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인권문제에 대응하고 양질의 근로조건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분야 종사자들의 노력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간호 인력의 양성 및 처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대한간호협회와 보건복지부는 간호사의 처우 개선 방안에 대해 노력하며 구조적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관련 노조들 또한 정책 마련에 의견을 보태고 있다.

 

목소리 들으려는 대한간호협회

‘태움’ 문화를 해결하기 위한 대한간호협회 차원의 자정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인권센터’를 올해 중으로 설립해 부당한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하고, 간호사 인권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인권침해에 해당하는지 판단을 돕기 위해 신청하는 모든 간호사를 대상으로 인권 교육을 할 예정”이라며 “추후 오랜 경력을 가진 간호사를 채용해 상담센터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들의 인권침해 사례를 파악하고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작년 12월부터 인권침해 사례 실태조사 및 신고접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사례를 신고하는 과정에서 신고자와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요구해 불편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간호사 A 씨는 “신고접수 창엔 신고자의 근무처, 연락처, 주소까지 기재해야 했다”며 “작성 후 두 시간을 고민하다 결국은 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익명성 보장에 대한 우려가 커 신고를 못 한 것이다. 이에 간호협회 측은 “사건 처리 및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해당 정보가 필요하다”며 “비밀보장에 대해서는 전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가 준비하는 ‘간호인력 종합대책’

보건복지부는 부족한 간호 인력을 확충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월 말 ‘간호인력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제시되는 대책엔 야간 전담 간호사나 시간제 간호사 도입과 같이 근로 형태를 다양화 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안들은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게 노조 측의 의견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유지인 조직부장은 “시간제 간호사제는 저임금의 원치 않는 파트타임을 강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야간 전담 간호사제도 또한 간호사의 정상적인 신체 리듬을 저해해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노조와 해당 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정책안을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발표될 대책에는 간호등급제 개편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간호사 한 명당 병상 수를 기준으로 하는 현 간호등급제가 환자 수를 기준으로 변경될 경우 병원은 높은 간호 등급을 받는 것이 수월해진다. 빈 병상은 등급 산정 시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간호등급이 높을수록 간호 수가를 가산해 주는 간호관리료 차등제 하에서 병원의 수익 상승으로 이어진다. 보건복지위원회 윤종필 국회의원은 “간호등급제가 개편될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병원의 수익이 간호사 처우를 개선하는 데 쓰여야 할 것”이라며 “개편의 효과가 간호사 처우 개선에 귀결될 제도적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용 고려하는 해결방안 마련돼야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호사의 평균 재직기간은 7.7년이며, 면허를 가진 간호사 중 의료기관에서 종사하지 않는 유휴간호사 비율은 38%에 이른다. 최근 10년간 간호대학 학생 수가 두 배가량 늘었지만 높은 유휴간호사 비율로 간호사의 인력 부족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에서 ‘간호인력취업지원센터‘를 운영해 작년 한 해 1223명의 취업을 돕는 등 유휴간호사의 재취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유휴 간호 인력의 가용은 어렵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높은 노동 강도의 원인으로 비용 문제를 들고 있다. 간호사 인력을 바람직한 수준으로 배치하려면 현재보다 2~3배 이상의 간호사들을 더 채용해야 하는데 이는 건강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진다. 윤종필 의원은 “정부에서 간호사 부족으로 인해 다양한 문제들이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엔 손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감축을 위해 인력을 항상 부족하게 유지하는 병원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개별 의료 행동에 값이 매겨지는 의사와 달리, 간호사의 처치는 그렇지 않다”며 “간호사를 적게 채용할수록 병원은 수익이 높아지기에 문제가 지속된다”고 말했다.

이에 인력 확충을 위해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휴간호사가 현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열악한 대우와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용순(한양대 간호학부) 교수는 “유휴간호사가 임상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간호수가를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것이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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