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했다.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Y. 그녀는, 정확히 말하자면 나보다 3살이 많다. 그녀는 올해 초 대학을 졸업한, 소위 말하는 고학력 실업자다. 그녀가 그녀의 친구들에 비해 어디가 많이 부족한 것도, 이른바 非 인기학과를 졸업한 것도 아니다. 그녀의 성격이 괴팍한 것도 아니고, 남에게 혐오감을 주는 외모도 아니다. 영어를 못한다거나 컴퓨터를 못 다루는 것도 아니다. 넘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것도 없는 그녀다.

그녀는 단지 일을 할 생각이 없다. 학창 시절부터 누누이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현모양처’라고 답을 하던 그녀는, 단지 그럴 생각에 애써 직업을 구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날부터 경제지를 구독하고, 일간지 경제면도 꼼꼼히 읽고 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고 한다. 그녀의 심경 변화를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그녀가 요즘 들어, 경제지에 소개되는 여성 CEO들과 자신의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을 보며 멋있다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미뤄 짐작할 뿐이다. 케이블에서 방송되고 있는「섹스 엔 더 시티(Sex And The City)」,「앨리의 사랑만들기(Ally McBeal)」등 전문직 여성들의 삶을 다룬 시트콤과 경제지들이 여성들의 대리만족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데, Y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나보다.

직업과 가정 일은 양립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시대를 거쳐, 여성들도 이제는 조연의 자리에서 벗어나, 제2의 성(性)이라는 오명을 벗고, 당당한 주연으로, 사회의 중심으로, 진정한 경제적 동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경제적 동물로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을 보는 일은 유쾌하다.

나도 경제적 동물이 되고 싶다.

서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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