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시무식 및 신년하례식이 열린 인촌기념관 앞에서 농성하는 미화노조

  “최저임금 인상이 아파트 경비원이나 청소하는 분들의 고용을 위협시킬 소지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우려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본교도 피해가지 못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미화노조와 학교 본부의 갈등에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방문했을 정도다. 재정 악화를 호소하는 대학과 이에 반발하는 미화노조 간의 갈등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본교의 단기 알바 채용에 미화노조 반발

  본교는 작년 12월 21일 미화노조 측에 2일부터 미화노동자 정년 퇴직자들이 근무했던 자리에 오전, 오후 각각 3시간씩 근무하는 단기 알바를 투입하겠다고 통보했다. 중앙광장, 학생회관, LG-POSCO경영관, 법학관 신관, 아산이학관, 백주년기념관, 제2공학관 7곳이 해당된다. 기존엔 퇴직자 자리에 미화노조와 용역업체 C&S자산관리(대표=박기준, C&S)가 상의해 신규 채용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방침에 따라 학교 당국은 C&S가 아닌 새로운 용역업체 (주)코비(대표=현문식)를 통해 10명의 단기 알바를 채용했다.

  이에 반발해 미화노조는 2일 오전 신년하례식이 열린 인촌기념관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학내 미화‧주차‧경비노동자와 학생 등을 비롯해 약 200여 명이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미화노조는 ‘인원 감축을 중단하고 정년 퇴직자 자리에 단기 알바 채용이 아닌 고용 승계를 해달라’는 요구를 밝혔다. 민주노총 서경지부 고려대분회 김금성 분회장은 “이 사안은 노동자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학교가 노조의 입장을 완전히 수용하기 전까진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미화노조는 매일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단기 알바의 출근을 저지하고 학내 곳곳에서 약식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5일엔 김태구 서울총학생회장, 윤정인 정경대 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들이 참여해 ‘청소노동자-학생 공동 결의대회’가 열렸고, 메디힐지구환경관 기공식이 열린 9일에도 행사장에서 반대 집회가 진행됐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양측

  학교 당국과 미화노조는 합의점을 찾기 위해 수차례 면담을 했지만,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총무부와 노조 측 관계자들은 10일 오후 하나스퀘어에서 첫 공식 면담을 진행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학교 측은 학내외 여건 변화로 인한 재정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입장이다. 총무부 전홍근 주임은 “최저임금 인상, 등록금 동결, 단계적 입학금 폐지로 인한 비용 상승으로 기존의 채용 방침을 바꿔야 했다”며 “교직원과 교원의 임금도 동결되거나 미미한 수준으로 상승하는 등 학교의 재정이 점점 악화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반발이 지속되자 학교 측은 10명 모두를 단기 알바로 전환하는 방침에서 5명만 부분적으로 채용하는 변경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단기 알바 채용의 완전 철회를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전홍근 주임은 “현재도 물론 노조 측과 계속 대화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서로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의견을 나누며 해결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단기 알바, 최선인지 의문”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본교뿐만 아니라 연세대, 홍익대를 포함해 대학가 전반에 미화 노동자 고용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외적 재정압박과 학내노동자 임금은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등록금 동결로 사립대학 재정이 어렵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지만,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이 주 원인은 아니다”라며 “불필요한 과다 적립금이나 새 건물 증축 등 외형 확장만 하면서 최저임금 준수를 통한 안정적 고용이 힘들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을 인상을 근거로 청소 노동자들을 줄이는 게 재정압박을 피하는 불가피한 조치인지 묻고 싶다”며 “소득 취약계층인 최저임금을 받는 집단의 인건비를 핑계로 그 자리를 저임금 일자리로 대체하는 것이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는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 | 박성수 기자 holywater@

사진 | 김도희 기자 doyo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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