통의 의제를 발견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이승준 전 서울총학생회장

출마 선본이 적어진 이유는
허윤│“출마를 하기 위해서 포기할 게 많아졌습니다. 20대에 닥친 경제적인 여건과 시간 부족으로 열심히 살 것을 종용받고 있어요. 스펙을 제쳐 두고 1년을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한데, 그런 용기를 갖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이승준│“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의 결과가 드러나는 것입니다. 2000년대에는 비권과 운동권의 대결 구도여서 경선이 이뤄졌지만 현재는 계속 단선이 이어지고 있어요. 그나마 몇몇 대학에 비추어 보면 고려대가 조금 늦게 위기를 맞는 것 같습니다”

 

투표율이 점차 낮아지는 이유는
이승준│“학생회에 대한 무관심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무관심의 원인은 학생들의 정치적 효능감 부재입니다. 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니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 효능감이 줄어 학생회에 더 무관심해지게 되고요.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허윤│“학생회 일을 내 일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서류상으로는 고려대 학생이지만 사실상 자신이 총학생회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어요. 대학생들은 3년 차 이상이 되면 자신의 미래에 더 관심을 두게 마련이니까요. 학교생활이 막바지에 다가설수록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하겠지’, ‘누군가 투표하겠지’ 하는 생각이 강해지는 모습입니다.”

전영│“예전에는 국민을 통합할 만한 의제를 중심으로 총학생회가 정치 행위를 실행하는 플랫폼이 돼 줬어요. 하지만 SNS와 같이 의제를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총학생회라는 고정된 플랫폼을 통해 소통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이에 따라 투표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는 모습입니다.”

▲ 허윤 전 미디어학부 학생회장

비대위 체제로 학생회가 운영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은
이승준│“집행력, 대표성, 책임감의 문제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일단 집행력이 부족해서 비대위 체제로 어떤 일을 하기가 어려워요. 대표성도 보장이 안 되기에 사업을 벌일 수도 없어요. 사업 실패 시 쏟아질 비판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또한, 비대위원장 입장에서는 책임감도 느끼기 어렵습니다. 제가 문과대 비대위원장으로 일할 때도 심리학과 회장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 우선이었어요.”

허윤│“저도 비대위를 3개월 정도 해 봤는데, 역할에 대해 의문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다음 집행부는 하지 않을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그 정도로 의무감과 책임감이 없어지다 보니 행정적인 업무에만 집중했습니다.”

 

단선의 경우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가
이승준│“경선은 담론의 다양성이 보장될 수가 있어요. 서로 다른 색깔의 선본이 경쟁하다 보니 선거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약도 신중히 정하니까요. 하지만 단선은 선본이 하고 싶은 대로 공약을 정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다 보니 유권자들의 선택권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

전영│“단선의 반복은 재생산이 불가능한 구조를 만들게 됩니다. 단선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커져요. 학생회의 자정작용이 거의 마비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학생회들도 몇 년째 단선에 머무르면서 벼랑 끝으로 가고 있습니다.”

▲ 전영 전 의과대 학생회장

현재의 학생회가 갖는 존재 가치는
이승준│“학생회의 역할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거대한 담론 하나로 사람들이 모였고, 대학생들은 엘리트 집단으로서 담론을 실현시키려 노력했어요. 지금은 대학생들의 힘도 약해지고 거대 담론도 사라졌습니다. 시대적 맥락이 있기에 가치 추구를 지속하려는 자세가 이어지고는 있어요. 하지만 최근 학생회의 존재 가치는 구성원들의 이익 대변에 있는 것 같아요. 대학생들이 고고한 집단이 아니라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집단이 된 양상입니다.”

전영│“대학생에게 대학은 ‘결국 떠날 곳’이 되고 있어요. 학생회도 이런 대학생들의 생각을 반영해 활동하고 있지요. 학생들이 대학에 있는 동안 인간답게 살도록 모순적인 요소들을 학생회가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학생회가 학생사회에서 진정 해야 하는 역할은
허윤│“유토피아적 발상이긴 하지만 결국 학생회는 사라져야 합니다. 굳이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 바람직하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따라서 학생회가 현실에서 해야 할 역할은 대학생 개인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변화된 상황에 맞게 대학생이 공통으로 느끼는 문제를 찾고 문제해결 주체를 찾아가 해결을 요구하는 것도 학생회의 역할입니다.”

이승준│“사람들이 모이면 단체는 생기기 마련이에요. 학생들이 있으면 학생회도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학생회가 존재한다기보다는 학생회가 존재하므로 스스로 어떤 목적을 달성할지 탐구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기구가 필요합니다. 학생사회에서 학생회가 해야 할 역할은 세 가지 정도입니다. 내적으로는 자치를 실현하고 구성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해요. 외적으로는 사회적으로 열등한 위치에 있는 대학생들의 권리를 쟁취해 나가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요. 마지막으로 학생회가 학생사회를 포괄하고 학생회가 학생사회 자체가 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영│“기술 발전으로 인해 학생회로부터 탈중심화가 끝없이 이뤄지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학생회는 끝없이 구체성과 효율성을 담보하는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더불어 현실에 맞게 학생회가 학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힘쓰고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야 합니다.”

 

글 | 진현준 기자 perfact@

사진 | 김혜윤 기자 cut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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